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게르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데. 체데브


아침 일찍 게르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안개가 자욱이 낀 것을 보고

오늘 해를 보지 못할 거라고 걱정하지 말라.

정오가 가까워지면서 해가 빛을 뿌리며 환해져

짙은 안개를 흩어지게 할 수 있다.

정오에 모래 언덕과 하늘이 맑게 빛나며

대지의 얼굴을 씻을 수도 있다.

늘 딸랑거리는 은방울 같은 행복의

새가 찬가를 시작할 수도 있다.

아침 일찍 게르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안개가 뒤덮인 것을 보고

오늘 해를 보지 못할 거라고 걱정하지 말라.

 

 

데. 체데브는 몽골의 시인입니다. ‘게르’는 몽골의 이동식 집으로 원통형의 벽과 둥근 지붕으로 되어 있고, 초지에서 목축업을 하는 사람들의 주거 공간입니다. 이 시는 몽골 사람들의 긍정적인 인생관을 잘 보여줍니다. 초지에 안개가 아무리 자욱하더라도 머잖아 해를 볼 수 있다고 말합니다. 곧 해가 떠올라 짙은 안개를 몰아내면 모래 언덕과 하늘이 마치 얼굴을 씻은 듯 맑게 빛나고, 은방울 같은 울음 소리로 새가 행복의 찬가를 노래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체데브는 ‘아침’이라는 시에서 “투명한 태양이 솟아오르며/ 소녀(초원)의 얼굴을 빛으로 조용히 어루만졌다”라고 쓰기도 했습니다. 인생을 즐겁고 좋은 것으로 여기는 무던하고 소박한 심성이 담긴 시입니다.


[불교신문3226호/2016년8월20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