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신안해저선에서 찾아낸 것들' 특별전

해저선에서 나온 청자관음보살상으로 추정되는 보살상

40여 년 전인 1975년 8월 신안 앞바다에서 한 어부가 6점의 도자기를 건져 올렸다. 이듬해 어부의 동생이 ‘청자꽃병’을 신안군청에 신고하면서 신안해저선에 대한 발굴이 시작됐다. 당시 어부가 건진 도자기는 원나라(1271~1368) 때 저장성(浙江省) 용천요(龍泉窯)에서 만든 청자로, 바다에 묻혀 650년의 세월에도 보존상태가 뛰어난 원대 도자기가 쏟아져 나오면서 세간의 관심이 쏠렸다. 1984년부터 9년 동안 11차례 걸쳐 발굴된 유물만 2만 4000여점이며 동전은 28톤에 달한다. 이들 유물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게 됐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이영훈)은 오는 26일부터 9월4일까지 ‘신안해저선에서 찾아낸 것들’을 주제로 특별전을 개최한다.

이번 특별전에 선보이는 유물은 2만303점, 동전은 1톤에 달한다. 신안해저선에서 발굴된 유물 가운데 전시할 수 있는 것들을 모두 모은 것으로, 국립중앙박물관 사상 가장 많은 수량이 전시된 것이다.

신안해저선은 1323년 원나라 저장성 경원(慶元, 현 닝보寧波)항에서 출항했다. 배에서 나온 목패에서 도호쿠사(東福寺) 조자쿠암(釣寂庵), 하코자키궁(筥崎宮) 등이 주요 화물주로 등장한 것을 토대로, 일본 학계에서는 목적지가 일본 하카다(博多)로 보고 있다. 사찰과 신사에서 사용했을법한 향도구와 화훼용 병 및 범음구가 신안선에 실린 이유 또한 추정할 수 있다.

1351년 그려진 그림과 해저선 출토 유물을 통해 일본 가마쿠라시대 사찰에서는 향로와 정병, 촛대 등 삼구족을 불단에 공양구로 활용했음을 보여준다.

총3부로 구성된 특별전 1부 ‘신안해저선의 문화기호 읽기’에서는 차, 향, 꽃과 관련해 동아시아에서 유행했던 유물들이 전시된다. 해저선에 실린 물품 중 상당수는 일본으로 수출되는 화물들이었다. 도자기만 2만여 점에 달하는데 의례용, 음식용, 저장용, 문방용으로 나눌 수 있다. 특히 의례용과 음식용 도자기에는 불교용기와 차도구가 다수인데, 이는 당시 선종사찰과 가마쿠라 박부의 권력자들이 중국제 물건인 ‘가라모노(唐物)’로 장식하고 싶어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시에는 해저선에서 나온 향로와 화병, 다구 외에도 1351년 제작된 일본 그림 ‘보키에코토바(慕歸繪詞)’ 가운데 ‘난류원의 주방’ ‘기타노사의 절하는 공간’ 등을 함께 전시해 당시 사찰 스님들의 생활상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박물관은 “향로와 화병, 촛대 삼구족이라는 공양구 수요가 많았는데, 이것은 가마쿠라시대 일본의 선종사찰에서 주로 사용됐다고 알려져 있고, 사찰과 신사뿐만 아니라 귀족과 무가에서도 이를 위세품으로 사용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박산향로

제2부 ‘14세기 최대의 무역선’에서는 닝보항 중심으로 이뤄진 교역활동을 소개하며, 3부 ‘보물창고가 열리다’에서는 배에 실렸던 화물들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진열장마다 빽빽하게 들어찬 각종 접시와 그릇, 병 등 도자기를 비롯해 2톤에 달하는 동전, 당시 불교공예품이나 향을 만들었던 자단목과 향신료 등이 통째로 전시돼 당시 화물의 양을 짐작할 수 있다. 배안의 생활을 짐작할 수 있는 유물들을 모아 전시한 코너도 눈길을 끈다. 탑승자들은 중국과 일본인이 대부분이고, 소수의 고려인도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들은 선원과 상인 외에도 스님 또는 사찰의 관계자로, 당시 사용하던 각종 조리기구와 식기 외에도 배에서 스님들이 예불을 올릴 때 사용했을 법한 작은 종과 바라, 경자도 보인다.

이영훈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신안해저선 발굴은 우리나라 수중고고학의 효시”이고 “발굴된 문화재들은 14세기 동아시아의 경제적 문화적 교류를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라고 평가했다.

한편 박물관은 특별전 연계 행사로 오는 9월2일 국제학술심포지엄을 개최하며, 오는 10월25일부터는 같은 주제로 국립광주박물관에서도 전시를 진행한다.

바라와 징
향 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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