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등 4대종단 합쳐도 원불교에 국제화 뒤져

연구소 국제훈련원까지 두고 23개국서 맹활약
각 종단 국제화 지표 발표, 범불교적 대책 시급 

원불교가 23개국 67개 도시에 교당과 30여 관련 기관을 개설하고 140여명의 교역자가 봉사와 교화 활동을 하는 등 국제무대에서 사실상 한국불교의 대표종교로 활약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반해 조계종을 비롯 태고종 천태종 진각종 등 한국불교 4대 종단은 조직 인원 활동영역 등 모든 면에서 국제포교가 원불교에 못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한국불교 세계화’를 주제로 논문을 발표한 한국교수불자대회 자료집을 통해 알려졌다. 이 대회에서 ‘원불교의 국제교화 활동과 전망’에 대해 발표한 김성장(원광대학교)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원불교는 1962년에 이미 문교부 인가를 받은 ‘해외포교연구소’를 설립하여 해외에 원불교를 알리고 신도를 양성하는 활동을 펼쳐왔다.

1962년부터 영문판 기관지를 발행해 현재 26개국 300여 종교 교육단체와 각 대학도서관 종교단체에 배포해 이 잡지를 접한 미국 일본 독일 중국 등에서 외국인 입교자가 자발적으로 나왔다. 1943년 일본어판을 시작으로 원불교 교서를 발간해 올해 까지 영어 중국어 노어 독어 일어 불어 서반아어 포어 아랍어 에스페란토 등 10개국으로 번역되었고 15개 주요 언어로 번역이 진행 중이다.

원불교의 이같은 해외포교는 국제부를 통해서 조직적으로 진행하며 제주도에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국제훈련원도 두고 있다. 원불교는 지난 2002년 미국 펜실베니아 주 정부로부터 인가받은 대학원대학을 두고 원불교학과 선응용 석사과정을 개설할 정도로 미국 현지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원불교는 교리 번역, 교당, 교육기관 개설 등 종단 차원의 조직적인 활동 외에 현지 의료지원 교육 사업 등 봉사를 통한 현지화 작업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특히 후진국인 아프리카와 동남아 등지에 의료 교육 사업이 활발하다.

아프리카에는 원광대 약학대학장을 역임한 김혜심 교무가 1995년부터 의료봉사활동을 펼쳐 현재 유치원, 보건소, 에이즈 쉼터, 여성개발센터, 직업훈련학교, 지역개발 농업프로젝트, 청소년문화교류, 구호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사업들은 해당국가와 우리 외교부로부터 인정을 받은 비영리법인을 통해 펼쳐 해당국가와 한국정부의 지원 및 신뢰를 확보하고 있다.

1990년부터 박청수 교무가 주도하는 인도와 아시아 지역도 역시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특히 북한 조선적 고려인등 해외 동포를 위한 후원과 한글학교에 주력하고 있다. 불교국가에는 주로 학교와 병원 우물개설에 집중해 전교생이 1천여명에 육박하는 학교, 5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 18만명에게 혜택을 준 무료병원, 70명의 어린이를 돌보는 탁아원 등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

종교연합 국제교류에도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아 유엔에 원불교 총부사무소와 미주 사무소를 두고 세계 여러 나라와 종교 교류를 맺고 있다. 이러한 성과에 힘입어 지난 5월 원불교 100주년 행사에 전 세계 47개 교당 400여명, 세계 종교지도자 100여명이 참석했다.

논문을 발표한 김교수는 “원불교는 100년이라는 한국 근현대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개교하여 소리없이 발전하여 국내에서는 불교 기독교 천주교와 나란히 4대 종교의 반열에 올라 있고, 국제 사회의 종교계에서도 주목을 받을 만큼 그 기반을 다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보리선수 약사선원 진푸티
신뇨엔 아토신소 대승정

이에 반해 조계종을 비롯 태고종 천태종 진각종 등 한국의 4대 불교종단은 모두 합쳐도 원불교를 따르지 못할 정도로 국제 포교 분야에서 열세다.

