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생활 10년’ 방글라데시 출신 정오스님

방글라데시서 승려생활

대학교수로 재직하다

2006년 한국서 ‘재출가’

이주노동자 조현병 환자 도와

 

“한국불교는 대승불교의 기수”

조계종 총무원 총무부에 따르면 현재 종단에서 구족계를 수지한 외국인 스님은 80명, 사미계를 수지한 예비승은 51명이다. 방글라데시 출신 정오스님<사진>을 우연히 알게 됐다. 지난 2006년 입국해 방글라데시에서 온 이주노동자 포교와 조현병(정신분열증) 환자들을 위한 명상치유에 힘쓰고 있다. 제천 덕주사 주지 보림스님이 은사다. 안산에 보문선원을 개원한 보림스님은 외국인노동자포교의 개척자로 유명하다.

그런데 정오스님의 이력이 자못 특이하다. 1996년 미얀마에서 계를 받은 스님은 고국의 가오칼리 대학에서 5년간 교수로 재직했다. 불서도 10권을 쓴 학자이기도 하다. 2005년 스리랑카에서도 계를 받았고 인도에서도 공부했다. 벵골어(방글라데시) 힌디어(인도) 싱할라어(스리랑카) 영어 한국어까지 5개 국어를 섭렵하게 된 이유다. 2006년 부처님오신날 무렵 경북 상주 상락사에서 열린 학술세미나에 초청됐다가 문득 한국불교가 궁금해졌다.

지난 4월 반야사에서 설법하고 있는 정오스님.

“한국불교를 공부하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라”는 보림스님의 권유에 ‘재출가’라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모국에서 쌓은 일정한 지위와 명망을 한순간에 내려놓은 셈이다. 출가하자마자 입재한 1000일 기도는 교계 언론에도 소개될 만큼 화제가 됐다. 행자부터 시작해 법주사승가대학을 졸업했으며 이제는 종단의 정식 스님이다.

지난 6월24일 보문선원에서 스님을 만났다. 현재 보문선원에서 부전 소임을 보고 있다. 스님 옆을 졸졸 따라다니는 청년이 있었다. 눈빛이 불안하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모습이 전형적인 조현병 증세다. 미얀마에서의 수계 후 마하시명상센터와 태국 담마까야 사원에서 수년 동안 수행한 정오스님은 남방불교 명상을 통해 조현병 환자들의 치료를 돕고 있다. 입소문이 나면서 5명의 환우들에게 새로운 삶을 찾아줬다.

안산 일대의 외국인근로자를 지원해온 스님은 지난 4월 대구 현풍에 반야사를 개원했다. 방글라데시 근로자들의 숙소 겸 기도도량이다. 매월 첫째주 일요일마다 법회를 열고 명상을 지도한다. 아직은 다세대주택의 한 층을 빌린 조촐한 살림이다. 스님은 “현재 한국 내 스리랑카 법당은 22곳, 미얀마 법당은 10곳인데 비해 방글라데시 법당은 대구 반야사와 김포 붓다사 2곳에 지나지 않는다”며 “여느 사찰에 뒤지지 않는 규모로 모국인의 포교도량을 건립하는 게 원력”이라고 말했다.

정오스님은 석가족이다. 부처님의 직계후손인 셈이다. 반면 방글라데시의 불자비율은 1%에 불과하다. 이슬람국가다. 2012년 10월 무슬림에 의해 현지 사찰이 파괴된 사건은 종단이 항의성명을 발표할 만큼 파급력이 컸다. 스스로를 낮추며 한국에 정착한 까닭은 간명하다. “불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탄압당하는 방글라데시 불자들에게 한국불교가 의지처가 될 수 있음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특히 대승불교를 공부하기 위해서였다. 반야심경에 나오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실체가 알고 싶었다. 동국대 불교대학에서 박사학위과정을 밟고 있는 스님은 “대승불교의 기수인 한국불교의 국제적 위상을 외려 한국의 불자들은 잘 알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형(師兄)인 보문선원 주지 정진스님은 “하루에 500배씩 3년을 꼬박 기도하는 모습에 탄복했다”면서 정오스님에 대한 첫 인상을 회고했다. 무엇보다 “용기 있게 재출가를 선택하며 낯선 문화와 환경에 적응하려는 자세가 아름답다”며 “사형사제라는 관계를 떠나 누구에게나 귀감이 되는 스님”이라고 추켜세웠다.

1966년 7월 ‘세계 4대 생불(生佛)’로 불렸던 숭산스님은 일본에 홍법원(弘法院)을 세웠다. 해외포교의 효시로 알려져 있다. 그 후 50년이 지났다. 한국인으로, 동포들의 벗으로, 정오스님은 잘 살고 있다.

[불교신문3214호/2016년7월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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