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 결정, 성주 가보니…

성주 불교 상징 관운사 지산스님

‘부처님 성불’ 성산 훼손 안타까워

안보상 불가피하게 필요하다면

주민 이해 구하는 노력 우선돼야

최근 조선시대 겸재 정선이 그린 옛 성주 시내 그림이 발견됐다. 현 관운사 종각에서 성주읍내와 성산을 바라보며 그린 이 그림은 사드 문제가 불거지면서 더 관심을 끌고 있다. 관운사에 걸린 겸재가 그린 쌍도정(雙島亭) 안의 성산을 관운사 주지 지산스님이 가리키고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가 배치되는 지역으로 선정된 경북 성주를 지난 16일 찾았다. 항의하는 주민들에 의해 국무총리가 6시간 동안 군 청사를 빠져나가지 못했던 전날과 달리 성주군 읍내는 조용했다. 항의하는 플래카드만 나부낄 뿐 조용한 여느 시골 읍내와 다름 없었다. 사드를 받아들여야 한다며 읍내를 도는 일군의 ‘외부세력’의 돌발 행동에 항의하는 자동차 경적소리를 뺀다면….

성주불교총연합회 고문으로 이 지역 불교를 대표하는 관운사 주지 지산스님을 만났다. 관운사는 성주 읍내를 내려다보는 높은 지대에 자리하고 있었다. 관운사라는 현판이 없다면 마치 성주성을 보는 것 같다. 관운사는 삼국지 주인공 관운장을 모시던 사당에서 유래했다. 지산스님이 1963년 성주에 왔다가 6·25전쟁 때 부서졌던 사찰을 다시 일구고 관운장 사당도 사찰 안에 모시게 됐다.

해인사에서 고봉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통도사 강원을 나와 극락암 등 여러 선원에서 정진한 지산스님은 50년 넘게 성주에 부처님 가르침을 전파하고 있다.

부처님 법을 전하고 배우던 스님과 신도들도 사드로 인해 일상의 평화가 깨졌다. 사드 배치 발표가 나던 날, 성주성 밖에 집결한 5000여 명의 군민들 속에 스님과 신도들도 함께 자리를 지켰다. 스님은 다른 사찰 스님, 신도들과 함께 사드 배치 반대 집회에 적극 참여했다. 승복으로 인해 유난히 눈에 띄었다. 성주군과 군민들의 근심이 곧 스님의 번뇌다. 스님은 “우리 절에서 정면에 바라보이는 산이 사드가 들어온다는 성산이다. 해발 380m인데, 우리 절이 100m가 넘는다. 성산은 그냥 동네 뒷산이다. 주민들은 사드를 머리맡에 두고 지내는 것과 같다”며 주민들의 불안을 들려주었다. 스님은 “정부가 이 중요한 결정을 주민들과 한마디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며 “사드가 국가 안보를 위해 꼭 필요하다면 왜 성주여야 하며 피해가 없다는 사실을 공개하고 사전에 충분히 설득하면 되는데 갑자기 성주로 온다하니 주민들 충격이 더 큰 것”이라고 말했다.

또 스님은 “이곳 사람들은 참외농사로 사는데 ‘사드참외’라는 말에 다들 들고 일어났다”며 성주의 분위기를 전했다. 스님은 “불교적인 입장에서 보면 성주군민도 다 불자이고, 국민들 그리고 온 중생이 모두 소중한 생명이므로 인구가 적고 많고를 따지는 것은 옳지 않다. 국가적으로 사드가 옳다면 어느 지역에서는 희생을 해야하겠지만 굳이 성주나 칠곡 쪽이 맞다하면 주민도 없고 정부가 말하는 전자파 영향도 전혀 받지 않는 곳이 주변에 있는데 높은 산도 아니고 읍내 바로 뒷산에다 들여온다는 정부 결정을 이해 못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사드가 들어오기로 한 성산은 불교적으로도 매우 의미있는 곳이라고 스님은 설명했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성도하신 보드가야와 같은 형국을 한 곳이 가야산이다. 그 가야산의 동쪽이 바로 성산이다. 부처님께서 보리수 아래서 새벽에 동쪽에서 빛나는 별을 보고 깨달으셨는데 이를 지명으로 형상화한 것이 성산이다. 실제 하늘에서 보면 성산은 오각형의 별모양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님은 끝으로 “정부는 국가적으로 꼭 필요한 일이라면 몇 번이라도 군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알리고 이해할 수 있도록 설득하며 피해가 없도록 모든 노력을 펼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불교신문3220호/2016년7월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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