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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인생의 전환점’ 국가대표 셰프도 감탄한 사찰음식‘休와 食’으로 휴식하다 ④ 스님과 셰프의 사찰음식 이야기

30년 내공 사찰음식전문가 스님

국내 미식업계 최고로 꼽는 셰프

‘사찰음식’ 주제 특별한 담론 눈길 

 

“발우공양 정신 담은 자연식 밥상

글로벌 음식 자리매김 멀지 않아”

   
장성 백양사 천진암 주지 정관스님과 강민구 셰프가 지난 7일 서울 한식 레스토랑 ‘밍글스’에서 만나 사찰음식을 주제로 담론을 펼쳤다. 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사찰음식은 출가 수행자들이 모여 수행 정진하는 사찰에서 먹는 모든 음식을 말한다. 흔히 ‘절밥’이라고 표현하는 사찰음식은 음식재료를 재배하는 일에서부터 음식 만드는 일까지 수행의 연장이다. 수행하는 정신을 계승하고, 부지런히 정진해 지혜를 얻기 위해 먹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현대인들에게 채소 위주의 식단을 꾸미는 건강한 ‘웰빙음식’으로도 각광을 받으며 절 밖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게 됐다. 더욱이 국내에서는 사찰음식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고 해외에서도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요리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런 가운데 사찰음식전문가인 장성 백양사 천진암 주지 정관스님과 한식요리전문가인 강민구 셰프가 만나 ‘사찰음식’을 주제로 특별한 담론을 펼쳐 눈길을 끈다. 지난해 10월 사찰음식을 전하는 사제지간으로 첫 인연을 맺은 두 음식전문가들이 각자 현장에서 느낀 진솔한 이야기에서 한국 사찰음식의 장밋빛 미래가 엿보인다.

 

지난 7일 강민구 셰프가 경영하고 있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 소재 한식 레스토랑 밍글스. 이곳은 국내 미식업계가 최고로 꼽는 강민구 셰프가 문을 연지 2년 만에 ‘미슐랭 스타’와 함께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월드 50 베스트 레스토랑’의 15위에 이름을 올린 명품 퓨전 한식당이다. 정관스님은 이날 오후 재료 준비를 위한 휴식시간에 맞춰 레스토랑을 찾았다. 강 셰프의 환대에 이어 식당 한편에 자리를 잡은 스님은 먼저 식재료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로 대화를 풀어갔다.

우리나라 사찰음식은 육류뿐 아니라 맛을 자극적으로 만드는 매콤하고 향이 강한 ‘오신채(파, 마늘, 부추, 달래, 흥거)’까지도 금지해 음식 맛에 대한 탐욕을 억제하고 수행에 집중하도록 한다. 때문에 정관스님은 “불교에서 살생을 금하고 있지만, 사실 식물도 생명”이라며 “이 귀한 생명을 다루기 위해서는 재료를 존중하고, 사람을 대하는 것처럼 그 성품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료마다 모두 특성이 다르고, 같은 재료라도 어디에서 났는지 계절과 날씨가 따라 특성이 다르다”면서 “그 특성을 살려서 음식을 만드는 것이 생명에 대한 예의”라고 의미를 전했다. 이는 평소 가정에서 음식준비 과정에서 아무렇게나 자르고, 버리면서 감사해야 할 식재료를 함부로 다루는 것에 대한 스님의 일침이기도 하다.

‘한국음식의 고유한 특징은 무엇일까’를 화두로 연구를 거듭하다 지난해 지인의 소개로 천진암을 찾은 이후로 현재까지 ‘요리스승’으로 인연을 이어간다는 강민구 셰프는 “정관스님에게 사찰음식을 배우게 된 것이 내 요리 인생의 큰 전환점”이라며 “사찰음식을 통해 요리는 단순히 맛있게 재료를 조합하는 기법이 아니라 생명을 가진 자연을 이해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익히는 과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소회를 전했다.

   
사진은 강 셰프가 정관스님에게 배운 사찰음식에서 영감을 받아 자신이 운영하는 밍글스에서 선보이고 있는 한식 코스요리. 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자연의 맛과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는 정관스님의 가르침에 영감을 받아 강 셰프가 만든 ‘사찰식 만두’에서도 사찰음식의 철학이 담겨 있다. 삼나물과 고비나물을 햇살에 말렸다가 다시 삶아내고, 한국 숲의 풍미를 가득 담은 표고버섯과 섞어 만두소를 만들었다. 배, 사과, 양파 같은 채소와 과일을 발효시킨 뒤 껍질까지 즙을 맑게 짜 육수를 만들어 만두 위에 부어 완성했다. 육수를 뽑고 남은 채소는 말린 뒤 분쇄해 파우더로 만들어 뿌려냈다. 어느 부분 하나 버리지 않고 남기지 않고 먹는 발우공양의 정신이 엿보인다. 또한 스님에게 배운 요리 대부분은 자신의 식당 메뉴에 고스란히 반영돼 일반인들에게도 색다른 풍미를 전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같은 사찰음식의 철학과 맛을 세계인에게 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정관스님은 “옛날 어른 스님들이 먹던 전통의 맛을 최대한 살려 현대인들에게 그 맛을 전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여기에 담는 모양과 양을 현대인에 맞게 포장한다면 사찰음식의 세계화는 먼 얘기가 아닐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셰프도 “사찰음식은 해외에서 더 잘 알아주는 반면 국내에서 오히려 무관심한 것 같다”면서 “육류와 해산물 등을 포함한 한식과 달리 제철 채소와 장류 등 발효음식으로 구성해 심신을 건강하게 하는 사찰음식의 가치를 이해해 소비한다면 국내외를 대표하는 글로벌 음식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세계인 입맛 사로잡은 ‘사찰식 만두’  국내 셰프 5인방, 뉴욕 한식 디너쇼 호평

