⑫완주 송광사 연꽃

완주 송광사에 조성된 6700평 규모의 연밭에 연꽃들이 화려하게 꽃망울을 터트렸다. 뒤로는 송광사의 옛 명칭을 담은 정자인 ‘백련정(白蓮亭)’이 보인다.

완주 송광사 앞 연꽃이 만개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지난 15일 부지런히 길을 나섰다. 몇 해 전엔 겨울에 방문한 탓인지 연밭을 보지 못했는데 송광사 연꽃사진을 보고 살짝 놀랐다. 익산포항고속도로 소양TG를 빠져나와 5km만 가면 송광사에 닿는다. 절 입구에 1.5km 뻗어있는 벚꽃길도 유명하다. 도로 양 옆으로 40년 된 왕벚꽃나무가 터널을 이루고 있는데 봄철에는 1만명의 상춘객이 찾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꽃은 없지만 푸른 터널이 시원함을 선사해주고 있다. 송광사 앞으로 흐르는 오도천 다리를 건너 절 주차장으로 향하니 화려한 연밭이 눈에 들어온다. 빼곡히 올라온 연대 위에서 연꽃들이 서로 키재기를 하듯 높이 솟아 꽃봉오리를 터트리고 있다. 만개했다. 연꽃을 보는 순간 새벽부터 고생한 몸과 마음이 무언가 보상받는 듯 청량해진다. 

불교의 상징인 연꽃은 깨끗한 물이 아닌 더러워 보이는 물에 살지만, 더러움을 자신의 꽃이나 잎에는 묻히지 않는다. 처염상정(處染常淨)이라고 한다. 연꽃은 불교뿐만 아니라 유교에서도 군자의 청빈의 상징으로 도교에서는 신선세계의 꽃으로, 힌두교에서는 창조와 생성의 의미를 지닌 꽃으로 인식되고 있다. 연씨는 천년이 넘게 썩지 않고 있다가 조건이 맞으면 신비롭게 싹을 틔우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09년 전남 함안 성산산성에서 발굴된 700년 전 고려시대 연씨를 발아시켜 꽃을 피우는데 성공했다. 약재와 식용으로 쓰이는 연근 연밥 등 연꽃에 대한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연꽃을 살펴보니 무엇보다 세계에서 연꽃이 사랑받는 이유는 단지 아름답기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아름다운 연꽃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송광사 주지 법진스님은 “처음 한 두 해 동안은 물만 주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랬더니 꽃은커녕 연잎도 잘 올라오지 않았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어떻게 이렇게 연꽃이 잘 피었나 물으니 스님은 “연싹은 다른 식물보다 늦게 올라오기 때문에 연싹이 올라오기 전에 못에 있는 잡풀을 일일이 제거해 줘야 한다”며 “지난 가을에 잎이 지고 나서 연밭에 유기질 비료도 듬뿍 넣어 줬다”고 말했다. 지금 6700평 연밭을 관리하는 인원만 두 명이 있다고 한다. 여러가지 어려움은 있었지만 스님은 “전주 한옥마을을 찾은 많은 관광객이 이 곳을 찾아 연꽃을 감상하고 있다. 그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끼고 무엇보다 회주이신 도영스님이 일궈놓은 연밭이니만큼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내에는 연꽃보다 아름다운 성보들이 가득하다.

송광사 전경. 왼쪽으로 아자 모양의 종루가 보인다.

‘종남산송광사(終南山松廣寺)’ 현판이 달려있는 일주문 앞에서면 금강문, 천왕문을 지나 대웅전까지 일직선으로 한 눈에 들어온다. 부처님 세계로 가는 고속도로 같은 기분이 든다. 천왕문을 나와 왼편으로는 우리나라에 하나뿐이 아(亞)자형 종루가 있다. 역사성, 예술성, 조형성에서 탁월한 가치를 보여주는 종각은 보물 제1244호로 지정되어 있다.

보물 1243호로 지정된 대웅전에는 보물 1274호로 지정된 삼세불과 천장에 그려져 있는 벽화인 부처님의 진리를 찬탄하며 음성과 춤 공양을 올리는 11점의 비천상이 유명하다. 다른 사찰 벽화와 달리 채색과 선이 뚜렷하게 남아 민중예술과 불교미술이 함께 어우러진 최고의 천장 벽화로 평가받고 있다. 이밖에도 보물 제1255호 소조사천왕상을 비롯 지방유형문화재로 지정된 명부전, 나한전, 동종 등 수많은 성보들이 있다.

대웅전에 모셔져 있는 소조석가여래삼불좌상.

송광사의 옛 이름은 ‘백련사(白蓮寺)’다. 연꽃은 중생 속의 관세음보살님을 의미한다. 백련사라는 사명을 보면 법화경 사상을 담은 관음도량이었음을 알 수 있다. 통일신라시대 구산선문 중 가지산문 보림사를 일으킨 보조선사 체징스님이 이 곳에 머물면서 소나무가 널리 퍼진다는 의미의 ‘송광사(松廣寺)’로 이름을 바꿨다고 한다. 소나무 밭에는 다른 식물이 자라기 어렵다고 한다. 선종이 널게 펴지길 바라는 체징스님의 뜻이 담겨 있다. 선종대가람으로 화려했던 송광사는 관세음보살의 자비를 실천하듯 복지법인 송광정심원과 백산장학재단 등을 운영하고 있다. 1000년 넘은 연꽃씨앗이 발아해 다시 꽃을 피우듯 어느새 자비도량 백련사의 모습도 찾아가고 있다.

중앙종회 사무처장과 한국불교문화사업단장 등을 역임했던 주지 법진스님은 “중앙에서 활동할 때 늘 현장이 건강하고 활발했으면 생각했다”며 “지역에 있는 작은 사찰이지만 건강한 불자로 살아가는 게 어떤 것인지 항상 모색하는 도량으로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편백나무 숲에서 피톤치드 듬뿍

40년 수령을 자랑하는 편백나무 숲에 들어서면 한여름의 무더위가 금세 씻겨진다.

 

연꽃이 아무리 아름답다고 하더라도 뙤약볕 아래에서 오랫동안 감상하면 지치기 마련이다. 송광사에서 30분 거리에 지친 몸을 힐링할 수 있는 편백나무 숲이 있다. 완주 상관면 죽림리 공기마을에 위치한 편백숲에는 1976년에 조림사업으로 탄생했다.

26만평 규모의 숲에는 편백나무 10만 그루를 비롯해 잣나무, 삼나무, 낙엽송, 오동나무 등이 푸른 숲을 이루고 있다. 영화 ‘최종병기 활’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편백나무 숲을 찾으니 높게 자란 편백나무 잎이 햇살을 가려 시원한 공기가 숲으로 흐르고 있다. 숲에는 나무에서 나오는 피톤치드를 느끼며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다. 가만히 앉아 있기 답답하다면 잘 조성된 산책로와 오솔길을 거닐며 건강한 숲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불교신문3220호/2016년7월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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