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젊은이들은

그 어떤 세대보다도

자기가 갈 길을

정확하게 찾아낸다

출가자수를 늘리는

가장 중요한 해법은

굽은 나무를 걷어내고

능력자를 우대하는 것이

아닌가한다

오늘날 조계종의 최대 화두는 출가자 수의 감소이다. 사회가 발달하고 선진국화가 진행되면, 개인의 자아실현과 행복의 욕구는 강해진다. 반면, 종교에 대한 의존도는 줄어들기 마련이다. 여기에 인구감소와 여성들의 활동영역이 증대하면서 출가자의 감소 폭은 눈에 띄게 증대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의 젊은이들이 결혼을 꺼려하면서까지 자아실현과 행복을 추구하는 모습은, 부처님 당시의 출가 붐이 일었던 인도의 시대배경과 흡사하다. 당시 부처님이 시대변화를 읽고 교단을 성립하는 과정은 실로 경이적이다. 그들은 대부분 귀족의 자제와 지식인들이었으며, 삶과 행복의 문제에 깊이 고민하고 있었다. 이들을 부처님이 인도해 들일 수 있었던 것은, 부처님에게 시대적 요구를 관통하는 강력한 에너지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불교 확대성기인 당나라 초기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시 불교는 고뇌하는 삶의 대안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자은전> 권7을 보면, 현장법사는 당태종에게 계속해서 출가자 수를 늘려줄 것을 주청한다. 당시 출가하려는 이들은 부지기수였지만 국가에서 통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현장스님의 요구가 받아들여지면서, 당나라는 불교국가가 되는 동시에 중국역사상 최고의 왕조로 거듭나게 된다.

불교가 인도와 당에서 번성할 수 있었던 것은, 시대정신을 읽고 이에 대한 올바른 해법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능동적인 변화 속에 내재되는 낭만적인 활력이다. 오늘날의 젊은이들이 추구하는 행복의 가치는 불교의 뿌리 깊은 문제의식과 그대로 맞닿아 있다. 그런데도 조계종은 이들을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즉 현대인들이 출가를 기피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출가할 수 있는 조건이 종단에 부족하다는 말이다.

종단은 1994년의 종단 개혁 이후 끊임없는 자기발전을 이룩해왔다. 그러나 그 기간 동안 한국사회는 IMF사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더 빠르게 변화했다. IMF 이후 사회는 스펙과 능력사회로 급격하게 변모한다. 그러나 종단은 현재까지도 연공서열이나 문중구조와 같은 집단주의 의식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속도의 차이가 바로 젊은이들을 밀어내고 있는 이유인 것이다.

부처님은 처음부터 ‘화상’과 ‘아사리’라는 양대 축을 가지고 불교교단을 유지했다. 화상이란 현대의 은사를 가리키는 말이며, 아사리란 교육을 담당하는 교수사를 의미한다. 즉 부모와 스승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 이 중 부처님이 더 중시한 것은 스승인 아사리였다. 이를 통해서 인도승단은 능력 있는 승려들이 주도하는 구조를 확립하게 된다.

동아시아에서 불교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도 승과라는 시험제도 때문이다. 승과의 합격자는 출가년수와 관계없이 고속 승진했으며, 이들에 의해서 대종사와 대선사 그리고 왕사와 국사가 채워졌다. 역시 능력을 중시하는 구조였던 것이다. 그렇다보니 승단의 수준이 높고, 사회를 주도할 수 있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오늘날도 조계종에는 과거의 승과와 비슷한 승가고시라는 제도가 있다. 그러나 이것은 마치 운전면허 시험처럼, 절대다수가 합격하며 1등을 해도 아무런 이익이 없는 구조이다. 이런 상황은 공부의 열의를 꺾고 집단의 도태와 연결된다.

산사에서는 흔히 굽은 나무가 산을 지킨다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굽은 나무가 무성한 산에는, 곧은 나무가 자라지 않는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현대의 젊은이들은 그 어떤 세대보다도 자기가 갈 길을 정확하게 찾아낸다. 이런 점에서 출가자수를 늘리는 가장 중요한 해법은, 굽은 나무를 걷어내고 능력자를 우대하는 것이 아닌가한다.

[불교신문3217호/2016년7월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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