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공소사 주지 범일스님

“학원 선택할 때 수차례 검증하듯

좋은 스승인지 검증해야 한다

검증해서 좋은 스승이면 믿고

열심히 정진해 깨달음 얻어라

스승에게 청정함 전해 받아야

자신의 수행도 청정해진다”

초기경전인 <맛지마니까야>를 인용해 바른 스승을 검증하고 수행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는 범일스님.

 

맛지마니까야 47번째 가르침은 스승을 검증하는 법입니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때 세존께서는 사왓티에 있는 제따숲의 아난타삔다까 원림에 머무셨다. 그때 세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만약 어떤 사람이 바른 스승을 만나 그 스승의 가르침을 배우고 익혀 청정 범행을 닦고자 한다면 그는 먼저 만나는 스승이 바른 스승인지 아닌지를 검증하여야 한다. 만약 그 스승이 바른 스승이라면 게으르지 않게 열의를 가지고 그 스승의 가르침을 익혀 청정 범행을 닦아야 하며, 만약 그 스승이 바른 스승이 아니라면 그의 가르침을 버리고 그를 떠나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바른 스승인지 아닌지를 검증할 수 있을 것인가요. 여러분이 자녀들의 학원을 선택할 때 어떻게 하나요? 여러가지 검증을 하지요. 그냥 근처 가까운 학원 아무 곳이나 보내는 사람은 드뭅니다. 그런데 인생의 지침이 될 스승을 어떻게 선택합니까. 그냥 근처 아무 사찰에나 가나요?

부처님께서는 바른 스승을 선택하는 방법을 말씀하셨습니다. 부처님은 두 가지 방법을 제시하셨습니다. 눈으로 알 수 있는 방법과 귀로 알 수 있는 방법의 두 가지입니다. 눈으로 여래의 행동을 보고, 귀로 여래가 말하는 것을 듣고 그것이 근거하는 스승의 마음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추론해 그 마음이 오염된 상태가 아닌지를 알아야 합니다. 만약 오염된 상태라면 그 스승의 가르침을 버리고 떠나야 한다고 하셨어요.

그것이 끝이 아닙니다. 부처님께서는 오염된 상태가 아니라고 판단되더라도 한 번 더 검증하라고 하셨어요. 그 마음이 오염이 돼있지 않다고 판단되더라도 더 면밀하게 검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염이 미미하게 섞여있는 상태인지 보라는 것입니다. 바닷가를 사람들이 깨끗하게 치웠다고 합시다. 그런데 파도가 치면서 살짝살짝 기름이 몰려와 오염이 됐다가, 다시 씻겨가고 합니다. 이런 스승이라면 떠나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세 번째는 무엇인가. 미미하게 오염이 일어나지 않은 스승이라면 다음으로 오염을 여읜 청정한 상태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오염마저 여읜 청정한 상태가 된 스승이 아니라면 그의 가르침을 버리고 떠나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또 한번 검증하라고 합니다. 청정함이 일시적인지 도달한지 오래된 상태인지 알아야 합니다. 부처님의 말씀을 한번 읽어봅시다.

“비구들이여. 청정함이 일시적이 아니고 도달한지 오래된 상태라고 알기 때문에 다시 더 검증하여야 한다. 청정한 상태가 도달한지 오래돼 스승으로서 명성을 얻고 널리 알려졌다면, 그 스승에게 다소 위험이 있는지 아니면 없는지를 다시 면밀하게 관찰하고 추론해야 한다. 다소간 위험이란 명성을 얻고 세상에 널리 알려져 추종자들과 재물이 많이 생기고 이름이 높아지면서 이때까지 인위적으로 억압되었거나 조건이 맞지 않아 드러나지 않았던 허물이 드러나게 되어 재물을 탐하고 호화스런 생활로 바뀌거나, 명예를 탐하여 거만하고 오만한 행동으로 바뀌거나, 애욕을 탐하여 쾌락에 빠지는 생활로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무슨 말씀인지 이해가 되십니까. 참 어려운 점검입니다. 청정한 스승이었더라도 오래되면서 그 청정함을 잃지 않는지 검증하라는 것입니다. 결혼할 때 여러 조건을 잘 골라 선을 보고 결혼을 했더라도 살면서 사람이 바뀌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왜 부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을까요. 우리는 이런 경우를 종종 봅니다. 검소한 생활을 하던 사람이 명성을 얻게 되면서 생활태도가 바뀌거나, 그동안 감춰졌던 생활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이런 사람은 스승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가르침입니다.

지난 6일, 폭염에도 불구하고 목동 법안정사 법당에는 신도들이 운집해 스님의 법문을 경청했다.

