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적 시선으로 본 ‘백중’

백중은 부처님의 탄생, 출가, 성도, 열반일과 더불어 불교 5대 명절의 하나인 큰 명절이다. 또한 백중은 설날, 단오, 추석, 동지와 더불어 불교 이전부터 전해져온 대표적인 전통적인 절일(節日)이기도 하다. 불교 이전의 백중은 햇곡식을 추수한 것에 대한 감사와 봄부터 진행된 고된 농사일로부터 벗어남을 상징하는 축일(祝日)이었다. 이러한 백중이 불교와 만나면서 스님들에 대한 공양을 올리는 반승(飯僧)의례와 지옥에서 고통받는 조상들의 천도를 기원하는 효순공양(孝順供養)의 천도의례가 이루어지는 불교명절이 된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맥락은 백중을 지칭하는 이름들에서도 잘 나타나 있는데 성현의 <용재총화>에서는 승가에 100가지 다과를 올려서 ‘백종(百種)’이라 한다 하였고, 달리 안거 해제를 위해 모여 있는 많은 대중 스님들께 공양을 올린다고 하여 백중(百衆), ‘거꾸로 매달린다(倒縣)’는 의미의 범어 ‘울람바나(ullambana)’에서 유래한 우란분절(盂蘭盆節) 등의 불교적 이름이 있다. 한편 농경과 관련된 명칭으로는 세벌 김매기가 끝났음을 뜻하는 ‘호미씻이잔치(洗鋤宴)’, 힘든 농사일에 새까매진 발뒤꿈치를 깨끗하게 씻는다고 하여 ‘백종(白踵)’ 등이 있다. 도교적 전통에 따라 백중을 중원일(中元日)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도가(道家)에서 삼원일(三元日)로 여기는 음력 정월 보름, 음력 7월 보름, 10월 보름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백중은 불교명절이자 전통절기라는 두 가지 전통을 지닌 독특한 명절이다. 백중은 목련존자의 어머니 일화와 관련되어 조상천도와 효도의미를 되새기는 날이지만 근원적인 의미를 새겨보면 지옥중생을 구제하기를 발원하는 날이다. 지옥은 의미적으로는 탐진치에 물들어 고통받는 곳을 말하므로 사바세계, 즉 인간세상이 곧 지옥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지옥같은 인간세상에서 부처님의 정법이 구현되면 바로 극락정토가 되고 열반세계가 펼쳐지는 것이므로 거꾸로 매달려 고통받는 지옥중생을 구제한다는 우란분절의 지향은 모든 중생들의 해탈열반, 즉 생명해방을 추구하는 불교 본연의 가치를 재확인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보면 생존을 위한 노동의 고통에서 벗어남을 상징하는 전통명절로서 백중은 불교적 지향과 궤를 같이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를 오늘날에 걸맞게 재해석하고자 한 시도가 있었는데 1985년 최초로 시현된 ‘생명해방의 대축제’였다. 이는 1994년 봉은사에서 다시금 재현되기도 했는데 내용은 우리 사회의 모든 이들이 부처님의 자비광명아래 평화롭게 공존하기를 기원하는 것이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부모가 자식을, 자식이 부모를 죽이는 패륜이 일어나고 부익부 빈익빈의 사회양극화, 계층·계급간 갈등이 점점 치열해지는 고통과 갈등이 만연한 지옥의 시대를 살고 있다. 이번 백중에는 조상천도의 의미에 더하여 지옥의 고통을 벗어나 해탈의 세계로 가기를 발원하는 백중 본연의 의미를 불교계가 사회적으로 어떻게 구현해 갈 것인지 모색해보는 명절이 되었으면 한다. 그러면 백중은 수천 년 동안 그래왔고, 지금도 또한 그렇고, 앞으로도 계속 불교의 백중이자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백중으로 계속될 것이다.

[불교신문3215호/2016년7월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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