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교구 송광사 진화스님

훌륭한 수행환경 마련 위한

안정적 수행도량 방안 집중

예측할 수 있는 예산확보로

출가자 감소 문제 해결 진력

송광사 주지 진화스님은 근래들어 ‘얼굴에서 맑고 편안한 기운이 나온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스님은 “요즘이야말로 중노릇 제대로 한다”고 고백하면서 “대중생활이야말로 참수행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조계총림 송광사 주지 진화스님과 인터뷰 약속을 했지만 뒤늦게 후회가 밀려왔다. 호랑이 보다 더 무섭다는 여름손님이 되어야 할 판이다. 더구나 삼복더위에 송광사를 찾는다는 것은 이만저만 민폐가 아닐 수 없다. 송광사는 여느 사찰과 달리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盆地)여서 유달리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춥다.

지난 7월26일, 중복을 하루 앞두고 송광사를 찾았다. 주지 스님의 거처인 ‘목우헌’에 들어서자 사방의 문이 열려있어 탁 트인 누각에 앉은 듯하다. 그래도 바람 한 점 없고 선풍기조차 보이지 않아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송광사는 보조국사 이래 16분의 국사를 배출한 명실상부한 승보종찰입니다. 오직 수행을 위한 도량으로 다른 사찰과 달리 세 가지가 없어 ‘3무(三無)사찰’이라고도 합니다. 돌로 된 탑과 석등이 없고, 문자에 얽매여 알음알이가 생기지 않도록 법당 기둥에 주련이 없으며, 수행에 방해되지 않도록 처마 끝에 풍경이 없습니다.”

국사봉을 바라보고 자리한 목우헌에서 선풍기를 찾으려다가 스님의 첫마디에 주눅이 들고 말았다. 이렇듯 목우자 지눌스님 이래 깨침을 향한 수행정신은 목우가풍(牧牛家風)이 되어 오늘에 이른다. 지난 2월, 송광사 제368대 주지로 취임한 진화스님은 취임 일성으로 “보조국사가 정혜결사를 단행한 승보종찰의 수행정신 회복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5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했다. 스님이 대답 대신 먼저 빙긋이 웃는다. “그렇지 않아도 ‘신임 주지가 왔으니 무슨 일을 벌일까’ 어른 스님들의 염려가 많았습니다. 총림은 수행도량인데 행여 수행에 번잡스런 일을 하지 않을까 걱정했던 것이죠. 저 또한 새로운 일을 벌이기보다 어른 스님들과 상의해 총림을 외호하는데 주력하고자 합니다. 대중들이 수행 잘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불사입니다.”

송광사는 6·25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이후 수행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건물불사가 끊이지 않았다. “이제 하드웨어(건물불사)는 어느 정도 갖춰졌고, 수행에 어려움 없도록 시스템을 갖추는데 힘쓸 때”라는 것이 스님의 생각이다. 총림이 제대로 돌아가도록 외호하기 위해서는 살림살이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진화스님은 “올 한해는 대중과 함께 어울려 사는데 주력하겠다”며 “내년부터 미래를 향한 조계총림 청사진을 구체적으로 펼쳐갈 것이다”고 말했다. “수행자는 대중과 함께 사는 것 그대로가 참 정진입니다. 10여년 넘게 도회지로 포교한다고 나가있었는데, 주지 소임을 맡아 대중처소에 살게 되어 큰 복이라 여기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근래들어 진화스님을 만나는 이들은 하나같이 ‘얼굴에서 맑고 편안한 기운이 나온다’고 말한다. 스님은 대중생활이 주는 선물이란다. 대중생활이야말로 참 수행이기에, 곧 수행의 결과이기도 하다.

“요즘 제대로 중노릇하고 있다”고 고백하는 진화스님은 매일 새벽예불을 마치면 응진전을 찾아 기도를 한다. 응진전은 국사전, 하사당과 함께 송광사에서 가장 오래된 전각으로 16나한이 모셔져 있다. 스님은 16나한과 일일이 눈을 맞추며 ‘도량 평안’을 발원한다. 승보종찰이자 총림, 여기에 교구본사 주지라는 소임이 얼마나 무거운지 여실히 보여준다. 반면에 종무소 소임자들은 지난 5개월을 ‘긴장의 연속’이라고 평했다. 서울 봉은사 주지, 한국불교문화사업단장 등 종단에서 굵직굵직한 일을 맡은 진화스님은 종무행정에 있어 경지에 이르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진화스님은 총림의 살림살이를 파악하기 위해 종무소 소임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함께 했던 것이다.

