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모든 엄마들에게 띄우는 편지

엄마는 누구보다

더 강하게 서야 하고

더 중심을 잡아야 하며

더 힘을 내야 한다는

거짓말들에 속지 마세요

 

인간의 모든 문제는

엄마가 자식 양육을

잘못했기 때문이라며

엄마를 죄인으로 모는

재판관들에 겁먹지 마세요 

엄마, 엄마에게 대체 무슨 잘못이 있나요? 엄마는 어린 나를 남겨두고 떠났잖아요. 엄마의 모든 걸 미워했던 할머니와 단 한 번도 엄마의 편이 되어준 적 없었던 아빠에게 어린 나를 남겨두고 떠났잖아요. 미쳐버릴 것 같아서,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아서, 그대로 있으면 마녀가 될 것 같아서, 엄마는 나를 떠났죠. 엄마는 마녀에게 내가 다치지 않게 나를 살리고 싶었으니까요. 엄마는 엄마가 죽지 않게 스스로를 살리고 싶었으니까요. 그렇게 엄마는 알고 있었으니까요. 살아있기만 한다면 우리는 반드시 또 만날 수 있다는 걸요. 엄마는 나를 또 만나기 위해 그렇게 필사적으로 살고 싶어했어요.

엄마, 엄마에게 대체 무슨 잘못이 있나요? 엄마는 오직 돈으로만 나를 키웠잖아요. 함께 영화를 보고, 산책을 하며, 남들 다 갖는 일상적인 행복도 엄마와 나는 나눌 수 없었죠. 내가 엄마로부터 받은 건 오직 돈뿐이었어요.

엄마는 아빠가 없는 집을 홀로 책임져야 했으니까요. 배운 것도, 가진 것도 없던 엄마는 남들보다 몇 배로 일해야 남들만큼 살 수 있었으니까요. 내가 남들에게 꿀려 기죽지 않고, 남들만큼 당당히 살 수 있도록 엄마는 돈을 벌었어요. 그렇게 돈은 엄마가 가질 수 있었던 모든 것이었고, 엄마는 그 모든 것을 나에게 주었어요. 엄마는 다른 모든 걸 포기함으로써 자신이 가질 수 있었던 유일한 것을 나에게 전부 다 주었어요. 엄마에겐 내가 유일했으니까요.

엄마, 엄마에게 대체 무슨 잘못이 있나요? 엄마는 나에게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안겨주었잖아요. 아빠가 집을 나간 어느 날, 엄마는 나를 데리고 옥상에 올라가 같이 죽자고 말했어요. 무서워 울기만 하던 나는 엄마와 불안정 애착을 형성하게 되었죠.

엄마는 자신의 모든 삶을 걸고 간절히 알고 싶었으니까요. 이렇게 이미 죽은 자처럼 무가치하게 버려진 자신이라도, 죽지 말고 나랑 같이 살자고 말해줄 수 있는 누군가가 이 세상에 정말로 존재하는지를, 그러한 자애의 손길이 이 세상에 정말로 존재하는지를 너무나 간절히 알고 싶었으니까요. 그렇게 엄마는 나를 부처님으로 보고 있었어요. 그리고 자신의 손으로 직접 부처님의 가슴에 날카로운 독화살을 날렸던 것에, 엄마는 잠든 부처님의 얼굴을 보며 매일밤 소리죽여 통곡했죠.

엄마, 엄마에게 대체 무슨 잘못이 있나요? 엄마가 직장일도, 집안일도 홀로 다 떠맡아야 했던 초인이었던 게 잘못이었나요? 엄마가 그러한 와중에도 시간을 내어 자기계발서를 읽으며 발달심리학의 이론에 따라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지 못했던 게 잘못이었나요? 엄마가 신이 될 수 없었던 게 잘못이었나요?

소심해서 친구도 얼마 없던 엄마가, 내 친구를 만들어주려고 엄마들 모임에 나가 고개숙여 얼굴을 붉힌 채 뻘쭘히 앉아만 있어야 했던 게 그렇게 잘못이었나요? 엄마의 말을 전혀 듣지 않는 아빠에게, 제발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게 하려는 간절한 바람으로 크게 소리 지르는 모습을 나에게 보이게 된 게 그렇게 잘못이었나요? 엄마가 외로워서 죽을 것 같아, 동네 꽃집아저씨랑 얘기를 좀 하다가 내 저녁을 챙겨주지 못하는 게 그렇게 잘못이었나요?

엄마, 엄마에게 아무 잘못이 없어요. 엄마가 더 강하게 서야 하고, 엄마가 더 중심을 잡아야 하며, 엄마가 더 힘내야 한다는 거짓말들에 속지 마세요. 인간의 모든 문제는 엄마가 양육을 잘못했기 때문이라며 엄마를 죄인으로 모는 재판관들에게 겁먹지 마세요. 자식에게 욕망을 투사하지 않고 건강한 애착을 형성하는 진정한 엄마가 되는 법을 알려주겠다는, 자기 자식들과 사이가 좋지 않은 심리전문가들과 애착을 형성하지 마세요.

엄마, 엄마가 꼭 기억해야 할 건 이거 하나에요. 엄마의 아이인 나에게 아무 문제가 없어요. 그러니 엄마에게도 아무 문제가 없어요. 그렇게 내가 온전하듯, 엄마도 온전하세요. 나는 늘 엄마 편이에요.

[불교신문3226호/2016년8월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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