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로 들끓는 이 세상을

정토로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인사하기 수행’을

벌여봄이 어떨까?

어느 버스운전사가 말했듯이

하루에 한 명 있을까 말까 한

세상을 향해 만나는

사람마다 먼저 인사해주는

그 한 명이 되어보자

매번 군부대를 출입할 때마다 위병소를 지키는 병사가 신분증을 확인하며 인사를 한다. “안녕하십니까? 출입증 확인을 하겠습니다.” 이런 식이다. 그러면 간부들도 출입증을 확인시켜 주고 운전하며 들어간다. 언젠가 의무적으로 인사를 건네는 위병 병사들에게 “수고 많아요”하고 존댓말로 인사를 해줬더니 기대하지 않았던 반응이 왔다.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그 이후부터 만나는 위병 병사들마다 꾸준히 인사를 해 주자 하나같이 두 배 이상의 인사를 나누어 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부대를 출입할 때마다 즐겁다.

어느 방송사가 특집으로 만든 프로그램에서 커피전문점·백화점·대형마트·편의점 종사자, 버스운전사 등 여러 직종에서 고객들에게 인사를 하면 과연 몇 명이나 그 인사에 대답을 해주는지 등을 인터뷰해봤다. 그런데 그들의 인사에 대응을 해 주는 손님들은 직종마다 차이는 있었지만 기대 이하였고 실망스러웠다. 예를 들어 버스운전사인 경우 하루에 약 600여 명의 승객을 만나 그 중에 약 400여 명 정도에게 인사를 하게 되는데 그 중에 인사를 받아주는 승객이 10명 중에 1~2명 정도밖에 안된다고 한다. 게다가 먼저 인사를 해 주는 승객은 하루 내내 1명 있을까 말까라고 한다. 고객을 맞아 인사를 해주어야 하는 그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인사를 받아 주지 않고 무심하니 자신만 기계가 된 듯하고 자존감과 친절감이 상실되는 것 같다”고. 그러나 인사를 잘 나눠주는 친절한 고객 한 분 때문에 하루가 즐겁고 기분의 전환점이 되며, 존재가치를 알아주니까 피곤하지만 힘이 난다고 한다. 이처럼 인사를 주고받음의 유무에 따라 사람을 힘들게도 하고 세상을 살맛나는 정토로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올해의 수행덕목 중 하나를 ‘먼저 인사나누기’로 정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언제부턴가 서로간의 예의는 줄어들고 혐오와 갈등의 감정이 들끓고 있다. 자신의 분노와 혐오의 감정을 불특정다수에게 터뜨려 묻지마식의 위해(危害)를 가하는 사건들도 자주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내재된 불만과 분노, 혐오, 갈등의 감정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 과연 뭘까? 부처님 가르침에서 한 번 찾아보자.

<법화경>에는 ‘상불경보살품’이 있다. 상불경(常不輕)보살은 이름 그대로 길에서 누구라도 만나게 되면 뛰어가 인사하고 예배찬탄하며 말하기를 ‘나는 깊이 당신을 공경하여 감히 가볍게 하거나 업신여기지 아니합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마땅히 성불할 수 있는 분이기 때문입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기를 찾아와 인사하며 찬탄하는 상불경보살을 도리어 이상한 사람 취급하며 막대기나 기와, 돌로 때리며 학대하거나 멀리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그는 임종 시 부처님께 법화경 법문을 듣고 불과(佛果)를 얻게 되고 후세에 법화경을 설하게 되었다.

법화경의 중심에 왜 상불경보살을 배치해 놓았을까를 한 번 생각해 보자. 인사는 사람(人)을 섬기는(事) 행위다. 이는 부처님의 가르침인 ‘일체중생실유불성(一切衆生悉有佛性)의 사상’을 실천하는 보살행이다. 그러니 남을 존중하는 인사(人事)는 바로 불사(佛事)다.

혐오로 들끓는 이 세상을 정토로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인사하기 수행’을 벌여 봄이 어떨까? 그래서 물어본다. 당신은 정말 연기법을 믿고 모든 중생들이 불성이 있다, 부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믿습니까? 그렇다면 어느 버스운전사가 말했듯이 오늘부터라도 하루에 한 명 있을까 말까 한, 세상을 향해 만나는 사람마다 먼저 인사해주는 그 한 명이 되어보자. 그래서 우리 모두 현대의 상불경보살 분신으로 살아보자. 세상이 달라지기 시작할 것이다.

[불교신문3221호/2016년7월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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