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불교는 어떠했을까

나카무라 하지메 지음 원영스님 옮김문예출판사

 

가난해 술 살수 없던 인도인

야자열매를 발효시켜 마셔

건강에 나쁘고 몸 망가뜨려

“금주는 사회적 이유 따른 조치”

부처님께서 처음 법문을 하신 인도 사르나트 초전법륜지 전경. 부처님의 가르침은 이후 암송을 통해 전달되다가 후대에 문서로 기록된다.불교신문 자료사진

 

1975년 법정스님이 <불타 석가모니>를 발간하면서 불교학계에 적지 않은 변화가 일어났다. 일본의 저명한 불교학자 와타나베 쇼코가 쓴 이 책은 그동안 한국불교에서 신적 존재로서 보여지던 석가모니 부처님을 인간적인 분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

즉, 기도와 신앙의 대상에 국한됐던 부처님의 존재가 삼법인, 사성제, 십이연기 등 자연과 만물의 법칙, 삶의 방향을 적확하게 제시한 인간적인 분으로 해석되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이 메이지유신을 통해 영국과 독일 등 유럽의 문물을 받아들인 과정에서, 학자들에게는 기존 대승불교적 전통과 초기불교권 국가의 경전과 가르침이 활발하게 연구되기 시작했다.

현재 일본 불교학자 가운데서도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은 나카무라 하지메(1912~1999) 전 도쿄대 교수가 쓴 <최초의 불교는 어떠했을까>는 이런 이해의 연장선에서 우리에게 시사점을 던진다.

“우리 존재의 깊은 곳에 숨어 있는 맹목적 근본 충동인 망집은 실로 끊어내기 어려운 것입니다. 그것을 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이 의문에 부처님은 ‘망집을 없앤 모습’을 가르쳤습니다. 이 세상에서 보거나 듣거나 생각하거나 식별한 모든 좋은 것에 대한 욕망이나 탐욕을 제거하는 것이 불멸의 니르바나 경지다. 이를 잘 알고 조심해 현실에서 완전히 번뇌를 제거하면 항상 평안하다. 따라서 아름다운 모습에 애착을 일으키지 마라.”

초기경전인 <샹윳따니까야>에 나오는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불교에서는 신도 오계 가운데 불음주(不飮酒, 술을 마시지 마라)가 있다. 또 스님들에게도 불음주계는 그대로 적용된다. 그런데 나카무라 하지메 교수의 해석은 다르다. 인도 사람들은 가난해서 좀처럼 술을 살 수 없었다. 야자나무 열매를 따서 칼로 상처를 내면 발효가 이뤄진다. 이를 가난한 인도 사람들이 술로 애용했다고 한다. 하지만 정제가 되지 않아 건강에 좋지 않고, 더운 나라의 특성상 술이 몸을 망가뜨리기 쉽다.

“음주를 금한 전통은 인도 및 남아시아에 남아 있다. 오늘날에도 인도의 바라문은 술을 마시지 않는다. 초기 불교에서 술을 금한 것은 아마도 이러한 풍토적, 사회적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북방으로 가면 금주의 계율은 느슨해진다. 네팔의 칼리여신을 모시는 힌두교 사원에는 경내에 주점이 있다.”

나카무라 교수는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여러 계율과 교리에 대해, 특히 불자들 사이에서 한두번 이상 토론되어지는 주제에 대해 인도의 당시 상황과 여러 교리 분석을 통해 분석을 하고, 개선해야 할 방향을 함께 담아내고 있다. 일례로 해탈한 사람은 사후에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 “부처님께서는 형이상학적인 문제에 대해서 침묵을 지켰다. 초기불전에서는 이와 관련해 ‘모든 일이 완전히 끊어졌을 때, 이미 모든 논의도 끊어졌다’며 유무의 대립마저 초월했기 때문에 깨닫지 못한 사람들의 인식에서 벗어날 것을 주문했다”고 설명한다.

이 책은 또한 재가불자들이 살면서 부딪히는 부분을 소재로 초기불교의 가르침으로 설명하는 형식이란 점이 특징이다. 아내는 최상의 벗이다. 결혼생활이란 무엇일까. 부모와 자식 사이의 윤리, 사회인으로서 부모의 도리, 고용 관계, 균형있는 경제생활이란 무엇인가 등 가족과 사회에 대한 윤리를 석가모니 부처님의 시각으로 설명한다.

부처님은 재가불자들이 현명하게 경제활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부채가 있는 사람은 교단에 들어와 수행자가 될 수 없었다. “부채 때문에 싸움이 날 것”을 피한 것이다. 이자를 받고 돈을 빌려주는 것도 정당하게 봤다. 그 이유에 대해 나까무라 교수는 “열심히 노력해 부를 얻더라도 자기 혼자 독점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모은 재산은 결국 그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복리 혜택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석가모니 부처님은 보시의 덕을 강조했다”고 말한다.

나카무라 하지메 교수는 1912년 시네마 현에서 태어나 도쿄대 문학부 교수로 재직했으며, 미국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 객원교수를 역임했다. 일본정부로부터 은사상과 문화훈장을 받았고 비교사상학을 정립했으며, 한국관계학을 개설해 한일불교학 교류에 큰 역할을 했다. 번역은 조계종 교육아사리로 활동하는 원영스님이 맡았다.

[불교신문3213호/2016년6월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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