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실상연화’여…

余昔遊妙香黃山寄書曰

有九潭老宿 遇于玄巖

夜讀般若經 忽異香如蓮華

如檀 在屋滿屋 夜深而止

得未曾有 余讚之曰

是謂般若實相印 是謂一大事因緣

香積以香爲敎師 以一切種智

攝大乘妙法 其音蜜闡功德乃現

是亦謂一偈成佛也 歟今碧虛師屬

余贊九潭之影 噫 九潭之影兮

實相蓮華 牛頭檀

 

내가 묘향산과 황산을 다니며 글을 적어 보내며 말하기를, 구담 노숙을 현암(玄巖)에서 만나 밤에 반야경을 읽는데 홀연히 연꽃 같기도 하고 전단 같은 기이한 향이 방안을 가득 채웠다가 밤이 깊어지자 사라졌다. 일찍이 없었던 일이다. 내가 찬탄하며 말하기를, 반야실상인(般若實相印)이며 일대사인연(一大事因緣)이라 하였다. 쌓인 향의 향기는 스님의 가르침이다. 일체종지로 대승묘법을 섭수한 것이다. 그 소리는 밀천(蜜闡)의 공덕을 나타낸 것으로 이 또한 성불 게송이다. 지금 벽허는 스님의 제자이다. 내게 구담스님 진영에 찬을 하라 한다. “아~ 구담스님의 진영은 실상연화요. 우두전단이다.”

 

권돈인(權敦仁, 1783~1859)이 구담전홍(九潭展鴻, 19세기 후반) 선사를 위해 지은 영찬이다. 이 찬문은 목판에 새겨져 구담스님의 진영과 함께 의성 수정사에 모셔졌다. 구담스님은 1835년에 수정사가 화재로 소실되자 제자들과 힘을 모아 가람을 중창했다. 이런 이유로 진영에는 구담스님을 ‘시암중창주(是庵重創主)’라 표기했다. 수정사 상찬(像讚) 목판에는 권돈인 영찬 외에도 홍재길(洪在喆, 1799~?)과 홍종익(洪種應, 1849~1866 활동)의 영찬도 같이 새겨져 있다.

구담스님은 편양언기 환성지안의 후손으로 용암신감(龍岩信鑑)-대암국탄(大庵國坦)-송계나식(松桂懶湜)-서암영주(瑞庵靈珠)-동운성존(東雲聖尊)-의봉유영(義峰侑英)의 법맥을 계승했다. 구담스님의 제자로는 벽허응규(碧虛應奎), 제봉운봉(霽峰雲峯), 그리고 압곡사를 중창한 정허성여(쎐虛性如) 등이 알려져 있다. 스님이 입적하자 제자 벽허스님은 스승의 진영을 제작해 수정사와 통도사에 모시고, 평소 스승과 인연이 있던 권돈인에게 영찬을 부탁했다. 이에 권돈인은 구담스님이 반야경을 읽자 연꽃향과 전단향 같은 신비로운 내음이 방안에 가득했던 이적(異蹟)을 기록하며 스님의 진영이야말로 스님의 가르침과 깨달음의 향내를 품은 “실상연화(實相蓮華) 우두전단(牛頭檀)”이라 찬하였다.

[불교신문3212호/2016년6월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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