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양사 장경사 동련, '사랑해 명상캠프'' 개최

“엄마는 말로만 나를 사랑하는 것 같아요. 성적이 조금만 떨어져도 눈에서 불이 나와요.” “우리 아빠는 공부 잘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라고 야단을 치는데 아빠는 맨날 술마시고 밤늦게 들어와요.” 지난 13일 고불총림 백양사 교육관에 40여명의 중고생들이 모여앉아 자신의 감정 생각과 만나는 이른바 ‘힘든 마음 공개하기’ 시간을 가졌다.

청소년기에 가장 힘든 감정과 생각은 학업스트레스를 시작으로 부모의 기대감, (이성)친구관계 순이다. 명상심리학으로 박사과정을 마친 비구니 혜타스님은 이같은 아이들의 고민거리를 색깔이나 모양, 소리로 표현하게 했고 가능하다면 몸짓으로 분노나 화, 억울함 등을 말하도록 유도했다. 

이후 저녁공양과 청소를 마친 조용한 저녁시간 다시 감정과 생각을 해결하는 멍석을 폈다. 이 자리에선 먼저 스님이 질문을 던졌다. “감정이나 생각으로 압도되었을 때 내린 결정이나 행동이 너를 이롭게 했니?” “그 행동의 결과로 네가 바라던 것을 얻을 수 있었니?” 스님은 설명한다.

“화나고 짜증날 때 마음속으로 느꼈던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을 잠시 멈추고 호흡에 하나 둘 셋 숫자를 붙이면서 숨쉬는 것에 마음을 집중해봐요. 열을 받거나 가슴이 떨리는 마음이 생긴다면 그곳을 알아차린다고 생각해 보세요.” 아이들은 어리둥절해 하고 자신의 고민이 실질적으로 해결된건지 의아해 하지만, 얼굴에는 금세 평온함이 번진다.

이같은 평온함으로 ‘내 마음 나무 심기’를 진행한다. 뿌리에는 부모님의 장단점, 나무기둥에는 자신의 장단점, 마지막 나무줄기 끝 열매엔 미래에 성인이 된 후를 상상하면서 자신의 자랑스러운 부분을 적는다. 아이들에겐 주입식으로 알려주고 강조하고 설득시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눈으로 보여주고 마음으로 다짐할 수 있도록 그 마음을 일으켜 주는 것이 관건이라는 혜타스님의 운영원칙은 이처럼 프로그램 곳곳에 심어져 있다.

이 행사는 사찰에서 화랑의 기운을 얻어 바다와 같은 마음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 해서, ‘사랑해(寺郞海) 명상캠프’로 이름지었다. 고불총림 백양사와 용인 장경사, (사)동련이 공동으로 마련했다. 8월12일부터 14일까지 2박3일간 알차게 구성됐다. 특히 프로그램을 전반을 기획하고 진행한 혜타스님은 다년간 지방법원 상담위원을 지냈고 조계사에서도 6년여간 신행상담을 도맡아 한 불교상담계 ‘스타 스님’이다.

스님의 전문성에 힘입어 오감명상을 통해 마음을 알아차리는 시간도 가졌다. 자기 마음에 드는 만다라 앞에 촛불을 밝혀두고 촛불에 마음을 집중하는 ‘자애명상’ 시간은 여중생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았다. ‘모두모두 주인공’이란 주제로 몸을 풀고 실시한 ‘바디스캔’은 몸과 마음이 하나로 일체되는 순간이다. 바닥에 반듯이 누워서 눈을 감은 채, 머리 위로 밝고 하얀 빛이 내려온다고 상상하면서 그 빛이 어깨와 두 팔 가슴, 아랫배 허벅지 발바닥까지 느끼는 과정이다.

스님의 지시대로 숨을 들이쉬고 내쉬면서 마음속으로 이야기한다. ‘나는 편안하다’, ‘나는 고요하다’, ‘나는 행복하다’…. 스님의 목소리가 자장가로 들리면서 조금씩 멀어진다. 아이들은 너나없이 단잠에 빠져들었다.

한여름 새소리 매미소리 들으며 꿀맛같은 낮잠을 자고 일어난 아이들은 곧바로 백양사 인근에 있는 국립공원 남창계곡으로 향한다. ‘계곡명상’으로 잠시 마음을 고요하게 만드는가 싶더니, 이내 물장난 물놀이에 푹 빠진다. 38도가 웃도는 한여름 무더위로 일부 프로그램을 생략하고 반나절을 물놀이로 대체했다.

이번 명상캠프는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음식이다. 두 번의 발우공양을 했지만 매번 네다섯가지 맛깔스런 반찬이 나왔고 아침공양은 아이들 소화를 돕기 위해 누룽지와 죽을 끓여주기도 했다. 청소년포교에 남다른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는 백양사 주지 토진스님의 정성과 백양사 대중 스님들의 배려로 이뤄졌다. 수박은 기본이고, 아이들이 열광하는 떡꼬치, 파인애플바, 샌드위치까지 선보였고, 물놀이때는 모짜렐라햄버거에 콜라가 등장해 참여학생들이 소스라치게 놀라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음식 뿐만 아니라 백양사는 템플스테이 등 사중행사를 일체 자제하고 명상캠프 참가학생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로 '올인'했다. 절에 오면 무조건 말을 아껴야 하고 행동거지를 조심해야 하기에 아이들이 부담을 느끼곤 하지만, 백양사 주지 스님 이하 대중 스님들은 다소 시끄럽고 밤늦게 경내를 돌아다녀도 모두 허용했고 허락했다. 덕분에 대다수 아이들은 캠프 첫날밤 한밤중에 도량으로 떨어지는 별똥별을 봤다며 '유세'를 떨기도 했다.

최미선 (사)동련 사무국장은 “수십년간 여름캠프를 진행해왔지만 이번처럼 먹거리가 풍성한 적은 없었다”고 환하게 웃었다. 최 국장은 또 “자칫 지루하고 어렵고 불편할 수도 있는 프로그램이지만, 맛있는 간식을 나누고 서로 배려하면서 정말 의미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며 “대부분 아이들이 다시 꼭 오고 싶다는 피드백을 달았다. 혜타스님의 열정과 정성이 큰 몫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사랑해 명상캠프’는 14일 마지막날 법당에서 정좌명상을 끝으로 마무리했고, 고불총림 백양사 주지 토진스님이 아이들과 만나 덕담을 전하고 수료증을 수여했다. 토진스님은 특히 '지혜의 눈을 뜨시라'는 가르침과 더불어 참가 학생에게 일일이 눈을 맞추고 연비를 하며 정성을 쏟아 눈길을 끌었다. 토진스님은 교구본사 차원에서 미래동량인 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힐링프로그램을 만들어 정례적이고 체계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이른바 '청소년 마음치유 도량'의 이름으로 아이들이 절에서 마음껏 놀고 쉬고 먹고 치유받을 수 있는 여건을 구비한다는 계획이다. 

혜타스님은 "백양사 주지 스님의 전폭적인 지지와 청소년 치유와 포교에 남다른 관심과 애정 덕분에 이번 행사를 무사히 잘 치르게 됐다"며 "아이들과 더불어 한여름 가장 아름답고 유의미한 추억을 만든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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