‘대한불교조계종의 국제화 전략:문제점과 방향’에 대해 발표한 김용표(동국대)교수는 “조계종의 국제화 실적은 한국불교계 신흥종교인 원불교의 국제화 현황과 비교해도 미약한 수준이며 조계종의 대표 수행법으로 내세우고 있는 간화선에 대한 인식도 미약하고 전통사찰 문화 의례도 잘 알려져 있지 않으며 서구의 저명한 대학도서관에서도 한국불교 관련 도서는 찾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재외 교민은 불교신자에서 기독교로 개종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언어 문화적 차이 교육 취업 등 이민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종교공동체가 해결해주지 못해서”라고 진단했다. 조사에 의하면 한인 교포의 71%가 기독교 신자인 반면 불자는 6%에 불과하고 사찰과 교회 비율도 1대 40으로 압도적으로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 교수는 미국 뿐만 아니라 몽골 스리랑카 등 동양권에서도 기독교에 비해 고전을 겪는 실정이라며 “개신교는 현재 170여국에 2만5천여명의 선교사를 파송하고 있으며 10만명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불교는 1960년대부터 여러 스님들의 노력으로 세계 30여국에 160여개의 한국계 사찰을 운영하는데 그 중 146개가 조계종일 정도로 조계종은 국제 포교 분야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대부분 한국교포를 대상으로 하는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

김 교수는 조계종에서 발간한 자료를 토대로 조계종의 해외 포교 국제화 현황을 상세하게 소개한 뒤 “해외 주요 불교국과 비교해 볼 때 조계종의 국제화 전략과 그 시행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으며 특히 기독교의 활발한 해외선교 전략과 비교해 볼 때 매우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한국불교 세계화의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국제화에 대한 필요성 인식과 비전의 대전환이 필요하며 업무를 전담하는 기구가 너무 소략하며, 해외포교를 위한 전문연수교육기관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용표 교수는 또 “언어권별 불교도의 현황과 사찰의 파악, 해외포교의 원력을 가진 스님 및 재가자의 발굴과 지원, 국제포교와 국제불교회의 참가 전문가 양성과 교육 훈련 등에 관한 체계적인 정책이 시행되어야하며 이를 위해서 특별기금을 종단과 범불교도 차원에서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한불교천태종의 국제화 전략’에 대해 발표한 권탄준(금강대) 교수의 발표를 보면, 천태종 해외 포교는 중국과 한국 천태종의 교류와 국제학술회의에 머물고 있다. 교류도 천태지자대사 탄신 기념법회 참석이 대부분이다.

권 교수는 “천태종은 국제적인 교류협력이 활발하며 이는 지금까지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눈부신 것이라 할 수 있다”며 높이 평가했지만 천태지자 대사 관련 행사 참여와 한중일 국제학술대회 외에 해외 사찰 건립, 해외 신도 포교 등의 일반적인 국제포교 사례는 제시하지 않았다. 권교수는 천태종 종립대학인 금강대학 차원의 중국 등 외국과 학술교류 등도 국제화 사례로 포함시켰다.

‘대한불교 진각종의 국제화전략’에 대해 발표한 김치온(진각대학)교수는 “진각종은 세계불교도우의회 차원의 국제교류 활동, 해외포교 교육포교 부문 국제학술회의와 청소년협회 국제활동 등 세 부분으로 나뉜다”며 “현지 교포들 요구와 교화를 위해 미국 LA에 불광심인당 워싱턴 법광심인당 중국 흑룡강성 해동심인당을 개설해 운영했지만 현재 불광심인당만 운영중이며 2015년부터 현지 유학승을 국제포교사로 임명하여 현지인 상대로 교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려 한다”고 소개했다.

