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의 가장 큰 기능은 바로 전법

가수는 히트곡만으로 박수 받지만

같은 법문만으로는 환영받지 못해…

 

여기 절에서는 법문과 기도를 포함해서 불공의식은 1시간30분을 넘기지 않는다는 원칙을 정해 놓고 있다. 왜냐하면 법회시간이 너무 길어지면 집중력도 떨어지지만 자칫 지루함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에 공양시간과 차담을 여유롭게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신행은 기분이 가벼워야 하며 신나고 즐거워야 한다는 게 내 지론이다. 그리고 때때로 추억에 남는 이벤트를 만들어 준다면 편안하고 친근한 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동지법회를 준비하면서 이벤트를 무엇으로 할지 고민하다가 겨울철의 별미 ‘붕어빵’을 떠올리고 기계를 구입하여 구워주었는데 쌀쌀한 날씨 탓인지 그야말로 대박이 났었다. 산사에서 맛보는 붕어빵은 유별났다는 후기를 읽고 손님에게 새로운 인상을 심어준 것 같아서 무척 흐뭇했다. 이렇게 조금만 생각을 돌리면 절을 찾는 신도들에게 흥미를 줄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많을 것 같다. 어떤 식이든 신도들의 재방문율이 높아야 포교 측면에서는 성공이다.

대중들에게 친숙한 혜민스님이 우리 절에서 특별법회를 개최한 바 있다. 스님이 다녀간 다음날 법회에서 “유명한 스님은 청중들이 매번 다르기 때문에 똑같은 주제를 가지고 여러 번 말할 수 있지만, 여기는 청중들이 매번 동일하기 때문에 법회 때마다 다른 주제를 정해야 한다. 이래서 내가 더 힘들다”라고 말해 한바탕 웃기도 했다. 가수는 대표곡을 여러 번 불러도 박수를 받지만 법사는 그 자리에서 내용을 반복하면 환영받지 못한다. 그러므로 사찰의 법회를 주관하는 주지 소임은 늘 강연 내용을 연구하고 그 주제를 고민해야 하는 고충이 있다는 것을 이 기회에 말하고 싶다.

외진 시골에 살면서도 매번의 법회에 신경쓰는 것은 ‘법석이 살아야 불교가 산다’는 소신 때문이다. 흔히 불교가 살아 있다고 말할 때 절이 많고, 신도가 많아서가 아닐 것이다. 불교가 역사 속에 박제되지 않고 생동감 있다고 말할 때는 법석이 있느냐, 없느냐로 그 기준을 정할 수 있다. 일찍이 서울 잠실에 도심포교를 실천하여 불광사를 창건했던 광덕 큰스님은 “천막법당이라도 법회가 열리면 불교가 살아 있는 것이고, 단청으로 장엄한 법당일지라도 법회가 열리지 않으면 죽은 불교”라고 말씀했는데 이 유훈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것은 신도들이 구름처럼 모였더라도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전하는 법문의 시간이 없다면 진정한 불교도 아닐뿐더러 살아 숨쉬는 불교도 아니라는 뜻이다. 불교의 본래 모습은 불공과 기도가 아니라 법석이 우선이라는 가르침이기도하다. 이런 까닭에 신도의 첫 번째 의무는 청법(請法)이 되어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나는 신도교육 때마다 ‘좋은 절’은 법석이 열리는 절이고, 그 법석에서 법문하는 스님이 ‘좋은 스승’이며, 그 법석에 참여하는 불자가 ‘좋은 신도’라고 정의한다. 따라서 법당이 아무리 높고 화려하다해도 법회가 열리지 않으면 불교가 없는 것이다. 먼 훗날 세월이 흘러 법당은 있는데 법석에 참여하는 신도가 없을 때를 상상해보면 아찔한 일이다. 그렇다면 사찰의 가장 큰 기능은 바로 전법의 역할이 되는 법석이 자주 열려야 한다는 것이 출가이후 줄곧 지녀온 내 신념이다.

[불교신문3214호/2016년7월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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