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집, 위안부 역사관 개관 18주년 행사

8월13일 경기도 광주 나눔의집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개관 18주년 행사에서 '아리랑'을 부르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박옥선 할머니.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 ‘아리랑’이 흘러나오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박옥선 할머니(92) 코끝이 금세 빨개졌다. 18살 꽃다운 나이, 중국 헤이룽장성 목릉 인근의 ‘위안소’에 끌려가 4년 동안 성노예 생활을 했던 박 할머니는 "고향 생각이 날 때마다 아리랑을 부르곤 했다”며 “그토록 돌아오고 싶던 내 나라가 우릴 버렸다"고 했다.

광복 71주년을 이틀 앞둔 오늘(8월13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 나눔의집(이사장 월주스님)이 경기도 광주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에서 개관 18주년 행사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나눔의집 원장 원행스님, 광주불교사암연합회장 무진스님, 부원장 호련스님을 비롯해 소병훈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등 200여명이 참석했으며 개관 18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문화공연 등이 진행됐다. 

특히 이날 나눔의집은 피해 할머니들의 반대에도 한일 위안부 합의가 진행 중인 것과 관련 “피해 당사자 없는 합의는 무효”라고 주장하며 합의 철회를 촉구했다. 한일 양국은 지난해 '최종적' '불가역적'이라고 명시한 위안부 합의 후, 한국 정부는 지난 7월 위안부 피해자 지원재단인 '화해‧치유재단'을 설립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내달 중 10억엔(약 108억원)을 출연하기로 하며 합의안을 이행 중에 있다.

원행스님은 이날 역사관 개관 18주년을 축하하면서도 한국 정부에 피해 당사자들의 마음을 헤아릴 것을 요청했다. 스님은 “7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광복은 오지 않았다”며 “정부는 할머니들이 줄기차게 주장해온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을 다시 생각해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피해 할머니들의 증언을 잊어선 안된다”며 “역사관을 살아있는 증언의 장으로 만들어 일본 정부에 진정한 사죄를 촉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스님은 위안부 합의안에 대해서도 합의안에 총리가 아닌 외상이 대독 사과를 한 점, 주범을 명시하지 않은 점, 법적 배상이 아닌 인도적 지원이라고 명시한 점 등을 언급하며 “진실보다는 변명을 위한,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를 위한 옹졸한 합의’라고 비판했다.

안신권 나눔의집 소장은 “합의안과 상관없이 일본과 미국을 방문해 국제사회에 일본의 전쟁 범죄를 알리고 피해자 명예회복을 위한 사업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며 “피해 당사자인 할머니들을 배제한 합의안은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했다.

현재 나눔의집에는 정복수 김순옥 하점연 박옥선 하수임 김군자 이옥선 강일출 김외한 이옥선 등 10분이 생활하고 있다.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38명 가운데 생존자는 40명(국내 38명, 국외 2명)뿐이다.

한편 개관 18주년을 맞는 역사관은 잊혀져가는 일본 전쟁 범죄를 고발하고 피해자 명예회복을 위해 지난 1988년 설립됐다. 지난해 새단장을 마치고 세계 최초 인권 테마 박물관으로 재개관 했으며 피해 할머니들의 육성 증언과 유품 등 증거 자료, 일본군의 만행을 기록한 영상물 등을 전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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