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거스님 ‘화엄경 최고 주석서’
<화엄경소론찬요 1ㆍ2>권 출간

화엄경소론찬요 1·2

혜거스님 편저/ 불광출판사

화엄경 39품 중 ‘세주묘엄품’

찬요120권 중 1~11권 마무리

1년 2권씩 20권 분량으로 완역 후

일반 대중용 2권으로 간행 계획

 

탄허스님 ‘신화엄경합론’ 잇는

또 하나의 시대적 역경 대작불사

‘인재양성’ 화엄각 건립 발원 의미

혜거스님은 ‘화엄경의 최고 주석서’로 꼽히는 <화엄경소론찬요> 120권을 앞으로 10년에 걸쳐 20권 분량으로 번역할 예정이다. 서울 자곡동 탄허기념박물관 건립에 이어 두 번째로 추진하는 ‘화엄각’ 건립 불사 원력도 담겨있다.

‘불교 경전의 꽃’이라 불리는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 약칭 ‘화엄경’)>은 부처님이 깨달은 진리의 세계를 보여주는 최상의 경전이다. 하지만 천상과 지상을 오가며 일곱 곳(7處) 아홉 차례(9會)에 걸쳐 설해진 <화엄경>은 내용이 워낙 깊고 오묘한데다 그 분량 또한 방대해 불교에 해박한 사람들도 접근하기 어려운 경전이다. 이에 대강백 탄허(呑虛, 1913~1983)스님이 화엄경 번역과 함께 중요 관련서를 모두 집대성하고 현토역해(懸吐譯解)하여 <신화엄경합론(新華嚴經合論)>(전 47권)을 간행(1975년), 한국 근대불교사에 획기적인 일로 평가받고 있다. 번역과 출판에 걸린 세월만 해도 무려 17년, 원고 매수 6만2000장에 이르는 대작불사였다.

하지만 신화엄경합론이 간행된지도 어언 40여 년, 한글세대에게는 좀 더 간결하고 명확한 화엄경 강설이 필요하게 됐다. 이에 탄허기념박물관을 건립해 ‘인재양성’ 유지를 받들고 있는 탄허스님의 제자 혜거스님(금강선원 선원장)이 또 하나의 대작불사 원력을 세웠다. <화엄경소론찬요(華嚴經疏論纂要)> 120권을 현토(懸吐)하여 완역하는 작업이다. ‘화엄경소론찬요’는 명말청초 도패(道, 1615~1702)대사가 약술 편저한 책으로, 청량국사의 <화엄경소초>와 이통현 장자의 <화엄경론>의 정요만을 간명하게 엮은 ‘최고의 화엄경 주석서’로 꼽히고 있다.

탄허스님의 번역을 바탕으로 이번에 혜거스님이 펴낸 <화엄경소론찬요> 1ㆍ2권은 화엄경 80권본 39품 중 ‘세주묘엄품(世主妙嚴品)’에 해당하며, 화엄경소론찬요 120권 중 제1권부터 제11권까지의 분량이다. 세주묘엄품은 화엄경 전체의 서론이자 총론부분으로 법회에 모여든 인물들을 통해 부처님의 공덕을 찬탄하는 내용으로 군더더기 없는 직역이 특징이다. “번역 당시의 유행하는 문체로 번역하면, 20~30년의 세월만 지나도 그 의미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혜거스님은 앞으로 1년에 두 권씩, 10년 동안 총 20권 분량으로 ‘찬요’ 전권을 완역할 계획이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불자가 아닌 일반 대중들도 수월하게 읽을 수 있도록 화엄경 전체를 2권으로 압축해 펴낼 계획이다.

세수 73세. 10여년의 대작불사를 앞둔 혜거스님은 무상한 세월 속에 이어져 온 화엄경과의 인연담을 간행사에서도 풀어놓았다. 스님이 입산 출가해 겨우 이레가 되던 날, 처음 접한 경전이 화엄경이었다. 행자생활을 시작한 영은사는 오대산수도원이 해산된 후, 이의 연장선상에서 탄허스님이 3년 결사(結社)를 선포하고 화엄경 번역이라는 대작불사를 시작하여 강의했던 곳으로, 한국불교사에 한 획을 그려준 도량이었다. 당시 탄허스님은 행자인 혜거스님에게 “설령 알아듣지 못할지라도 들어두면 글눈이 생겨 안 들은 것보다 낫다”며 청강을 권했던 경전이다. “처음 화엄경 설법을 듣는 순간, 우주법계의 장엄세계가 황홀하고 법계를 맑혀주고 무진 보배를 담고 있는 바다의 불가사의한 공덕이라는 대종사의 사자후가 머릿속에 쟁쟁하게 울려왔을 뿐, 그 도리를 이해한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다. ‘쭉정이만도 못하다’고 꾸지람을 하던 대종사의 방할(棒喝)을 맞으며 영은사에서의 결사가 끝난 후, 단 한 번도 화엄경을 펼쳐 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몇 해 전에는 범어사에서 화엄경을 강의하던 무비스님(전 조계종 교육원장)으로부터 서울에서도 화엄경 강좌를 열어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게다가 ‘혜거스님이 꼭 해내야 할 불사’라는 조계종 원로의원 성우스님(BTN 불교TV 회장) 당부까지 듣고 나자 ‘언감생심’이라고만 생각했던 화엄경 강좌는 의무감으로 다가왔다. 금강선원에서의 1년간의 강좌는 불교TV를 통해 중계되기도 했다.

혜거스님은 6년 전 서울 자곡동에 탄허기념박물관을 건립하고 보살사상 실천을 위한 만일수행결사를 이끌며 다시 ‘화엄각’ 건립을 발원했다. (한문) 경전을 공부하고 싶은 이는 누가 하루24시간 365일 아무 불편 없이 공부할 수 있는 ‘화엄학관’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신도들은 지난해 혜거스님의 화엄경 강의를 들으며 화엄경 80만자를 새겨 넣을 ‘화엄각’ 불사 모연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우주 전체가 화엄경 아닌 것이 없습니다. 전체가 화엄경이라고 한다면 따로 들을 것이 뭐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부처를 따로 찾을 이유가 어디 있습니까. 지옥을 피할 이유가 없으며, 천당을 구할 이유가 없습니다. 살았다고 좋아할 것이 없고, 죽는다고 서러워할 것이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화엄경 도리입니다.” (<탄허 강설집>에서) 방대하고 난해한 내용으로 인해 지금까지 화엄경에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던 이들에게 ‘화엄경소론찬요’ 일독은 ‘화엄각’ 건립 불사에 동참하는 계기도 된다.

[불교신문3217호/2016년7월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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