   
강민구 셰프가 지난 12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50 베스트 토크’에서 사찰식 만두를 선보이고 있다.사진제공=la main

세계 최고 요리사들이 한 자리에 모인 가운데 사찰음식을 포함한 우리나라 한식의 진수를 선보인 디너쇼가 열려 국내외 미식가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세계적 미식행사 ‘월드 50 베스트 레스토랑’의 공식 부대 행사인 ‘코리아엔와이씨디너스(Korea NYC Dinners)’가 지난 6월13일 미국 뉴욕에서 열렸다. 영국 미디어회사 윌리엄 리드가 주최하는 ‘월드 50’은 각국의 미식 심사위원들이 전 세계 레스토랑을 평가해 매년 상위 50곳을 가리는 행사다. 올해는 강민구를 비롯해 최현석, 임정식, 유현수, 장진모 셰프 등 국내를 대표하는 셰프 5명이 참석해 그 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뽐냈다.

이들은 우리 전통 식재료를 사용한 것은 물론 각 메뉴마다 한국고유의 문화를 담아 독특하게 재해석, 한식 코스요리를 현지에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여기에 지난 3개월 동안 셰프들이 지역 곳곳을 다니며 연구한 끝에 얻은 영감과 6명의 한식 명인들로부터 전수받은 전통 노하우가 더해져 참석자들로부터 호평을 얻었다.

특히 강민구 셰프는 12일 발효를 주제로 진행된 ‘50 베스트 토크’에서 정관스님에게 배운 사찰음식에서 영감을 받은 ‘사찰식 만두’를 선보여 인상을 남겼다. 그는 이 자리에서 정관스님과 함께 사찰음식을 만드는 영상을 소개하고 설명과 함께 직접 음식을 만들어 시식회도 마련하며 한국 사찰음식의 위상을 드높였다. 또한 장아찌, 김치, 채소를 발효해 만든 브로스를 소개해 채식 발효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평을 얻었다. 강 셰프는 “외국인이 한식하면 떠올리는 불고기, 비빔밥, 김치 외에도 다양한 메뉴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여러 채소를 발효해서 음식에 사용하는 한국 식문화의 독창성을 외국인도 이해하기 쉬운 메뉴로 풀어봤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사찰식 만두를 맛본 현지인들이 채소만으로 어떻게 이런 맛을 낼 수 있는지 놀라워하며 깊은 관심을 보이는 등 사찰음식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소회를 전했다.

‘NYT’도 인정한 대가 정관스님

요리계 ‘쿡가대표’ 강민구 셰프 

   
 

고불총림 백양사의 비구니 수행도량인 천진암 주지를 맡고 있는 정관스님은 텃밭에서 직접 식재료를 기르고, 내장산 기슭에서 채취한 개똥쑥, 곰취 등의 재료를 활용해 사찰음식을 만들며 수행에 전념하고 있다. 특히 뉴욕타임스(NYT)가 지난 2015년 10월 인터넷 판에서 ‘정관스님, 철학적 요리사(Jeong Kwan, the Philosopher Chef)’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진귀한 음식은 무엇일까? 세계의 많은 유명 요리사들은 덴마크 코펜하겐이나 미국 뉴욕이 아니라 한국, 그것도 외딴 사찰에서 만들어지는 정관스님의 사찰음식을 꼽는다”고 극찬할 만큼 30년 내공의 사찰음식 대가다. 당시 NYT의 현지 특별취재를 통해 텃밭에서 자연 그대로 채소를 재배하고 수확하는 것에서부터 사찰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다양한 화보와 함께 상세히 소개해 화제를 모았다. 그로 인해 미국의 에릭 리퍼트 등 세계적인 셰프들이 사찰음식에 대한 철학을 배우기 위해 스님을 찾고 있다. 또한 천진암 자연음식교육관인 ‘금바루’에서 이달부터 매주 금요일 강민구 셰프를 비롯한 전문가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사찰음식 교육을 진행한다.

경기대 외식조리학과를 졸업한 강민구 셰프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 28살의 나이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일식당인 노부(Nobu)의 바하마지점에서 최연소 총괄셰프로 활약했다. 이어 귀국 후 국내 유수의 레스토랑의 컨설팅을 맡았으며, 2014년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한식 레스토랑 ‘밍글스’를 열었다. 이곳은 지난해 한국 대표 식당을 가리는 서베이인 코릿(KorEat)이 선정한 대한민국 대표 레스토랑 1위에 올랐다. 이어 올해 대표 디저트 메뉴 ‘장트리오’는 고추장, 간장, 된장으로 맛을 내 해외 미식가와 음식 전문가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하며 ‘2016 아시아베스트 50 레스토랑’에서 15위를 차지하는 등 국내외에서 탁월한 요리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요리계의 ‘쿡(Cook)가대표’다.

[불교신문3219호/2016년7월20일자]

 

 

 

 

 

허정철 기자  hjc@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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