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 비판에 대한 단상

숭산스님의 제자로 예일대를 졸업하고 하버드대에서 수학한 현각스님(독일 불이선원장)이 SNS를 통해 한국불교에 대한 실망을 드러낸 이후 교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각스님은 7월28일 SNS에 “8월 한국을 방문해 화계사로 가서 은사 스님의 부도탑에 참배하고 지방 행사에 참석한 뒤 한국을 떠날 준비를 하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나 현각스님은 7월31일 한 일간지에 보낸 이메일을 통해 “(자신의) 말의 뉘앙스가 완전히 오해됐다”면서 “(조계종이나 한국불교를 떠난다는) 결정이 없다는 걸 알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현각스님 입장이 사회적 파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중앙승가대 교수 자현스님이 SNS를 통해 “현각(스님)의 비판은 외국 승려가 얼마나 이기적인 시각에서 한국 문화를 보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면서 “더구나 (한국에) 25년이나 살고도 우리 전통문화를 존중하지도 문화적 다양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은 그가 얼마나 자기 우월주의에 빠진 사람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본지는 현각스님에 대한 자현스님의 입장을 보다 상세히 듣기 위해 원고 집필을 부탁했다. 그 가운데 첫 번째 원고를 싣는다. <편집자>

  자현스님
무더위 속에 현각스님이 페이스북에 올린 한국불교에 대한 비판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SNS가 가지는 개인성과 공동성이라는 이중구조의 무서움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철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나 역시 ‘비판적인 유희’를 즐기는 사람이다. 그러나 현각스님의 비판은 25년 이상 화두선을 한 선승으로는, 너무 무디다는 점에서 놀랍다. 새로운 뼈아픈 지적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또 오랜 시간을 우리나라에서 살았음에도, 한국문화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역시 무척이나 흥미롭다.

현각스님의 비판논점을 정리하면, ‘①유교적 관습·②남녀·국적 차별·③형식주의·④기복祈福주의·⑤스님과 신도의 차등·⑥외국승려는 장식품’이라는 총 6가지이다. 이 중 ①②③은 한국문화라는 큰 범주 속의 불교비판이며, ④⑤⑥은 불교만 해당되는 비판이다. 이 중 본고에서는 먼저 한국문화 속의 불교비판 부분만을 다루어 보고자 한다.

①②③은 조선을 거친 성리학문화에 따른 한국문화적인 특징이 불교에도 잔존하는 부분이다. 그러므로 이는 불교비판이라기 보다는 한국문화 비판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

사실 나는 ④⑤⑥의 불교비판보다, 오히려 ①②③의 한국문화에 대한 비판이 더 실망스러웠다. 한국문화니까 무조건 옳다는 의미는 아니다. 우리 역시 유교문화의 문제점을 시정하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한국을 선택한 외국인으로서 25년 이상을 산분의 비판으로는, 이것이 자기 우월주의와 문화적 독선에 빠져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즉 미국우월주의 속에서 우리의 전통문화에 대한 존중의 자세 없이 살아온 흔적이 고스란히 읽히는 대목인 것이다.

현각스님은 제대로 한국말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하버드라는 유교문화 속에 존재하는 사대주의와 학벌주의에 의해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분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당신이 비판한 유교문화가 스님의 한국불교에서의 위치를 만들어준 셈이다. 덕분에 이분은 모든 승려가 경험하는 한국불교의 낮은 자리를 경험해 볼 기회가 없었다. 즉 현각스님에게 한국불교와 한국이라는 나라는 너무 쉬웠던 것이다. 이것이 현각스님으로 하여금 몸은 한국에 있지만 미국우월주의라는 독선에 갇혀 있도록 한 원인은 아니었을까?

현각스님은 당신의 글이 일파만파가 되면서 사회문제화 되자, 중앙일보에 이메일을 보내 진화에 나섰다. 그런데 그 방어논리가 ‘한국어가 부족해서’라는 것이다. 이게 25년 이상을 한국승려로 산분의 변명이라는 점이 놀랍기만 하다.

우리가 미국이나 유럽 같은 선진국에 가면 그 나라 말을 배우려고 한다. 그런데 동남아나 남미에 가면 그곳의 언어를 배우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것은 내면에 ‘문화적 경시’라는 장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각스님의 한국어 수준 역시 이것을 반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상대국가의 문화를 존중하는 것은 양식 있는 사람으로서는 기본소양일 뿐이다. 불교의 역사를 보면 불교는 언제나 전파된 지역의 전통문화를 존중하고 그 문화와 함께해왔다. 이것이 불교가 화해와 공존의 종교로 불리는 이유이다. 현각스님이 속해있는 선불교 역시 이렇게 만들어진 중국불교 안에 존재한다. 이런 점에서 스님의 한국문화 비판은 한국불교를 넘어서 한국인을 낮추어본 편협한 오만이라는 재비판을 면할 수 없다.

스님의 비판이 조계종이 거듭날 수 있는 뼈아픈 비판이었더라면 더 없이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너무도 범범한 비판이 한국불교의 훼손과 소모성으로만 치닫고 있는 것 같아 못내 아쉽다.

자현스님 = 동국대 철학과와 불교학과 졸업. 성균관대 동양철학 비교철학, 동국대 미술사학 불교건축, 고려대 불교철학, 동국대 역사교육학 한국고대사 전공으로 박사학위 취득. 현재 중앙승가대 불교학부 교수, 제4교구 본사 월정사 교무국장, 조계종 교육아사리, 불교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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