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 활인선원장 대효스님

제 마음 바로 보는 일이

사람 살리는 근본적인 길

 

가족 단위 일반인 포함해

청소년 ㆍ교직원 대상으로

‘고(苦)땡 힐링캠프’ 운영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은

최선을 다 하는 그 순간”

지난 5월26일 안성 활인선원에서 만난 대효스님. ‘문제는 천만이라도 답은 마음 하나에 있다. 행복제작소 활인선원’이란 족자의 문구가 인상적이다.

 

“선(禪)은 쉽다”는 게 대효(大曉)스님의 지론이다. 특별히 마음을 ‘닦을’ 필요 없이, 지금의 그 마음을 그냥 ‘쓰면’ 된단다. 참선이 지닌 ‘고행’이나 ‘정진’의 이미지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낯설 수 있고, 깐깐한 혹자는 ‘이단(?)’이라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칭송해마지않는 역대 조사(祖師)들이 다들 그렇게 말했다. 보리달마는 “지금 나에게 부처를 묻고 있는 너의 마음이 부처의 마음”이라고 했고 마조도일 선사는 “평상심(平常心)이 도(道)”라고 했다. 지금의 그 마음을 그냥 쓰면 되는데, 그 마음을 자꾸 부정하거나 비트니까 삶이 꼬여버린다는 논리다. “참선이 왜 최고의 수행법인지 알아요? 참선을 하면 칠푼이 팔푼이도 깨달을 수 있으니까.”

안성시 죽산면 산골에 자리한 활인선원은 일반인들을 위한 참선도량이다. 대효스님은 일찍이 선(禪)의 불모지인 제주도에 원명선원을 개원해 40여년 동안 출재가 수행자들을 지도해온 원로 수좌다. 2008년 경기도 안성에 활인선원을 열어 일반인을 대상으로 수행을 가르치며 간화선의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작년부터는 ‘고(苦)땡 힐링캠프’라는 이름으로 가족 단위 일반인을 포함해 청소년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간화선 수련회를 열어 저변확대를 꾀하고 있다. 활인선원은 축원이나 기도의식을 하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오직 참선만 한다. 활인(活人). 제 마음을 바로 보는 일이 사람을 살리는 가장 쉽고 근본적인 길이란 믿음에서다.

‘자기 자신보다 귀한 것은 이 세상에 없다’, ‘실패 좌절 과거는 자산(資産)이다’, ‘단순함에서 지혜가 솟는다’, ‘중단하면 길이 보인다’, ‘문제는 천만이라도 답은 마음 하나에 있다’, ‘내 안에 다 있다’ 등등 스님이 직접 지은 경구들이 현수막으로 주련으로 선원 곳곳에 걸렸다. 세상 일이 마음 같지 않아선지 ‘잘 안된 일이 잘된 일이 될 수 있다’는 잠언이 가장 눈에 밟혔다. “아침에 해가 뜨면 저녁에 해가 지는 게 자연의 이치요. 잘 되기만을 원한다면 해가 하늘에 마냥 떠있길 바라는 심보지. 그러면 어떻게 되겠어요? 땅 위의 생명이 전부 말라 죽어버리지.”

이야기는 한 걸음 더 들어갔다. “‘중단하면 길이 보인다’고 했어요. 하고 있는 일이 제대로 진척이 안 되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게 왜 안 되나.’ 끊임없이 분석하고 성찰하고 다시 도전을 해야지. 반대로 일이 술술 잘 풀린다고 마음을 놓고 있으면? 오만과 착각에 빠져 결국은 일을 그르치고 말지요. 결국 잘 안된 일이나 잘 된 일이나 다시 말해 불행이나 행복이나 전혀 딴판인 것처럼 보이나, 사실은 같은 길 위에 놓여있는 겁니다. 잘된 일은 잘된 일대로 만족하고 잘 안된 일에선 교훈을 얻어 가면 그만이에요.”

이젠 진짜 이야기를 할 차례다. 깨달음이란 내가 본래 부처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부처님처럼 지혜가 탁월해서 부처님처럼 따르는 사람이 많아서 부처가 아니다. 살아있으면, 부처다. 조사선(祖師禪)의 핵심은 존재에 대한 절대적인 긍정이다. “사물을 볼 수 있는 능력,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 듣는 능력,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은 누구나 갖고 있죠? 태어나면서 숨을 거둘 때까지 유지되는 능력들입니다. 물론 다들 그러니까 이런 것들을 능력이라 쳐주지도 않아요. 능력이라면 무언가 그럴듯하고 비싸보여야 할 텐데…. 하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이것들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값진 보배 아닙니까? 이를 알아차리면 ‘나’라는 존재만으로도 완벽하게 행복할 수 있어요. 남을 헐뜯거나 업신여기고 싶지도 않아요. 권력이나 명예가 뜬구름처럼 보이고, 외부의 간섭과 영향에도 흔들리래야 흔들릴 수가 없어요.”