바른 스승은 끊임없는 수행을 통해 감각적 욕망을 억제하고 여의어야 합니다. 언젠가 자신도 모르게 드러날 수 있는 감각적 욕망을 억제하며 늘 고요한 상태에 이를 수 있는 사람이 바른 스승입니다. 다시 부처님 말씀을 봅시다.

“비구들이여. 감각적 욕망을 여의고 변함없이 고요한 상태라고 알기 때문에 다시 더 검증하여야 한다. 감각적 욕망을 여의었기 때문에 변함없이 고요하다면, 주변의 추종자나 제자, 혹은 수행자, 종교인, 정치인, 기업인, 범죄인, 살인범 등을 어떤 이유로든지 경멸하는지 아닌지를 다시 면밀하게 살피고 관찰해야 한다.”

이러한 일련의 질문을 통해 스승을 끊임없이 검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스승을 통해 바른 길을 제시받고 바른 길을 가야 하기 때문이지요. 스승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합니다. 그런데 그 스승이 대답을 회피하거나 다른 말을 합니다. 동문서답을 합니다. 그러한 경우에 부처님은 그를 떠나라고 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 부처님은 스승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누구든지 이런 법으로 스승을 검증하고, 이렇게 검증된 바른 스승으로부터 위없는 진리의 가르침을 배운다면, 청정한 믿음의 뿌리를 내리고 청정한 믿음은 더욱 확고하게 된다. 이러한 믿음이야말로 정견에 뿌리를 두어 합리적이고 확고하다고 말씀하십니다.

이처럼 부처님 말씀을 따라볼 때 세 분류의 스승을 조심해야 합니다. 첫째로 이거하면 극락간다, 이거하면 좋은 일이 생긴다 하는 말을 자꾸 반복해 전한다고 합시다. 나도 모르게 그 말에 세뇌가 되면 자칫 판단을 잘못하게 됩니다. 둘째로 쉽고 낮은 단계에서 높고 미묘한 단계까지 차례대로 갖춰 가르쳐야 바른 스승입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쉬운 것만, 어떤 사람을 어려운 이야기만 합니다. 이런 스승도 바르게 갖춘 스승이 아닙니다. 셋째로 뭉뚱그려 가르침을 전하기만 하거나, 세밀하게 가르침을 전하기만 하는 스승도 바른 스승이 아닙니다. 때론 뭉뚱그려서, 때론 세밀하게 사람에 맞게 가르침을 펼수 있는 스승이 제대로 된 깨달음을 갖춘 스승입니다.

바른 스승을 찾았다고 합시다. 그런 다음에 제자는 그 스승을 믿고 스승에게 다가가야 합니다. 그 가르침을 내 것으로 만들어가야 해요. 그렇게 해서 스승의 법 전체를 자기 것으로 만들어서 바른 제자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제자는 청정한 믿음을 갖게 되고, 그 믿음은 다른 종교, 다른 가치에도 견줄 수 없는 것입니다.

여러분들께서도 스승의 검증 기준을 잘 기억하고 새겨서, 바른 스승을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이 가르침을 가지고 스승을 점검하다보니, 완벽한 스승을 만나기 어렵다고 합시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 중에서 가장 나은 스승을 택해 공부를 하면 되겠죠? 하지만 부처님은 어떻게 하셨나요? 스승을 두 분 만나 가르침을 받습니다. 하지만 그 스승의 가르침을 모두 알고 나서, 부족함을 알자 스승을 떠났습니다. 그렇게 두 번을 한 이후, 혼자 수행을 하셨어요.

자. 다시 질문을 해 보겠습니다. 부처님은 오염된 상태를 가장 먼저 말씀하셨어요. 무엇이 오염된 상태인가 다시 한번 생각해 봅시다. 무엇이 오염된 상태인가요? 쉽습니다. 주지 않는 것을 훔치거나, 청정한 생활을 하지 않거나, 거짓말이나 나쁜 말, 이간질하는 말을 하는 것, 잡담하는 것 등을 말합니다. 눈으로 봐서 알 수 있고, 귀로 들어 알 수 있는 것, 입으로 알 수 있는 것을 말씀하고 계십니다. 부처님 가르침은 이처럼 아주 명쾌하고 간단합니다. 99% 진실하더라도 1% 거짓을 말하거나, 잡담을 하거나 다른 행동을 하는 것이 바로 부처님이 말씀하신 오염된 상태입니다.

범일스님은 … 

연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에서 물리학 석·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펜실베니아대 물리천문학과 연구원 재직 중 1993년 금강선원장 혜거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동국대 선학과 박사과정을 졸업했으며 논문으로 <초기 우주에 붕괴되는 입자들의 우주론적 제약들> <불교와 현대물리학의 세계관 비교연구> 등이 있다. 현재 수원 공소사 주지 소임을 맡고 있다.

[불교신문3226호/2016년8월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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