“오늘 여러분이 만나는 모든 분이 바로 미가장자”

봉황이 단청했다는 유명한

대웅전이 있는 아기산에서

과거생에 부처님을 공양한

공덕으로 바른 법을 깨친

미가장자 가르침 되새기며

국군장병을 위한 초코파이

소년소녀가장 장학금 전달

염주 보시하며 폭염도 잊어

‘선묵혜자스님과 마음으로 찾아가는 53기도도량’ 제5차 순례법회(7월8~9일)가 경북 안동 아기산 봉황사에서 여법하게 봉행됐다. 이른 새벽, 회원들을 싣고 출발한 순례버스는 정오 무렵 안동 아기산 봉황사 주차장에 닿았다. 고개를 들자,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호수 같은 하늘이 산위에 펼쳐지고 7월의 뜨거운 태양이 온몸을 내려 쬐었다.

“기온이 33도래….”

전국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서인지 더위는 기승을 부렸다. 특히 이곳 안동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여서 서 있기만 해도 숨이 턱 막혔다. 회원들은 봉황사를 향해 산길을 걷기 시작했다. 얼마 쯤 지났을까? 시원한 산바람이 목덜미를 휘감았다. 곳곳에서 산사의 정적을 깨는 매미소리와 새소리가 이내 귀를 맑게 해주었다. 더위를 씻어주는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산길마다 피어있는 들꽃들이 미소를 머금고 순례자들을 맞아주었다. ‘처처불타(處處佛陀) 사사불공(事事佛供)’이라 했던가. ‘가는 곳마다 꽃과 새가 다 부처요 하는 일마다 불공’ 이듯 우리 회원들이 가는 길에는 늘 이처럼 자연속의 부처님이 자리하고 있었으며 순례길이 곧 불공이었다.

봉황사하면 전설이 깃든 대웅전 단청을 떠 올리게 한다. 봉황(鳳凰)이 단청을 하는 동안에는 사람이 보아서는 안 되었는데, 전면을 다 마친 다음 후면을 시작할 때 사람들이 이를 봄으로써 봉황은 단청을 다 마치지 않고 날아가 버렸던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대웅전의 전면과 후면 단청을 그린 솜씨가 다른 것이라고 본다.

절 입구에 들어서자 봉황사 주지 태원(도견)스님과 대중들이 우리 회원들을 마중 나와서 반갑게 맞아주었다. 우리는 부처님의 진신사리와 네팔 룸비니동산에서 채화해온 ‘평화의 불’을 모시고 경내로 들어섰다. 회원들도 합장을 하고 뒤를 따랐다. 아기산에서 불어오는 산바람이 간혹 옷자락과 목덜미를 휘감고 지나가서인지 더위는 한결 누그러졌다. 회원들은 기도처를 잡고 <천수경> 합송과 사경을 한 뒤 모두 두 눈을 감고 마음으로 ‘안심법문’을 들었다.

“즉심시불(卽心是佛), 곧 마음이 부처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사실을 정말 캄캄하게 잊고 있습니다. 내가 곧 부처임을 모른다는 것은, 함께 있는 남편과 아내, 친구, 이웃이 부처임을 모른다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평화가 깨집니다. 고인(故人)의 말에 의하면, 돼지의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부처의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고 했습니다. 이제 내가 부처임을 알고 부처처럼 마음을 쓴다면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은 모두 부처로 보일 것입니다. 곧 내 가족이 부처이고 내 이웃이 부처이고, 이 사회가 부처임을 알게 될 것입니다. 이를 제대로 깨닫는다면 우리는 늘 행복할 수 있습니다.”

회원들은 마음으로 이 안심법문을 새겼다. 그리고 108참회기도에 들어간 뒤 선재동자의 <화엄경> ‘입법계품’ 미가장자(彌伽長子)의 가르침을 마음속으로 되새겼다.

