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비센떼 알레익산드레

낯선 길에서 또다른 길로

남몰래 왔다가 떠나버린

너를 본다.

이제 다시는 볼 수 없으리.

하나의 다리와 또다른 다리가 맞닿고

다리를 따라 네가 지나간다.

-자그만 발에선

햇살이 맑게 부서지고-.

 

내 어렸을 적

시냇물에 비춰본 너의 모습

거울 속에는

너의 흐름과 사라짐이 있었다.

비센떼 알레익산드레(1898~ 1984)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스페인의 시인입니다. 그의 시의 특징은 “빛에 대한 끝없는 갈구”였습니다. 이 시에서도 사춘기의 시간을 “햇살이 맑게 부서지”던 때라고 썼습니다. 시냇물처럼 맑고 투명하고, 빛을 반사하는 거울처럼 눈부시고, 순수함이 마음속을 돌돌 흘러가던 때라고 썼습니다.

그러나 사춘기는 눈치를 채지 못하게 한 번도 예전에는 오간 적이 없는 낯선 길로 왔다 몰래 떠나버립니다. 그래서 사춘기에 사랑이 왔음에도 불구하고 부드럽고 상냥하게 사랑을 사귀어보지 못했습니다. 누구도 사춘기로 되돌아갈 수 없고, 그래서 더욱 더 애틋하기만 합니다. 그러나 가슴 깊은 곳에는 깨끗한 계수(溪水)가 하나 생겼습니다. 

[불교신문3222호/2016년7월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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