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 ‘마음과시선’ 아웃도어 집단상담

불교지향의 상담기법 활용

캠핑분위기 속에 ‘상담의 장’

30~40대 10여 명 참가해

허심탄회한 이야기로 시작

사단법인 마음과시선이 지난 9일 ‘마음과 만나는 밤, 심야(心夜)’를 주제로 주최한 아웃도어 집단상담 모습.

 

흔히 상담이라고 하면 특별한 일을 겪은 사람들의 문제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다. 조용한 공간에서 상담사와 진지하게 고민이나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상담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과감히 야외로 상담의 장을 옮긴 이들이 있다. 사단법인 마음과시선이 ‘마음과 만나는 밤, 심야(心夜)’를 주제로 개최한 국내 최초 아웃도어 집단상담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 9일 아웃도어 집단상담이 진행된 용인 둥지골연수원을 찾았다.

사단법인 마음과시선은 윤희조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교수와 임인구 실존상담연구소장, 김덕성 모든마음연구소장이 의기투합해 설립한 전문상담기관이다. 깨달음 중심 접근(ABT)이라는 불교지향의 상담기법을 활용해 전문 상담자 양성교육과 일반인들을 위한 심리 상담, 교육 프로그램 보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마음과시선이 일반 상담실이 아닌 자연에서 집단상담을 진행하는 아웃도어 집단상담을 개발한 이유는 단 하나, 자연이라는 변화된 환경에서 상담을 진행함으로써 상담을 진행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위해서다.

아웃도어 집단상담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 때문인지 이날 집단상담에는 평소 상담에 관심이 많았던 이들과 고민 해소를 위해 10여 명이 참가했다. 30대부터 40대까지 나이와 생각하는 고민은 서로 달랐지만 집단상담을 통해 마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려는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모닥불을 중심으로 마련된 상담의 장은 마치 상담이 아닌 캠핑을 하는듯한 환경이었다. 자연 환경과 캠핑을 접목한 상담 프로그램에 참가자들의 어색함도 금세 사라졌다.

“야외에서 집단상담을 하게 된 것은 국내 최초의 사례입니다. 참가자들의 얼굴이 잘 보이지도 않는 이 순간 각자의 목소리, 마음의 목소리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개인의 얼굴이나 외모가 아니라 여러분들의 마음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습니다. 준비한 마음의 이야기들을 꺼내 놓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오늘 이 시간을 통해 어떤 마음의 소리들이 흘러나오는지, 가려진 마음이 명료하게 드러낼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싶습니다.”

임인구 실존상담연구소장의 설명과 함께 본격적인 상담이 시작됐다. 참가하게 된 동기와 함께 간단한 자기소개 등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린 환경에서 참가자들은 진솔하게 이야기를 풀어냈다. 오후8시에 시작된 집단상담은 이튿날 새벽4시까지 이어졌다. 무르익어가는 어둠 속에서 자기 자신의 마음과 온전히 만나는 시간이었다.

신윤수(34, 인천 서구 마전동)씨는 “입찰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요즘 고민이 많은 시기다. 일상에서 변화된 환경에서 상담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참가하게 됐다”며 “전에 힘들었던 시기에 임인구 소장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는데 힘든 시기에 큰 도움이 됐다. 평소 상담에 관심이 많았는데 스스로를 돌아보고 혼자 생각하는 것보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좋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안철우(45, 용인 언남동)씨는 “전에 임인구 소장과 김덕성 소장에게 각각 상담을 받아 본 적이 있다. 두 분이 함께 아웃도어 집단상담을 진행한다고 해서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서 참여하게 됐다”며 “야외 시야가 트인 공간에서 진행하다보니 여유가 생기는 것 같다. 자연이 주는 편안함 때문인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인구 실존상담연구소장은 “사람들이 느끼는 고민이 개별적인 것 같아 보이지만 이미 자신이 경험한 고민이거나 앞으로 경험하게 될 고민인 경우가 많다. 평소 이야기하지 못했던 것들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자리를 위해 이번 집단상담을 마련하게 됐다”며 “야외에서 마음의 목소리를 온전히 들음으로써 자신의 감수성을 발견하자는 것이 심야(心夜) 집단상담이다. 기존에 있던 개인상담이나 집단상담과는 다른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 깨달음 중심 접근(ABT)은…

 

ABT는 Awakening Based Therapy의 약자로, 깨달음의 영역과 일상 영역을 한 장 위에 놓으려는 시도로 불교지향의 심리상담 방법론이다. 이는 종교적 영역에서 개인이 경험하는 하나의 현상으로서 간주되어 왔던 깨달음이라는 개념을 심리상담의 장에서 활용하고자 하는 접근이다.

ABT는 깨달음을 우리의 가장 일상적인 현실참여의 장 속에서 드러날 수 있는 것으로 믿는다. 일상과 다소 분절된 특수한 삶의 형식이든, 우리에게 있어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삶의 형식이든 간에 우리가 경험하는 것은 마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깨달음에 대한 모든 신비적인 언어와 방편을 지양하여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사실적인 일상만을 주요한 작업의 주제로 채택한다.

 

용인=엄태규 기자 [불교신문3218호/2016년7월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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