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랑 탄생 100주년 기념 연극 ‘햄릿’

동국대 연극학과 창설, 후학양성

이해랑 선생 업적 기리는 무대

 

경력 30년 넘는 명배우 총출동

개막 3일 만에 전석 매진 화제

 

“오랜 훈련 견뎌낸 연기의 달인

한자리서 만나는 역사적 공연”

신시컴퍼니와 국립극장은 지난 12일 첫 무대를 시작으로 오는 8월7일까지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연극 ‘햄릿’을 공연한다. 사진은 불자배우인 전무송 씨를 비롯한 국내 연극계 거장들이 무대에 올라 열연을 펼치고 있는 모습.

조계종립 동국대에 연극학과를 창설하는 등 우리나라 연극사에 큰 족적을 남긴 연극배우 겸 연출가인 이해랑 선생(1916~1989). 우리나라 연극발전을 위해 일생을 헌신한 고인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연극이 무대에 올라 불교계 안팎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신시컴퍼니와 국립극장은 지난 12일 첫 무대를 시작으로 오는 8월7일까지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연극 ‘햄릿’을 공연한다. 특히 개막 사흘 만에 A석(3만원), S석(5만원), R석(7만원) 등 27회분 공연 티켓 1만6200장 전석이 매진되는 기록을 세우며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출연 배우의 나이가 평균 66세인 연극이 유명 아이돌이 나오는 뮤지컬의 인기를 넘어선 것은 국내 공연계에서는 극히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이와 더불어 이번 공연은 제13회 이해랑 연극상 수상자인 연출가 손진책과 무대 디자이너 박동우(16회), 프로듀서 박명성(24회)을 비롯해 배우 박정자(6회), 손숙(7회), 윤석화(8회), 유인촌(10회), 전무송(15회), 손봉숙(18회), 정동환(19회), 김성녀(20회) 한명구(21회) 등 국내 최고의 연극상인 ‘이해랑 연극상’ 역대 수상자 12명이 참여해 제작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더욱이 신심 깊은 불자 문화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배우 전무송 씨와 국악인 김성녀 씨의 동참도 불교계에서는 눈여겨 볼만하다. 전 씨는 1981년 임권택 감독의 불교영화 ‘만다라’에서 파계승 지산스님 역을 맡으며 대종상 남우조연상과 신인상을 한꺼번에 거머쥔 대표적인 불자배우다. 불교계 국제구호단체 지구촌공생회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자비 나눔에도 앞장서고 있는 그는 “오랜 시간 훈련하고 고통을 이겨낸 연기의 달인들이 한 무대에 서는 역사적인 순간인 만큼 마지막까지 좋은 무대가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또한 전국 사찰에서 열리는 산사음악회에 단골로 초대돼 음성공양을 올리는 등 불교문화 발전에도 남다른 노력을 기울인 김성녀 씨도 “한국연극사에 길이 남을 전무후무한 일이 일어났다”면서 “고정관념을 깨는 신선한 작품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한민국예술원상, 국민훈장모란장 등을 수상한 이해랑 선생은 동국대 연극영화과 교수로 재직하며 유명을 달리할 때까지 후학양성에 매진한 한국연극계의 거목이다. 그의 유지를 계승해 설립된 이해랑연극재단은 20억원을 동국대에 기부하며 지난 2008년 교내 ‘이해랑예술극장’을 마련했다. 국내 최초로 예술가 이름을 걸고 탄생한 이곳은 공연예술교육의 산실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이번에 무대에 올린 연극 ‘햄릿’은 셰익스피어 작품 가운데 가장 긴 희곡으로 1951년 이해랑 선생에 의해 국내에서 최초로 선보인 공연이다. 그가 생전 마지막으로 예술혼을 불태웠던 무대이기도 하다. 관객이 배우와 가깝게 호흡할 수 있도록 국립극장 해오름극장(1500석)의 원래 객석을 쓰는 대신 무대 위에 고대 그리스 원형극장풍의 객석 600석을 새롭게 만들었다. 손진책 연출가는 “우리가 보여줄 연극 ‘햄릿’은 미니멀하고 정적이면서도 밀도 있는 작품으로 대중에게 다가갈 것”이라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대본을 맡은 배삼식 작가도 “이번 작품의 색다른 점은 원작에서 남성 욕망의 대상으로 침묵 속에만 있던 여성에게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보통 우유부단하다고 치부되는 햄릿을 삶 속에 스며드는 죽음의 문제를 깨닫고 그 무게와 싸우는 모습으로 풀어냈다”고 밝혔다.

[불교신문3221호/2016년7월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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