“조계총림은 선원 강원(승가대학) 율원 등 다양한 수행기관이 전통을 지키며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 종무소의 역할은 훌륭한 수행환경을 마련하는 것인데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문제는 대중 숫자에 비해 살림살이가 빠듯해 미래 청사진을 구상하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진화스님은 총림의 종무행정을 파악하고 난 뒤 ‘안정적인 수행도량’을 위한 방안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예측할 수 있는 예산확보’라는 결론을 내렸다. 총림의 예산을 예측할 수 없으니 향후 계획을 세울 수 없는 것이다. 여기에 하나 더, 진화스님은 한국불교의 문제점으로 ‘근래들어 출가자가 급감하고 있는 것’을 지적했다. 스님은 “송광사는 정혜결사 정신이 살아있는 승보종찰이기에 더 많은 이들이 송광사로 출가하도록 수행정신 회복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출가자 문제 해결은 종단에서 추진중인 출가 콘서트도 필요하지만 먼저 여법한 수행도량과 수행정신 회복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조계총림에서는 오직 수행만 할 수 있도록 ‘승려복지’를 고민하고 있다. 스님이 생각하는 승려복지는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거처 △몸이 아플 때 치료받을 수 있는 보장 △노후연금이다. 진화스님은 “임기중에 송광사 재적승은 본사에서 승려복지를 책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굳은 각오를 보였다.

진화스님의 시스템 불사는 총림에 한정하지 않는다. 말사가 산재해 있는 광주, 화순, 순천, 고흥 등의 지역별 교구행정에도 힘쓰고 있다. 교구장인 진화스님은 지역마다 간담회를 개최하고 사암연합회 결성을 독려하고 있다. 사암연합회 결성이 늦어지고 있는 지역은 관내 송광사 말사 스님들을 중심으로 정기모임을 갖도록 했다. 지난달에는 순천사암연합회를 결성했고, 순천경찰서가 사암연합회 소속 스님 8명을 경승으로 위촉했다.

화순사암연합회는 올해 처음으로 부처님오신날 연등축제를 개최해 지역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광주는 증심사, 원효사, 무각사 등 송광사 수말사가 참여하고 있는 광주불교연합회를 중심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광주불교연합회가 개최하는 관등법회는 전국서 손꼽히는 불교행사로 주목받고 있다.

스마트폰에서 폭염주의보를 알리는 재난경보가 울렸다. 명당자리를 증명이나 하듯 목우헌 더위는 언제였냐는 듯 사라졌다. 작은 체구에서 풍기는 스님의 기상이 조계산만큼이나 커 보여 ‘마음에 새겨둔 경구’를 물었다. 진화스님이 강원을 마치고 은사인 보성스님을 찾았단다. 은사 스님은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이란 글씨를 써 주었다. 그 후 ‘머무는 곳마다 주인이 되라’는 이 글귀는 어디를 가나 수행자로서 흐트러짐 없이 살도록 하는 길잡이가 되었다.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스님에게서 한 마리의 고니가 연상됐다. 물위에서는 평안한듯하지만 물 아래에서는 한없이 발길질을 해대는 고니. 스님은 조용한 듯 하지만 한시도 쉬지 않고 조계총림만 생각하고 있다. 목우헌을 나서는데, 마침 예고없이 스리랑카 불교지도자 일행이 주지 스님 친견을 요청해 왔다. 또 한 무리의 여름 손님들이 목우헌으로 들어섰다.

‘國師 잇기’ 프로젝트

호남불교문화 1번지 ‘기대’

진화스님은 안정적인 예산확보를 위해 ‘승보종찰 송광사’라는 브랜드에 주목하고 있다. “목우가풍 아래 올곧게 정진하고 있는 조계총림은 곧 한국불교의 미래입니다. 송광사는 송(松)자를 풀어쓰면 18분의 국사(十八公)가 나온다 하여 이름 붙여졌습니다. 앞으로 두 분의 국사뿐 아니라 큰 스승이 계속 나올 수 있도록 국민 모두 힘을 모아야 합니다.”

진화스님은 이를 위해 불자뿐 아니라 전 국민이 참여하는 ‘(가칭)승보종찰 국사 잇기 프로젝트’ ‘송광사 후원회’ 결성 등 다양한 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진화스님은 “송광사는 이야기가 많은 사찰”이라며 “스토리텔링을 통한 불교문화 알리기와 포교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그 중심은 새로 신축중인 성보박물관이다. 내년에 개관 예정인 성보박물관은 불교문화 스토리를 발굴하고 다양한 강좌와 문화축제를 개최해 호남의 불교문화 일번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찰은 스님만을 위한 도량이 아닙니다. 템플스테이 뿐 아니라 ‘7일간의 수행정진’ 등 재가자를 위한 수행 프로그램도 운영하겠습니다. 내년이면 템플스테이 전용관이 두 채 건립되어 더 많은 재가자들이 정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송광사에서 재가자가 수행하기 위해서는 갖춰야할 시설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협소한 공양간.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공양간 불사가 내년이면 마무리된다. 현재 종무소 자리에 조성하는 새로운 공양간은 400명이 동시에 공양할 수 있다. 여기에 송광사가 나주 빛가람 혁신도시에 마련한 포교당 부지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불사를 시작한다. 송광사 빛가람 포교당은 혁신도시 특성을 살려 어린이와 젊은층을 위한 포교공간을 마련할 예정이다.

[불교신문3225호/2016년8월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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