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진노인종합복지관 청소년 자원봉사학교 현장

 안구질환 안경 쓰고

모래주머니도 차고

2인1조로 휠체어도 타며

청소년 16명 노인생애체험

“앞이 하나도 안 보여요. 선생님, 어떻게 걸어 다녀요?”, “불편해요. 몸이 무거워져서 잘 움직일 수 없어요.”, “어르신들은 젊은이들에 비해 시야가 줄어들기 때문에 앞이 잘 안보일 수 있어요. 움직이는 것도 쉽지 않으니 지팡이에 의지에 천천히 걸어보세요.”

지난 7월27일 오전, 서울 광진노인종합복지관에서 노인생애체험을 하는 청소년들이 답답함과 어려움을 토로했다. 복지관을 찾은 청소년들은 광진노인종합복지관(관장 화평스님)이 여름방학을 맞아 지난 7월26일부터 27일까지 실시한 ‘제17기 청소년 자원봉사학교’ 참가자들이다.

이번 봉사학교에는 지역 중·고생 16명이 참가했다. 복지관을 이용하는 노인들은 방학을 맞아 평소 못했던 게임을 실컷 하기도 하고 친구들과 뛰어 놀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지만 자원봉사를 하겠다고 온 손주, 손녀들이 기특한 모습이었다. 서로 장난치며 연신 밝은 모습으로 봉사에 나선 이들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광진노인복지관 자원봉사학교는 1·3세대 통합에 중점을 두고 있다. 우리사회가 핵가족화되면서 평소 노인세대들과 교류가 없었던 청소년들이 단순히 봉사를 체험하는 것이 아닌 노인세대를 이해하는 시간으로 진행되는 점이 특징이다. 청소년들은 기본적인 소양교육을 받고 경로당과 광진데이케어센터, 복지관에서 각각 봉사를 진행하고, 노인생애체험을 통해 봉사의 대상이 되는 노인세대의 생활을 간접적으로 체험했다.

노인생애체험에 나선 청소년들은 팔목과 발목에 모래주머니를 차거나, 팔과 다리를 들어 올리거나 허리를 굽히기 어렵도록 몸에 6㎏ 상당의 보조기구를 착용했다. 노인들의 안과질환을 체험하기 위해 시야를 20%정도 좁히는 안경도 썼다. 처음에는 노인 체험복을 신기해하고 안경을 보며 선글라스를 착용한 듯 멋을 내던 청소년들도 시야가 좁아지고 활동이 불편해지자 불편함을 나타냈다.

거동이 불편한 상황을 고려해 휠체어 체험 시간도 진행됐다. 친구들과 2인 1조로 짝을 이뤄 휠체어를 체험했다. “휠체어에 앉으신 노인들이 불안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엘리베이터에 탑승할 때는 뒤로 밀어야 한다”는 사회복지사들의 설명에 조심스레 휠체어를 끌었다. 휠체어에 앉아 마주한 세상은 평소 보던 세상과 다른 모습이었다. 눈높이도 달라지고 쉽게 올라가던 얕은 문턱도 휠체어를 끌고 올라가기 쉽지 않았다. 문턱 앞에서 쿨럭 거리는 휠체어가 넘어질세라 마음을 졸이기도 했다.

노인생애체험을 마친 청소년들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전달한 ‘효(孝) 케이크’ 직접 만드는 시간을 가졌다. 효 케이크는 이날 복지관 행사로 진행된 ‘재가어르신 생신잔치’에서 생일을 맞이 복지관 이용 노인들에게 전달됐다. 1박2일간 진행된 봉사학교를 통해 청소년들은 노인들의 삶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보냈다고 소감을 밝혔다.

윤영성(서울 구의중3) 군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몸이 불편하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직접 체험을 해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더 불편하고 확실히 어려움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앞으로 어르신들이 보면 조금 더 잘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권영헌(서울 구의중3) 군도 “노인들에 대해 조금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직접 휠체어를 타고 움직여보니 힘들다”며 “봉사학교에서 노인체험도 하고 봉사도 하면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위해 노력하고 도움을 드릴 수 있어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관장 화평스님은 “자원봉사학교는 봉사점수를 따기 위해, 단순히 시간 채우기 식의 봉사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들이 봉사의 의미를 깨닫고 성인이 되더라도 올바른 봉사관을 정립할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제대로 된 봉사를 위해서는 대상자에 대한 이해, 즉 노인 이해가 중요하다. 특히 노인생애체험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은 청소년들에게 살아있는 공부가 될 수 있다. 청소년들이 봉사학교를 통해 노인을 이해하고 도와드려야겠다는 마음을 배울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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