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모
                                     롱펠로

마을의 변두리

낡은 이정표가 서 있는 곳에서

이제 이방인이 되어 내려다본다.

나는 어둡고 낯익은 숲의

그림자진 꼭대기를 바라본다.

숲이 변했는가, 내가 변했는가?

아아, 참나무는 싱싱하게 푸르다.

그러나 덤불 속을 헤매며

나와 어울리던 친구들은

사이에 낀 세월로 낯설어졌다.

바다는 다름없이 밝게 흐르고

해는 다름없이 밝게 빛난다.

그러나 오오! 그들은 내게

전 날과 같은 해가 아니어라,

전 날처럼 흐르는 물결이 아니어라.

시인 롱펠로(1807~1882)는 “가장 미국적인 시대의 미국적인 시인”으로 일컬어집니다. 특히 그는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으로부터 “불멸의 왕관을 쓰고 있다”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이 시는 변모하는 것과 변모하지 않는 것에 대해 말합니다.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사람의 마음과 몸은 변화하고,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는 두텁지 아니하게 되어 거리가 생기고 점차 서먹서먹해집니다. 그러나 대양을 이룬 바다는 여전히 밝게 출렁이고, 끝없이 열린 하늘에서 태양은 매일매일 밝게 빛납니다. 또한 굳게 맹세한 약속처럼 숲은 싱싱하고 푸른 생명력을 내내 잘 유지합니다. 다만 사람의 인명(人命)은 유한하여 늦가을의 나뭇잎처럼 쇠약하여 말라 떨어집니다. 이러한 사실을 여실하게 보아야 겠습니다. 


[불교신문3214호/2016년7월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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