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수수 혐의로 현직 검사장이 구속된 사상 초유의 사건으로 온 나라가 여전히 떠들썩하다. 우리나라 온라인 게임업체를 대표하는 넥슨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 100억 원이 넘는 주식 차익을 얻고, 고급차량을 공짜로 얻어 탄 혐의를 받아온 진경준 검사장이 뇌물죄로 구속됐다. 언론의 추적 보도와 여론을 의식한 특임 검사팀의 강도 높은 수사로 검찰권력의 민낯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막강한 힘을 가진 검사장과 ‘돈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대기업 회장 간에 얽힌 검은 고리가 법과 정의 앞에 치부를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다.

그야말로 ‘인과응보(因果應報)’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여실히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진 검사장과 비슷한 사례로 이완구 전 총리는 고(故)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과의 부적절한 관계가 드러나 뇌물죄로 재판을 받고 있다. 조만간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넥슨 사이의 의심쩍은 거래도 규명될 것이다.

불자 기자인 나는 사회적 현상을 늘 인과응보의 관점에서 보는 습관이 있다. 또 대부분의 현상들은 인과응보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믿음도 확고하다. 그런데 몇 달 전 이 믿음을 흔드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5월31일 밤 9시50분 경 광주시 북구의 한 아파트 출입구에서 이 아파트에 사는 전남 모 군청 30대 공무원이 아파트에서 투신한 20대 공무원 준비생과 충돌해 임신 8개월 아내와 6살 난 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졌다.

나는 이 사건이 매우 황망했다. 인과응보의 원리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윤회(輪回)와 전생(前生)이 생각났다. 경전에 보면 부처님은 여러 곳에서 중생의 전생을 살펴본 뒤 현실을 설명한다. 여기에 비추어 보면 30대 공무원은 20대 공무원 준비생과 전생에 인연이 있었을 것이다. 나아가 <금강경> 제16 능정업장분(能淨業章分)의 앞부분을 보면 안타까운 공무원의 죽음을 더 확실하게 설명할 수 있다. 부처님은 “만약 금강경을 간직하고 공부하는 사람이 멸시를 당한다면 그 사람은 전생의 업으로 악도에 떨어져야 하나, 지금 멸시를 당함으로써 전생의 업이 사라지고 최상의 보리심을 얻는다”고 말씀하셨다. 이 말씀에서 유추해보면 공무원의 불운한 죽음은 전생의 업장을 소멸하는 것이니, 전적으로 억울하거나 무의미한 것은 아닌 셈이다.

최근 봉화 축서사 무여큰스님에게 이 생각이 합당한지를 여쭈었다. 스님께서는 “인과는 복잡하고, 윤회 전반에 걸쳐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꼭 집어 설명할 수는 없지만 법계에서 인과를 벗어나는 일은 없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더 이상 인과응보에 대해 의심하지 않는다. 그리고 내게 주어진 일은 오직 수행과 정진으로 선업(善業)을 쌓는 일이다. 나무 비로자나불 나무 비로자나불 나무 청정법신 비로자나불.

[불교신문3224호/2016년8월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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