⑪ 삼척 이끼폭포

무건리 산불감시초소부터 약 4km 거리에 있는 상단 이끼폭포. 산이 깊다는 표현을 이해할 수 있는 길이다. 길따라 걸어가면 소수의 화전민들만 알던 비밀스런 이끼폭포가 나온다.

첫 번째 폭포, 수행자가 어디 앉아있지 않을까 상상

초록빛 융단 위로 물이 떨어지는 두 번째 폭포 ‘장관’ 

신비로운 숲 속에 작은 폭포가 있다. 사진 찍는 사람들에게 유명한 장소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전국적으로 유명장소가 됐다.

삼척 도계읍 무건리 육백산에 있는 이끼폭포가 그 곳이다. 사진으로 접한 그 곳 풍경이 정말 신비로웠다. 푸른 이끼 사이로 맑은 물이 흐르는 폭포가 있고 짙푸른 색의 작은 소(沼). 원시림에 가려져 햇살도 작은 틈새로 조금씩 내려오고 있었다.

마음을 먹고 지난 1일 무건리 이끼폭포를 찾았다. 자동차로 5시간을 달려 육백산 임도 산불감시초소에 도착했다. 임도가 이끼폭포 근처까지 이어져 있으나 차량통행은 통제되어 있다. 육백산 이끼폭포까지 거리는 3.7km, 왕복 세 시간이 더 걸린다.

육백산(1244m)은 정상 부위에 너른 지대가 있어서 화전(火田)이 발달했던 곳이다. 조(粟) 600석을 뿌려도 될 만하다고 하여 육백(六百)산이라 이름지어졌다고 한다.

임도를 따라 오르다 보면 위 아래로 보이는 산등성이와 골짜기마다 나무가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경사가 심해 잡목 제거 작업도 하기 힘들어 보인다. 금강송 같은 거대한 소나무가 뿌리를 숨긴 채 하늘을 찌를 듯 높게 솟구쳐 있다.

천천히 한 시간 반 정도 걸으니 ‘이끼폭포 500m’ 이정표가 나온다. 계곡 방향으로 얼마 동안 내려가니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한동안 비가 오지 않아 물이 말랐으면 어쩌나 하는 조바심이 기대감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시야가 밝아지더니 원시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푸른빛이 감도는 소(沼)와 첫 번째 폭포가 눈에 들어온다. 7m 높이의 암반이 푸른 주름치마를 입고 있는듯 이끼가 가득하고 양옆으로 물이 떨어지고 있다. 물소리만 사방으로 가득하다. 산신(山神)이 있다면 당연히 이곳에 머무를 듯한 모습이다. 또한 삼매에 든 수행자가 계곡 어딘가에 앉아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가만히 앉아 숨을 고른다. 헉헉 거리던 숨소리가 잦아들었다. 숲 속의 맑은 공기를 몸 속 깊숙이 보내고자 깊고 길게 호흡을 해본다.

두 번째 이끼폭포는 첫 번째 이끼폭포 옆에 있는 로프를 타고 올라가야 볼 수 있다. 폭포를 올라 작은 언덕에 올라서니 협곡 사이로 두 번째 이끼폭포가 모습을 드러낸다. 왼쪽에 작은 동굴과 푸른 소가 있고 오른쪽엔 초록빛 이끼가 깔아놓은 융단 위로 물이 떨어진다. 또 다른 선경(仙境)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이런 아름다운 풍경은 많은 사람들이 접근하기 쉽지도 않을뿐더러 많이 찾게 되면 푸른 융단 같은 이끼들은 점점 더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사실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이 곳을 보호하기 위해 입산이 통제되기도 했다.

더욱이 지난 6월에 국내 유명 감독이 연출하는 영화가 이 곳에서 촬영됐다고 한다. 영화가 개봉되면 많은 사람들이 찾게 될 것이다. 다행히 폭포를 찾아갔던 지난 1일 삼척시가 이끼폭포 주변에 자연과 생태환경을 보존을 위한 생태탐방로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밝표했다. 몇 군데의 전망데크도 설치한다고 하니 앞으론 직접 이끼를 밟지 않고 감상할 수 있을 듯하다.

