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국대 국제불교문화사업학과 학인 스님들의 미국불교 체험기

 

미국 불광선원 대중과 함께 한 동국대 학인 스님들.

동국대 경주캠퍼스 대학원 국제불교문화사업학과 학인들에게는 재학 중 21일간의 해외연수라는 황금 같은 기회가 주어진다. 해외포교에 대한 열의는 있으나 가벼운 주머니 덕에 외국에 나갈 기회가 많지 않았던 우리들은 연수 8개월 전부터 준비를 했다. 가고 싶은 곳은 많았지만 우리가 선택한 곳은 뉴욕을 중심으로 한 미동부였다. 세계 문화의 중심지로 각국의 문화가 공존하기에 ‘Salad Bowl’이라고 불리는 뉴욕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사람들 가까이에서 살아 숨쉬는 불교의 모습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21일 동안 17개의 크고 작은 사찰과 명상 센터들을 방문하며 단기 명상수련 프로그램, 주말 법회, 평일 저녁 법회 등에 참여하게 되었다.

흔히 서양의 불교를 표현할 때 ‘smorgasbord(한 상에 여러 가지 음식이 차려지는 뷔페식 정찬)’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미국 불교를 체험하며 연수 내내 떠오른 이미지는 맛있는 음식들이 푸짐하게 차려진 뷔페였다. 19세기 말 아시아 이주민들에 의해서 미국에 전해진 불교는 특히 1960년대 반전운동과 인권운동을 계기로 각국의 불교 전통을 흡수하며 짧은 기간 안에 비약적인 발전을 해왔다. 상좌부불교, 대승불교, 금강승불교 등 전통불교에서부터 서구사회에 맞게 변형된 불교까지 현재 미국불교는 그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었다.

부처님 가르침은 일미(一味)라, 방문한 거의 모든 곳에서 호흡관을 중심으로 마음을 다스리고 자비심을 일으키는 공부를 하고 있었지만 그 접근 방법은 제각기 달랐다. 남방 위빠사나 계통의 ‘IMS(Insight Meditation Society)’에서는 다소 전통적인 방법으로 묵언 속에서 좌선과 행선을 번갈아하며 호흡을 관하고 다른 감각들을 주시하는 방법을 가르쳤다.

틱낫한 스님의 승가 ‘Blue Cliff’에서는 호흡관을 통해 마음을 편안하게 주하면서 대중이 서로 조화를 이루는 것에 중심을 두고 있었다. 특히 모든 프로그램의 앞뒤에 함께 웃으며 불법이 담긴 노래를 불렀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숭산스님의 관음선종 본사인 ‘Providence Zen Center’에서는 한국어로 예불과 관음정근, 신묘장구 대다라니 등을 독송했는데 미국불자들과 함께 음률을 맞추며 그 아름다움에 코끝이 찡했었다. 공안 인터뷰에서는 쉬운 영어로 자세히 설명해주시던 선사님의 질문에 대답을 잘 못하여 30방을 맞을 뻔하기도 한 유쾌한 기억도 있다. 중국절 ‘장엄사’에서 뵌 비구 보디스님은 3귀의와 5계를 매일 염송하며 자신의 보리수에 물을 주라고 간곡히 말씀하셨는데 명상에 치우신 가르침이 많은 미국불교에서 듣기 힘든 귀한 법문이었다고 생각한다. 태국 산림전통의 ‘Dharma Punx’에서는 온 몸에 문신이 가득한 법사가 앉거나 누워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어떤 생각이 자신을 행복으로 이끌고, 어떤 생각이 불행으로 이끄는지 살펴보는 지혜에 대해 말하고 있었는데 겉모습은 자유분방했지만 다른 어떤 센터보다도 진지한 열의가 느낄 수 있었다.

이와 같이 우리가 방문한 17개의 센터들은 같은 주재료를 가지고 하나같이 다른 맛을 내고 있었다. 그 만찬에서 미국불자들은 각기 자기가 원하는 음식들을 골라 즐기고 있었지만 한국 대승불교의 맛이 익숙한 내게는 어딜 가나 뭔가 중요한 조미료가 빠진 것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현재 미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불법을 통해 마음의 평안을 찾고 있기는 하지만 삼보에 귀의하고 계율을 지키는 기본이 없는 명상 수행과, 진제와 속제에 대한 균형 잡힌 이해 없이 상황 따라 단편적으로 취해진 가르침들이 사람들을 진정한 행복으로 잘 인도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여름휴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법당을 가득 채우고 높은 쿠션을 받쳐 가며 좌선을 하던 미국불자들의 진지한 얼굴에서, 정성스레 절을 하던 그 뒷모습에서, 자기 삶과 연관되는 구체적인 질문을 하며 행복을 꿈꾸던 그 모습들에서 불법에 대한 열의를 느끼고 참 환희심이 났었다.

짧지만 많은 것을 배운 21일간의 연수를 마무리하며, <법화경> ‘약초유품’의 말씀처럼 부처님 법을 들은 그 모든 분들이 자기 근기에 따라 감로법비를 흠뻑 맡으며 점차 진리의 세계로 들어가게 되기를, 부처님의 정법을 고스란히 간직한 한국불교가 선교방편으로 그분들의 입에 맞는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여 많은 분들에게 이익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불교신문3226호/2016년8월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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