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유사는 그리스 신화나

북유럽 신화 이상의 재미있는

원천 스토리를 담고 있어

불교문화콘텐츠로서의

가치뿐만 아니라 재해석 개발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삼국유사>는 역사서이면서 대표적인 설화문학의 보고(寶庫)다. 설화의 매력은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이 열려 있어 이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삼국유사 제1권 기이 제1에 나오는 고구려의 건국 신화는 신비로운 이야기를 가득 담고 있다. 그 중 주몽이 세운 고구려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원래 부여에서 태어난 주몽은 태생부터 남달랐다. 하백의 딸 유화가 하느님의 아들인 해모수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됐다. 그 사실을 안 하백은 유화를 쫒아냈다. 어찌할 바를 몰라 서성이던 유화는 사냥을 나온 금와왕을 만나 그의 배려로 대궐로 오게 된다. 얼마 후 유화는 사람이 아닌 큰 알을 낳게 되는데 그 알에서 나온 사람이 바로 주몽이다.

주몽은 어려서부터 모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지만 그 중에서도 활쏘기는 그를 따라올 자가 없을 정도였다. 이러한 뛰어난 재능은 주변 사람의 시기와 질투를 사기도 했다. 금와왕의 큰 아들이 금와왕에게 이르기를 “주몽은 알에서 태어났으니 불길한 기운을 띠고 있습니다. 더 강해지기 전에 죽여야 합니다”라고 했다. 자신을 죽일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주몽은 부하들과 함께 부여를 떠나 남쪽으로 떠났다. 하지만 큰 강을 만나 건너지 못하던 찰나에 금와왕의 아들들은 군대를 이끌고 주몽을 죽이기 위해 쫒아왔다. 엄수라는 강가에 다다르니 주몽은 도저히 건널 수 없게 되자, “나는 하느님의 아들이요, 하백의 손자다. 오늘 도망하고 있는데 뒤쫓는 자가 있으니 어찌하리오?”라고 했다. 갑자기 물속에서 물고기와 자라들이 떠올라 다리를 놓아 주었다. 주몽 일행은 무사히 강을 건널 수 있었다. 그리고 주몽이 건너자마자 다리는 사라지고 쫓아오던 군사들은 건너지 못하게 됐다. 결국 주몽은 졸분주에 이르러 도읍을 정하고 고구려를 건국했다고 한다.

이러한 설화에서 주몽의 탄생을 보면, 불교에서 말하는 4생(四生, 난생, 습생, 화생, 태생) 중 난생(卵生)에 속한다. 이 이야기의 포인트를 집약해보면 두 가지이다. 하나는 주몽의 불가사의한 탄생이며, 또 하나는 주몽이 강을 건너갈 때 물고기와 자라들이 떠올라 다리를 놔 주어 건넜다고 하는 불가사의한 부분이다. 주몽이 알에서 태어났다는 점과 이성을 갖지 않는 자라와 같은 동물까지도 주몽을 도와준 것은 건국신화에서 성스러움과 신비감을 더한다. 물고기와 자라가 어떻게 다리를 놔주었을까 라고 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재미있는 해석이 나올 수도 있다. 따라서 애니메이션 장르에서는 이와 같은 확장된 세계관을 통해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다. 즉, 과장과 생략, 의인화가 가능하고 무생물에 생명을 불어넣어 신비감과 역동적인 매력 연출을 극대화할 수 있다.

결국 불교의 속성과 궁합이 잘 맞는 장르로 멋진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낼 수 있다. 불교는 돌맹이, 흙 같은 무생물마저도 생명이 있다고 보는 것처럼, 지구 하나 전체를 생명 덩어리로 보는 것이다. 다시 말해, 태양, 달도 모두 생명이 있는 것이다. 해와 달이 정확하게 도는 것은 결국 생명이 있기에 도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애니메이션에서는 실사(實寫, 실제 현실로 존재하는 이미지)에서 표현이 불가능한 것들을 유익하게 풀어낼 수 있는 표현의 큰 장점이 있다. 따라서 불교의 정신세계와 애니메이션 표현세계의 확장성이 잘 어우러진다면 또 다른 한류 불교콘텐츠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삼국유사는 그리스 신화나 북유럽 신화이상의 재미있는 원천 스토리를 담고 있어 불교문화콘텐츠로서의 가치뿐만 아니라 재해석 개발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이와 같이 삼국유사는 한국의 문화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 자리잡을 수 있도록 생명을 불어넣는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

[불교신문3222호/2016년7월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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