삼척시 도계읍에는 무건리 이끼폭포 뿐 아니라 50m의 시원한 물줄기를 자랑하는 삼포리 미인폭포 또한 유명하다. 폭포가 있는 곳은 태백과 삼척 경계에 있는 통리협곡인데 공룡이 살던 백악기 중생대부터 쌓인 퇴적층이 바람과 하천의 풍화와 침식으로 생성된 곳으로 생성과정이나 지질학적 특성이 미국의 그랜드캐니언과 비슷해 한국의 그랜드캐니언으로 불리기도 한다.

①이끼폭포가 있는 육백산 자락에 자리잡은 도덕정사. 위험스러운 작업을 하는 광부와 가족들 위한 마음의 고향같은 도량이다. ②그랜드캐니언과 같은 원리로 만들어진 통리협곡에 있는 50m 높이의 미인폭포. ③하단 이끼폭포. 왼쪽에 있는 로프를 타고 올라가면 협곡 사이로 신비로운 폭포가 보인다. 이끼폭포의 훼손과 관람객들의 안전을 위해 삼척시에선 생태탐방로를 조성할 계획이다. ④임도를 벗어나 가파른 길을 내려가면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도계 지역은 탄광으로 유명했다. 1989년 석탄산업합리화 정책을 펼치기 전까지 전국에 347개에 달하는 탄광이 있었다. 이 때 많은 탄광들이 문을 닫은 이후 현재 석탄공사 산하 3곳(장성·도계·화순광업소), 민간 2곳(경동·태백광업소) 등 5곳의 탄광만 남게 됐다. 현재도 탄을 캐고 있는 민간광업소 중 한 곳인 경동광업소의 고(故) 동암 손도익 명예회장은 1983년 탄광작업 중 매몰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광부들의 영령을 위로하고 지역문화의 발전을 이끌어 보겠다는 원력으로 사찰을 창건했다. 육백산 도덕정사는 대웅전을 비롯 명부전, 강당, 산신각, 요사채, 범종각, 석탑 등 10여동의 당우와 200m의 담장, 세진교, 조경 등 15년간 불사를 해서 사격(寺格)을 갖추었다.

손 회장은 가장 먼저 순직한 광부들을 위해 명부전을 지었다고 한다. 도계읍에서 강원대학교 도계캠퍼스 방향으로 가다보면 경동광업소의 사택인 경동아파트가 있고 그 맞은 편에 도덕정사가 위치하고 있다. 세진교를 건너 잘 정비된 도량에 들어서니 명부전에서 기도소리가 들린다. 많은 사람들이 잊고 있지만 1950년대 말부터 60, 70년대 우리나라의 성장원동력이였다. 그 당시 많은 사람들이 산업역군으로 일하다가 희생되기도 했다. 탄을 캐는 갱은 매우 위험한 작업장이고 하나하나의 긴장된 업무는 공동 작업자의 생명과 직결되고 있기 때문에 많은 금기사항이 있었다. 입갱할 때 옷이 걸려 찢어지면 돌아 나와야 하고 입갱할 때는 뒤를 돌아보는 것과 남의 안전모나 작업복을 넘어다니는 것도 금기사항이었다. 이 뿐 아니라 부인들은 도시락에 밥을 4주걱 담으면 안된다 등 피해야하는 금기사항이 있었다.

늘 위험한 막장 안에서 일을 하는 광부들에겐 마음을 믿고 쉴 공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도덕정사는 늘 가까이서 그들의 보듬어주는 역할을 담당해왔다.

그런 마음으로 지금도 도덕정사 ‘연밥나눔터’는 뜨거운 연탄과 따뜻한 밥상을 이웃과 함께 나누는 봉사활동을 매달 진행하고 있다.

삼척=김형주 기자[불교신문3218호/2016년7월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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