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의 시작은 반응이다

욕구가 있으면 반응이 생기고

감정·판단·기억·망상 등이 결합해

새로운 부정적 반응을 만들고

고민은 계속 늘어간다

고민의 사슬을 끊는 첫 걸음은

반응에 대해 판단하지 않는 것… 

고민오프

구사나기 류순 스님 지음 김정환 옮김 / 조계종출판사

 

반응하지 않는 연습

구사나기 류순 스님 지음 류두진 옮김 / 위즈덤하우스

고민이 없는 삶이 있을까. 또 괴로움 없이 살 수 있을까. 다양한 사람과 교류를 맺으며 살아야 하는 인간의 특성상 이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고민이나 괴로움을 줄일 방법이 있다. 부처님은 그 길을 잘 정리해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다.

일본에서 ‘테라코야 홍도의 마을’을 이끌고 있는 구사나기 류순 스님은 누구보다 격하게 청소년기를 보냈다. 중학교도 중퇴했다. 그래서인지 출가한 이후 ‘고민을 없애는 방법’을 화두로 삼았다.

“고민의 시작은 반응이다. 욕구가 있으면 이에 대한 반응이 생기고, 여기에 감정과 판단 기억 망상 등이 결합하면서 새로운 부정적 반응을 만들고 고민은 계속 늘어간다. 이런 고민의 사슬을 끊어내는 첫 걸음은 반응에 대해 판단하지 않는 것이다. 반응도 결국 마음에서 일어나는 생리현상이다.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그저 ‘지금의 고민은 전부 반응이 만들어내는 구나’라고 이해하면 된다.”

구사나기 스님은 고민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과정을 따라 ‘기대’ ‘판단’ ‘분노’ ‘미혹’ ‘망상’ 다섯 단계로 마음의 흐름을 정리해, 단계별로 소멸방법을 소개한다. 자신의 기대를 깨닫는 것은 고민을 원천적으로 없애는 방법이다. ‘기대가 괴로움을 낳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고 싶다는 꿈과 희망, 이렇게 해 줬으면 좋겠다는 타인을 향한 욕망, 반드시 이루고 싶다라는 집착은 전부 기대에 해당합니다. 자신의 기대를 한번 소리 내 말해 보십시오. ‘나는 ~ 하고 싶어’라고 말입니다.” 우선 내가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지 명확하게 아는 것, 그것이 고민을 줄이는 첫 단추라는 스님은 내가 기대하고 있는 바를 밖으로 소리 내 말하는 연습을 권한다.

기대가 있으면 기대를 이루기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 그런데 매 순간은 판단의 연속이다. 판단을 잘못하면 인간관계가 어려워지기도 하고, 자신을 속박하기도 한다. “‘나는 타인은 인생은 이러해야 한다’ ‘나는 타인은 세상은 이러한 것이다’ 라는 자신의 믿음을 알아차리고, 그 마음에 ‘판단’의 꼬리표를 찰싹 붙이세요.” 스님의 조언이다. 그리고 타인이나 자신에 대한 분노의 마음을 깨닫는 것,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상황에 대해 불안해하거나 망상을 일으키는 내 모습을 알게 되면 고민이 정리된다는 설명이다. 

고민을 해소하는 방법을 설명한 삽화.

스님은 여러 삽화와 도표, 부처님의 일화와 자신의 경험을 곁들이며 여러 고민을 해결한 예를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부정적인 반응에서 벗어나 긍정적으로 사고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스님이 결론적으로 말하는 고민 해소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고민하기 이전의 자기로 돌아가 보라”는 것이다.

“언제부턴가 고민에 빠졌다고 말하지요. 내 고민이 무엇일까에 몰두하지 말고, 왜 고민을 했을까를 떠올려 보세요. 이런 부정적인 마음은 어디서 왔을까. 우리는 부정적인 반응을 방지하거나 지우는 법을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반응을 알면 쉽게 고민에서 빠져나오게 됩니다. 지금 있는 그대로를 알아차리고 나면, 어떤 식으로 자신을 표현할지 판단이 섭니다. 결국 부정적인 반응에 사로잡히지 않고, 지금 있는 그대로를 이해하는 삶의 자세가 익혀지게 됩니다.”

스님의 또 다른 저서 <나를 피곤하게 만드는 것들에 반응하지 않는 연습>도 <고민오프>와 비슷한 내용을 담았다.

“사람이 고민에 빠지는 이유는 지나치게 판단하는 마음 때문입니다. 판단이란 이 일에 의미가 있는지 없는지, 인생은 살만한 값어치가 있는지 없는지, 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면 어느 쪽이 뛰어나고 뒤처지는지 등 단정을 짓거나 선입견을 갖게 되는 것을 말합니다. 이런 판단은 불만과 우울, 걱정 등 많은 고민을 만들어 냅니다.”

모든 사람은 욕심을 갖고 있다. 그런데 생존에 필요한 음식과 주거, 의복과 같은 것이 욕심을 채워주지는 않는다. 자신을 인정받는 지위, 학력, 외모, 경력, 브랜드 등 어찌보면 생존 이외의 것에서 욕심을 채우고자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것들이 제한적이며, 상대적이라는데 있다. 구사나기 스님은 “제한된 것을 쟁탈하려는 경쟁에서 승리감을 느끼고, 그곳으로 인해 결국 고통을 받는다. 가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꾸준한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즉 마음공부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행복은 결국 자신의 안에 있다. 내게 지금 무엇이 부족하다고 갈등을 느끼지 말고, 내게 지금 무엇이 있는가를 보며 행복을 스스로 찾아가려고 할 때, 인생은 행복하고 만족스러워진다. 그것이 바로 부처님이 제시하신 진정한 삶의 방식이기도 하다. 타인의 시선에서 홀가분해지고, 부정적인 감정을 떨쳐버리려는 연습이 수행이며, 행복의 길이 아닐까. 

➲구사나기 류순 스님은…1969년 태어나 질풍노도의 청소년기를 맞았다. 중학교를 중퇴하고 16세에 가출해 도쿄에서 생활하며 검정고시를 거쳐 도쿄대 법학부에 진학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정책 싱크탱크 등에서 일하면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탐구하다가 인도의 불교지도자 사사이 슈레이 스님 문하로 출가했다. 미얀마 국립 테라와다 불교대학을 졸업하고 태국 등서 수행했다. 일본에서 ‘불교 라이브’를 강의하며 다수의 강연과 연수활동을 펼치고 있다. 저서에 <괜찮아, 부처도 가족 때문에 고민했어> 등이 있다.

[불교신문3213호/2016년6월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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