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법계와 천문학

이시우 지음/ 도피안사

별과 은하, 우주의 원리에는

인간과 자연 이치가 담겨 있다

그것이 연기·제행무상

인드라망 등 부처님 가르침

 

인간의 관점에서 우주 보지말고

우주 관점에서 인간이 따라야 할

화엄세계를 살펴본다면

마음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국내 1호 천문학자, 이시우 박사다. 서울대 천문학과를 졸업해 미국 웨슬리안 대에서 학업한 이 박사는 그동안 서울대 천문학과 교수로 퇴임한 이후 천문학과 부처님 가르침의 연관성을 밝히는데 정열을 쏟고 있다. 이시우 박사가 화엄사상과 천문학의 연관성을 밝힌 <화엄법계와 천문학>을 펴냈다. 어려울 것 같은 주제이지만, 쉬운 문장으로 화엄사상과 천문학의 이치를 소개하고 있어 웬만한 지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

“수천억 개의 별들과 성간물질로 구성된 집단을 은하라 부른다. 우리 은하계처럼 나팔선을 가진 은하에는 태양 질량의 수십 배 되는 무거운 별에서부터 0.01배 되는 작은 별까지 다양한 별들이 분포한다. 그리고 성간물질에서는 지금도 별이 탄생되고 있다. 은하들은 군집 경향을 띠고 있는데, 집단이 클수록 더 안정하기 때문에 생기는 결과다. 이러한 경향은 인간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인구가 많을수록 국가가 안정되고, 같은 부류의 집단은 함께 있을수록 더욱 안정하다. 핵가족보다 대가족이 더 안정된 것과 같다. 이시우 박사는 은하의 모습을 통해 우리 사회의 모습을 고찰한다. “자연이나 인간사회에서 일어나는 충돌현상은 언제나 적극적인 연기관계를 이끌어 간다. 인간 사회에서는 직접 충돌보다 가까이 지나는 조우 현상이 더 많이 발생한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것이 바로 조우에 의한 연기관계를 뜻한다”는 이 박사는 “우주의 원리와 인드라망, 연기의 가르침을 알면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방향이 명확히 보인다”고 말한다. 

여러 형태의 은하계 모습. 타원, 나팔형 등 다양한 은하계가 화엄세계를 구성하고 있다.

“우주 내 만물은 물질의 속성인 우주심을 지닌다. 이것의 근본 특성은 최소작용의 원리에 따른 무위적 진화다. 개체들은 서로 간에 에너지의 수수교환으로 모두가 초기의 고유 자성을 잃으면서 안정된 이완상태로 진행해 간다. 따라서 자신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삼세의 흐름에 무관한 채 무위적 우주질서에 따라 계속 진화해 갈 뿐이다.”

별이나 은하 등 거대한 물질 역시 고유한 자성을 유지할 수 없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진 일체개고, 제행무상의 원리가 인간에게도, 우주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시우 박사는 “결국 아집과 법집(法執)도 없이 모두가 동등한 존재자로 함께 열반에 이르게 된다. 집단 연기에서 역학적 진화의 과정을 거쳐 안정된 이완상태에 이르면서 집단의 고유한 특성이 형성된다. 이것이 집단의 열반적정의 경지이며, 여기에 무위성, 평등성, 보편성, 이완성 등이 내포된다”고 설명한다.

인간은 결국 우주의 한 구성요소일 뿐이다. 거대한 우주에서 보면 존재감도 거의 없다. 이 박사는 “그래서 인간은 우주적 질서의 조화를 따르는게 마땅하다”고 강조한다. 우주심으로 볼 때 인간의 근본적인 마음(佛性)을 지니고 있지만, 번뇌망상의 생동심에 의해 잘 나타나지 않을 뿐이란다. 즉, 수행을 통해 생동심을 제어하면 가려졌던 본성, 즉 불성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런 가르침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화엄의 세계’와 우주의 이론이 다르지 않다는 것이 이 박사의 설명이다.

“다른 종교와 달리 불교는 신앙체계 이전에 진리체계를 내포하고 있다. 불교는 일종의 우주철학”이라는 이 박사는 “대승불교는 인간을 중심으로 한 소승적 불교가 아니라 우주 만유의 생명체를 두루 포함한 사고를 담고 있다. 인간의 관점에서 우주를 보지 말고, 우주의 관점에서 인간이 따라야 할 화엄세계를 살펴본다면 마음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시우 박사는 서울대 천문학과를 졸업하고 이론물리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웨슬리안대에서 천문학 석사를, 호주국립대에서 관측천문학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서울대 천문학과 교수를 역임했으며 한국과학기술원 한림원 종신회원으로 있다. 주요 저서로 <태양계 천문학> <천문학자와 붓다의 대화> <연기와 우주 인드라망> 등이 있다.

[불교신문3223호/2016년8월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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