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장퇴임하며 사진집 출간 ‘함양 토박이’ 강성갑 포교사

38년 공직생활 중 틈틈이

고향과 불교사진 찍어 ‘회향’

불자회 창립 사찰문화재 등록

포교사로 지역불교 발전 기여

“남을 위한 일이 나를 위한 일”

강성갑 포교사가 함양의 천연기념물인 연꽃 군락지 ‘상림’에서 자신의 사진집을 펼쳐보이며 웃고 있다.

 

지방의 어느 공무원이 불교사진집을 냈다는 소식을 들었다. 38년간의 공직생활을 마치고 경남 함양읍장으로 지난 6월30일 정년퇴임한 강성갑 씨(법명 고봉). 알고 보니 조계종 포교사다. 지난 7일 해인총림 해인사 함양포교당 보림사에서 그를 만났다.

퇴직한 지 겨우 1주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강 씨는 “아침 일찍 출근해 매일같이 바쁘게 뛰다가 갑자기 한가로워지니 아직은 어리둥절하다”고 말했다. 사진집은 국민의 공복(公僕)으로 충실히 살아온 자기 자신에 대한 보상이다. “올곧은 불자로서 못다 한 봉사를 하며 제2의 인생을 살겠다”는 서원의 이정표이기도 하다.

사진집의 제목은 <참 머슴 사진 이야기>. 6월24일부터 29일까지 함양문화예술회관에서 전시회도 열었다. 모두 4개 주제로 구성된 사진전에는 고향인 함양의 산천과 사계절, 삶의 버팀목이자 나침반이었던 불교와 미얀마의 불교성지 등을 담은 작품 40점이 선보였다. 강 씨는 “작품으로서는 아직 덜 익은 수준이지만 새로운 봉사의 삶을 시작하겠다는 다짐이 배어있기에 개인적으로 굉장히 애틋하다”고 말했다. 물론 충분히 볼 만하다.

강 씨는 함양 토박이다. 함양에서 태어나 60년 동안 함양을 떠나본 적이 없다. 1978년 2월 9급 공무원으로 공직에 입문했다. 카메라를 든 건 2002년 1월 함양군청 문화관광과 계장으로 일하면서부터다. “업무상 사찰을 비롯한 관내의 문화재를 많이 촬영하다가 평생의 취미 하나를 가져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후배들에게 수시로 강조하는 덕목도 ‘자기계발’이다. “자아의 발전과 함께 조직의 일원으로서 늘 참여하고 봉사하면서 즐겁게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더 나은 공직자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출간”한 사진집이다.

지역불교계의 일꾼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2002년 창립한 함양군공무원불자회의 산파역을 맡았다. 2012년 창립 10주년 기념법회를 성대하게 치른 불자회는 여전히 탄탄하다. 50여 명의 회원들이 정기법회와 성지순례를 지속하며 부처님오신날과 백중이면 동네 사찰을 돌며 자원봉사를 실천한다.

사진촬영도 사실은 포교사로서의 책임감에서였다.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가며 벽송사 용추사 등 함양의 명찰이 소장한 숨은 문화재를 사진으로 찍어 도지정문화재로 등재하는 데 이바지했다. 영원사가 전통사찰로 지정되도록 힘쓰기도 했다.

“시골의 지방직 공무원은 중앙부처 공무원보다 얼핏 여유로워 보이지만, 인력이 없어 수해복구 화재진압 민원대응 상시행정까지 모두 소화해야 하는 1인 다역입니다. 공직생활을 하면서 신행활동을 병행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래도 함께 해준 법우들이 있어 불자로서 이만큼이나마 의무를 다 했어요.”

천성이 친절하고 마당발인 덕분에 함양읍내 주민이 모두 그의 이웃이다. “가족과 친구들이 함께 많은 곳을 다니면서 끊임없이 대화할 수 있는 점이 ‘출사’의 진짜 매력”이라는 말에서도 인간미가 느껴진다. 고단했던 사회생활, 때로는 힘들고 때로는 억울했지만 다 묻어두고 앞만 보겠단다.

‘100세 인생’을 준비하며 또 다른 불교사진집을 내겠다는 게 꿈이다. 매월 먹을거리를 싸들고 인근의 군부대를 찾아 장병들을 다독이겠다는 원력도 크다. 그의 좌우명은 ‘수처작주 입처개진.’ 남을 위한 일이 곧 나를 위한 일임을, 남을 받듦으로써 도리어 내가 주인 되는 이치를 계속 느껴보고 싶다는 바람이다.

[불교신문3218호/2016년7월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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