태고종의 국제화 전략에 대해 발표한 해사스님(동국대 교수)은 “태고종은 해외교구 사찰을 통한 해외 전법활동과 영산재를 통한 불교사상 이념과 불교문화 전파 두 가지 사업이 활발하다”며 “2004년 수행자와 포교사 양성위한 오스트리아 빈 불교대학 설립을 비롯 현재 미국 캐나다 호주 등 19개 사찰, 30여명의 외국인 승려 4명의 전법사가 활동 중”이라고 소개했다.

또 “미국은 5개 지역으로 나눠 각 지역 중심사찰을 지정하여 년 2회 정기수련회를 개최하며 이를 통해 매년 50여명의 새로운 신자가 등록하고 묵림회를 통해 다양한 종교와 종파의 성직자들과 정기적인 대화를 한다”고 덧붙였다. 태고종은 미국 LA 로욜라 메리마운트 대학 종교학과 교수를 역임한 종매스님이 미국과 유럽을 누비며 법문과 강의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영산재는 1996년부터 올해까지 20년간 캐나다 스웨덴 수단 스페인 대만 독일 일본 러시아 뉴욕 베트남 등 거의 전세계를 다니며 공연을 해 해외에 한국불교를 알리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종단 차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오래전부터 체계적으로 지원해온 원불교에 비해 크게 뒤지는 해외 홍보, 국제 활동은 외국인들에게 원불교를 한국불교 대표로 받아들이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원불교도 정체성을 불교임을 명확히 하고 있는 실정이다.

위 논문을 발표한 김성장 교수는 “불교가 아니라는 말까지 방송 중에 나오는 상황을 문제삼지 않는 것은 이상해 보인다”며 “국내에서는 원불교가 이미 상당한 교세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누가 뭐라고 하든지 크게 관심두지 않을 수 있지만, 국제교화를 활성화시키는데는 불법을 새롭게 해석하고 시대에 맞게 재구성하여 생활화 된 새 불교이면서 한국에서 발생한 새 종교라는 점을 분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불교의 세계화’를 주제로 열린 올해 한국교수불자대회는 5일 부산 삼광사에서 입재식을 갖고 2박3일간의 일정에 들어갔다. 입재식은 심익섭(동국대) 회장의 대회사, 삼광사 주지 무원스님의 환영사, 포교원장 지홍스님 (포교부장 무각스님 대독)의 치사, 그리고 한 중일 삼국을 대표하는 성직자들의 격려사로 이어졌다. 중국은 보리선수의 진푸티대선사, 일본은 신뇨엔의 신소 대승정이 인사했다.

입재식에 이어 박세일 전 서울대 교수가 ‘한국불교의 세계화’를 주제로 기조발제 했다. 이어서 한 중 일의 불교 세계화 사례를 발표했다. 한국에서는 김응철(중앙승가대) 교수가 주요 종단 활동을 중심으로 한국사례를 발표했다. 중국은 권중달(중앙승가대)교수가 기장 송정에 자리한 보리선수 약사선원을 사례로 들었으며 일본의 사례는 이용철(한림대) 교수가 신뇨원(眞如苑)을 소개했다.

기조발제하는 박세일 교수

대회 둘째 날에는 한국불교 종단의 국제화 전략, 한국불교 포교활동, 한국불교문화의 세계화 세 주제가 동시에 진행되고 오후에는 장소를 약사선원으로 옮겨 아시아 불교를 주제로 ‘아난다의 참회’ ,‘히지리의 교화활동과 그 교육사적 의미’, ‘인도와 동아시아에 전승된 우란분재’, ‘진푸티상사의 대광명수지법의 수행공덕’ 등의 논문이 발표됐다. 한국불교세계화를 위한 불교교단과 불자지식인들의 역할을 주제로 종합토론을 끝으로 둘째날 행사를 마쳤다. 마지막 날에는 보리선수 약사선원 법생스님이 특별강연을 하고 회향했다.

심익섭 회장은 “그동안 준비해왔던 불자지식인 공동체인 ‘불교미래포럼’과 대학생과의 캠퍼스불교운동 구심체인 ‘대학불교네트워크’가 하반기 출범한다”고 소개했다.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