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음료 활용한 포교방법 필요


승려연수교육 커피관련 강의

사찰카페 모범사례 관심 끌 듯

이곳으로 수행거처를 옮긴 후부터 핸드드립 커피를 준비하면서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 지금은 승속을 막론하고 커피가 대세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전통차보다 커피이름에 더 익숙하기 때문이다. 우리 절은 이미 오래 전부터 나무 아래에 테라스를 꾸며 삼삼오오 앉아 무료로 커피를 마시도록 했다. 처음 방문하는 이들도 동선(動線)을 고민하거나 낯설어하지 않고 자리에 앉는 것을 보면서 효과를 경험하고 있다. 아마도 일상의 기호음료를 절에서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편안하면서도 특별한 기억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풍광 좋은 사찰은 카페가 입점할 수 있는 충분한 요건을 지니고 있는 셈이다. 아직은 예산이 부족해서 전용공간을 마련하지 못했지만 언젠가 기회가 되면 사찰 분위기에 어울리는 카페를 건축해 보고 싶은 소망이 있다.

지난 봄날에 지리산 화엄사의 암자를 순례할 때 산중 카페를 둘러보고 왔는데, 암주(庵主)의 예술적 안목이 고찰의 분위기와 근사한 조합을 이루고 있어서 무척 흐뭇했다.

내가 눈여겨보며 배워 온 곳이 몇 군데 있어서 매번 지인들에게 소개한다. 오대산 월정사의 강변 카페도 좋고, 산청 수선사의 셀프 카페도 고요하며, 부산 대운사의 갤러리를 겸한 북 카페도 추천할만하다. 이곳의 특징은 스님이 원두를 직접 볶아 신선한 커피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특히 수선사의 고즈넉한 풍경과 정원은 방문객들을 위로해 줄 수 있어서 ‘커피 & 힐링’이 가능한 사찰 카페의 모범 같아 자주 방문하게 된다.

며칠 전 서울 근교의 선방에서 공부하고 있는 스님이 커피를 보내왔다. 그곳 스님들에게 인기 있는 원두라서 시음하라고 배달해준 것이다. 어느새 선방의 다각(茶角) 소임도 커피도구로 대체되고 있기도 하지만 이제는 차(茶) 선물보다 커피 선물이 오히려 고마운 시대다. 강릉 주변에 살고 있는 도반이 안부 전화를 하면서 그곳의 유명한 커피를 보내주겠단다. 이렇게 커피는 산중의 절집까지 보급되어 ‘신(新) 비구6물’이 되고 있다.

이런 시시콜콜한 주제를 꺼낸 것은, 커피문화를 주도하여 새로운 포교의 대안으로 공유해 보자는 제안이기도하다. 다시 말해, 커피 열풍을 우리 정서와 교리로 재해석하여 적극 수용하자는 뜻이다. 우리 지역에 소문난 커피 전문점이 몇 군데 있는데 어떤 교회의 카페가 순위에 들어 있다. 어떤 곳인가 궁금하여 한번은 일부러 그 장소를 방문해 보았다. 교회의 예배당과 동떨어진 곳에 건물을 배치하여 마치 숲속에 앉아 있는 느낌이 들도록 설계하였고, 그곳에서는 종교적인 그 어떤 것도 강요하는 소품이나 안내도 없었다. 또한 커피 값이 저렴하여 주부들이 무척 선호할 수 있는 이점이 있었다.

그곳은 전도나 선교의 이름을 달지 않았지만 인정 넘치는 표정과 친절이 이미 교회에 대한 호감을 가지게 했다. 지금 시대는 신도로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찰로 발걸음 할 수 있는 아이디어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사찰에 대한 관심과 호감도는 결국 신도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때문에 포교의 장기적인 포석이다. 이제는 식음료를 활용한 포교방법이 필요한 시절이므로 스님들의 연수교육에도 커피와 관련된 강의나 사찰카페의 모범사례가 개설된다면 인기강좌의 반열에 오를 듯싶다.

※ 현진스님의 ‘포교현장에서’는 이번호로 마칩니다.

[불교신문3220호/2016년7월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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