스님과의 이야기는 벼랑 끝에 섰다. ‘태어남이 곧 깨달음’이라는, 다소 파격적인 표현이다. 본래부처의 전제에 따라 모든 존재는 태어나면서부터 완전한 존재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모두 부처라면 부처의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다. 실제로 그렇게들 산다. 부처님처럼 밥먹고 물마시고 잠자고 부처님처럼 말하고 울고 웃는다. 다만 가끔씩 흐려지고 부서지는데 스님은 “마음을 병들게 하는 주범은 분별(分別)”이라고 했다.

“인류의 행복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종교이지만, 따지고 보면 인류를 파멸로 이끄는 것도 종교예요. 지구촌 곳곳의 전쟁은 대부분 종교간 갈등에서 비롯됩니다. 이른바 신을 섬긴다는 ‘계시종교’들은 근본적으로 폭력과 갈등의 씨앗을 갖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자기들의 신만이 선(善)이라고 주장하면서 다른 쪽의 입장과 가치는 철저히 외면하고 때로는 짓밟습니다. 생각해봅시다. 선(善)은 악(惡)을 증오한다면, 그것이 과연 선일까요?”

물론 “분별하지 말라”는 게 “아무 생각없이 살라”는 뜻은 아니다. 요즘 세상에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지 않으면 성공은커녕 목숨조차 위태로워지게 마련이다. 엄밀한 의미는 “너무 쉽게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사람이 지닌 가장 뛰어난 장점은 바로 생각입니다. 충분히 생각하고, 생각하다보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이 분명하게 나뉘는 법입니다. 다들 생각하기가 귀찮으니까 부질없는 감각적 욕망을 좇거나, 어설프게 생각하니까 상대를 오해하고 비난하는 겁니다. 인생의 성장은 결국 생각의 성장입니다. 생각이 막힐 때 기어이 그 생각을 뛰어넘는 생각을 해냄으로써 비로소 빛을 발합니다. 그때에 마침내 나의 한계를 인정하고 상대를 존중하면서 진정한 자비심을 구현할 수 있는 겁니다.”

흔히 사자가 사슴을 잡아먹는 건 악행이고 사슴이 새끼에게 젖을 물리는 건 선행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전자든 후자든 똑같이 자연현상의 일부일 뿐이다. ‘생각의 힘’은 거시적이고 포용적인 안목을 가져다준다.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는 용서와 ‘그러지 않아도 되겠구나’라는 여유만으로도 행복은 가까이 온다. 대효스님이 “태어남이 곧 깨달음”이라고 역설하는 이유는 이와 같다. 깊은 생각을 통해 삶의 의문을 풀고 시련을 극복해나가다 보면 마침내 내가 부처와 다르지 않다는 감격어린 통찰에 이른다. “화두 참구는 깨달음을 찾는 일이 아닙니다. 이미 그 자체로 깨달음을 쓰고 있는 거예요.”

칠푼이고 팔푼이더라도 부처가 될 수 있는 까닭은 지능이 떨어지고 신체적 장애가 있더라도 부처의 마음으로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강경>을 예로 들까요. 경전은 부처님이 아침공양을 마치고 발우를 씻은 뒤 자리를 펴고 앉는 장면으로부터 시작됩니다. 단지 설법의 배경을 설명한 것일까요. 아닙니다. 지극히 일상적인 그대로의 모습이 바로 도(道)라는 것을 일러주는 극치(極致)의 법문이에요.”

끊임없이 넘어지고 부딪히는 게 삶이다. “마음이 부처의 마음 같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차분하던 스님의 말투가 조금씩 격해졌다. “아무리 힘들어도 숨은 쉬어집니다.” 숨쉬기 힘들 만큼의 고통도 있다. 그러나 스님은 목소리를 더욱 높였다. “살아져요. 어떻게든 살아진다니까. 삶에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목숨이 끊어질 때까지 살 수밖에 없으니까 살아가는 겁니다. 겁먹지 마세요. 태백산에 생긴 작은 샘이 낙동강을 만들고 기어이 태평양으로 흘러가는 법입니다.” 그래, 용기를 내야겠다.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은 최선을 다 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니까.

■ 대효스님은…

 

1966년 경북 선산 대둔사에서 서옹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1968년 자운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했다. 제방 선원에서 정진하며 당대 선지식인 서옹 서암 성철 향곡 경봉스님 등에게서 가르침을 받았다. 1976년 제주도에 원명선원을 열어 40년 동안 참선수련회를 열어 재가불자들을 지도하고 있다. 경기도 안성에 활인선원을 개원해 간화선 홍포에 힘써왔다. 2015년 재단법인 참선재단을 설립해 종단에 등록했다.

[불교신문3212호/2016년6월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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