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계는 자비나눔으로 원활하게 돌아가니…

한 사람이 남을 도우면, 그 영향은

나비효과처럼 온 법계 두루 미쳐

보현행과 참선수행이 균형 이룰 때

불교도 정신적 소명 다할 수 있어

불법(佛法)의 수행은 우주법계의 살림살이에 동참하는 일이다. 우주법계는 연기법에 의해 움직여지는데, 연기법은 ‘세상의 사상(事象)들이 예외 없이 원인과 조건에 따라 이루어진다(因緣生起)’는 이치다. 석존께서는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생기므로 저것이 생긴다. 이것이 없으면 저것도 없고, 이것이 사라지면 저것도 사라진다”고 말씀하셨다. 삼라만상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연기법을 사회 속에서 실천하자는 것이 보살행의 목적이다.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혼자서만 행복하게 살 수는 없다. 옆 사람이 불행하면, 그 에너지가 나에게도 영향을 끼친다. 우리는 사회 속에서 살아가므로,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함께 행복해지는 길을 찾아야 한다. 불보살님들께서는 우주법계의 일체중생이 이고득락(離苦得樂)하도록 원을 세우셨고, 지금도 최선을 다하여 돕고 계신다.

한 사람이 남을 도우면, 그것은 나비효과처럼 온 법계에 영향을 미친다. 성장하고 확장하는 것이 법계 살림살이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현행을 실천할 때도, 이 원리에 따라 아무리 작은 일이더라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아무리 작은 선행이라도 일단 일어나면 스스로 성장하고 확장하여 법계로 두루 퍼져나간다’는 원리를 우리는 잘 이해하고 실행해야 한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자비를 베풀면, 그 사람은 자비의 감사함을 깊이 체험하게 되어 자신도 다른 사람에게 자비를 베풀려고 노력하게 된다. 자비는 결코 일방통행이 아니다. 마치 하나의 등불이 널리 퍼져 온 세상을 밝히듯이, 한 사람의 자비는 다른 사람들을 통해 널리 퍼져 법계에 가득 차게 된다. 따라서 내가 누군가를 도와주면, 결국엔 법계가 나를 도와주는 것으로 돌아온다. 내가 누군가에게 베풀면, 법계가 나에게 베풀어준다. 우리가 보살행을 실천하면, 법계가 우리에게 보살행을 제공한다.

한 사람의 자비가 온 법계에 두루 퍼지는 것은 삼라만상의 바탕(本體)이 한 마음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 마음 속에서 살고 있고, 누구나 그 에너지와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한 사람이 발심하면, 그것은 온 법계에 울려 퍼진다. 따라서 우리가 누군가에게 베풀면 그것은 온 법계에 베푸는 것이며, 그 베풀음은 스스로 성장하고 확장되어 결국 우리에게 되돌아온다.

법계 살림살이는 자비와 나눔으로 원활하게 돌아간다. 보현행을 실천하고자 하는 불자들은 보살심을 가지고 이 법계 살림살이에 동참해야 한다. 단순히 물질을 베푸는데 그치지 말고, 마음을 베푸는 데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의 보살행은 무주상보시가 되어야 한다. 보상을 바라지 않는 순순한 마음은 우선 우리 자신을 행복하고 기쁘게 만들어준다. 무주상보시는 우리의 마음을 진정한 보리심으로 만들어주며, 법계는 우리의 순수한 마음에 반드시 보응할 것이다.

보살행의 성공은 법계 살림살이의 묘법에 정확히 적중하는 것에 달려있다. 보살행을 통해 부처님의 자비와 지혜를 사회에 회향하는 일은 세상의 공덕이 흐르는 ‘길’이 되어야 한다. 공덕은 우리의 보현행을 통해 더욱 증폭되고 확장되어 널리 퍼져나갈 것이다.

마음의 가치를 창조하는 참선수행은 보현행을 실천하는 가장 핵심적 기반이다. 모든 보현행자들은 수행자의 마음가짐으로 사람들을 대해야 할 것이다. 보현행에 사명감을 가지고 투철히 임하는 것은 무엇보다 자신의 공덕을 증장시키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우리 함께 보현보살이 되어 법계 살림살이에 기꺼이 동참해야 할 것이다. 그 기초는 법계의 살림살이에 대한 안목을 여는 데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먼저 간화선 수행을 통해 불법의 가치를 바로 보는 명안(明眼)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한다.

간화선 수행과 보현행 실천이 수레의 두 바퀴처럼 균형을 갖출 때, 한국불교는 인류의 소중한 정신문화유산으로서의 사명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불교신문3212호/2016년6월25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