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엄마 손잡고 절에 온 19개월 된 동자는 방실방실 웃는 모습이 천상 지장보살님을 닮았다. 아직 말은 못 하지만 포행하듯 뒤뚱뒤뚱 도량을 걷는다. 너럭바위에 참새들이 헌식(獻食)한 쌀알을 먹으려고 모여들자 아이 엄마는 손으로 과자를 으깨어 주었다. 그것을 유심히 지켜보던 아이는 제 손에 들려있는 비스킷을 얼른 입으로 가져가는 것이었다. 나는 저도 먹고 싶은가 보다 여겼는데 다음 순간 아이는 입으로 깨물어 참새 곁에 조심스레 뱉어 놓는 것이었다. 새들도 날아가지 않고 주위를 맴돌며 과자 부스러기를 콕콕 집어먹는다. 이제 겨우 첫돌을 지났을 뿐인데 제 입에 들어가기도 아까운 달콤한 간식을 나눌 줄 알고 깨물어 주는 지혜로움에 나는 깜짝 놀랐다.

어느덧 공양시간. “스님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엄마가 합장인사를 하자 아이도 따라 고사리 합장을 했다. 그런데 느닷없이 아이는 엄마를 보며 제 눈을 비비는 것이었다. 나는 눈에 뭐가 들어갔나 싶어 걱정을 하고 있는데 아이를 유심히 바라보던 엄마가 ‘된장에 밥 비벼 먹고 싶어?’라고 물었다. 제 맘을 알아주자 아이는 ‘응! 응!’ 온 몸을 끄덕이며 신나 좋아라 했다. 된장에다 밥을 척척 비벼서 ‘절밥’ 제대로 먹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래 제 눈을 비벼 보임으로써 밥을 비벼 달라 청하는 아이의 기막힌 재치에 모두들 박장대소를 했다. 그런 제스처를 기막히게 읽어내는 엄마의 기지 또한 예사롭지 않았다.

천진스런 아이는 참새 입으로 엄마가 비벼준 밥을 맛나게도 먹는다. 다녀간 며칠 후 전화가 왔다. “스님, 절에 갔다 온 후로 식사 때는 물론이고, 혼을 내려 해도 이 녀석 합장하고 절을 해요. 웃음이 나서 뭐라 하지를 못하겠어요.” 나는 보지 않아도 그 기특한 장면이 훤히 그려져 웃으면서 말했다. “우리보다 소견이 뛰어난 선지식이니 야단치지 말고 부디 잘 모시도록 하세요.” 아장아장 걸음마 부처님이 장차 9살, 19살 청년 부처님으로 무장무애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나는 곁에서 기도해 줄 것이다. 그 늠름한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얼마나 환희로운가. 벌써부터 가슴이 설레인다.

[불교신문3221호/2016년7월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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