마가장자의 가르침은 ‘미묘한 음성다라니를 얻은 장엄법문’이다. 미가장자는 세상의 모든 언어와 말들을 분별하여 안다는 것이다. 즉 “삼천대천세계에 있는 모든 하늘들에 있는 말(馬)과 용·야차·건달바·아수라·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사람·사람 아닌 이와 범천의 말들을 모두 분별하여 알고 있으며 삼천대천세계와 같은 시방의 한량없는 세계들도 모두 분별하여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이와 같은 장엄법문을 할 수 있었던 건 과거생에 부처님들을 공양한 공덕 때문임을 밝힌다. 미가장자의 가르침은 부처님을 제대로 공양을 해야 바른 법을 깨칠 수 있다는 뜻이다.

나는 기도를 마친 뒤 법문에 들어갔다.

“우리는 지난 3개월 동안 불ㆍ법ㆍ승 삼보사찰인 통도사ㆍ해인사ㆍ송광사 순례를 마쳤습니다. 이제부터는 우리가 가보지 못했던 지장도량, 미타도량 등을 찾아가서 선재동자처럼 4년여 에 걸쳐서 순례를 할 것입니다. 오늘 여러분들이 찾은 이 봉황사는 미타도량입니다. 미타라는 말은 아미타불을 줄인 말로서 아미타부처님이 계신 곳이라는 뜻입니다. 이 부처님은 대승불교에서 서방정토(西方淨土) 극락세계에 머물면서 법(法)을 설하시는 분입니다. 오늘 여러분은 이 아미타부처님이 계신 곳에 와서 <화엄경>의 ‘입법계품’에 있는 다섯 번째 선지식인 미가장자를 친견하고 있습니다. 미가장자는 봉황사의 주지인 태원스님이요. 그리고 선묵혜자스님이요. 바로 여러분의 도반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오늘 여러분이 만나는 모든 분들이 바로 가르침을 주는 선지식인 미가장자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법회를 마친 후 선묵혜자스님과 태원스님이 ‘평화의 불’을 분등하고 국군장병을 위한 초코파이 보시와 소년소녀가장 장학금 전달식을 한 뒤 염주 보시도 했다. 법회가 끝난 후에 회원들은 아기산을 끼고 있는 성스러운 봉황사 도량을 돌아보며 봉황알도 만지면서, 미가장자의 가르침을 가슴속에 새기고 돌아왔다.

■ 53기도도량 순례를 맞이하며… 

“타인을 부처님처럼

공경하고 공양하려는

53순례 회원들 존경” 

안동 아기산 봉황사에 ‘선묵혜자 스님과 마음으로 찾아가는 53기도도량 순례 기도회’가 찾아주심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저는 오늘 선묵혜자스님이 이끌고 계시는 53기도도량 순례기도회 회원들을 보고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이 장엄한 순례가 지난 2006년 10월에 시작하여 2016년 7월 현재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믿어지지 않습니다.

인간의 마음은 본디 부처라고 하지만, 세속의 때가 묻게 되면 교만하고, 게으르고, 태만하고, 오욕락(五慾樂)에 젖기 쉽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산이 변한다는 10년 동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추우나 더우나 한결같이 선묵혜자스님을 선지식으로 모시고 이렇게 장엄한 순례를 나서고 있으니 어찌 제가 스님을 존경하지 않고 여러분들을 존경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더구나 이번 봉황사 순례는 <화엄경> ‘입법계품’에 나오는 다섯 번째 선지식인 미가장자가 되어 여러분들에게 또 하나의 가르침을 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벌써 무거워지기도 하고 때론 즐겁습니다.

미가장자의 가르침은 다른 데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과거 오랜 겁의 세월동안 부처님을 공양한 공덕으로 세상의 모든 중생들이 무엇을 원하고 어떤 일을 하는지 그 마음을 다 분별하여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곧 무엇을 말씀하시는 것일까요? 깨달음의 경계는 곧 남을 부처님처럼 공경하고 공양하라는 것입니다. 지금 옆에 있는 도반은 물론, 가족과 이웃 이 세상의 모든 중생들을 사랑하게 되면, 곧 그것이 성불(成佛)이라는 뜻입니다.

끝으로 여러분들이 안동 봉황사의 정기를 받아서 하시는 일들이 모두 원만 성취되시기를 이 스님은 간절히 발원합니다.

53기도도량 순례 함께 하세요 동참문의 : (02) 900-0193~4

[불교신문3227호/2016년8월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