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런한 고무신에 감동과 존경 우러나…

가죽신 신은 이 설법하지 못하게 하고

지금도 값비싼 산행용품은 사용 금해

승복·모자 등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어

불편 최소화할 수 있는 ‘권장안’ 필요

선원이나 율원, 강원과 같이 대중 스님들이 한 곳에 모여 사는 곳에 가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댓돌 위의 신발이다. 하얀 고무신을 가지런히 벗어놓은 모습을 보면 정갈한 질서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매년 행자수계교육에 참여하면서 교육 중에도 늘 신발을 깨끗하게 빨아서 줄맞추어 벗어놓는 것을 강조하다보니 꽃보다 더 아름다운 신발의 모습을 보게 된다.

사찰을 자주 찾는 사람들의 경우 댓돌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하얀 고무신을 보면 출가자에 대한 감동과 존경을 갖게 된다고 한다. 조계종 정화 당시 조계종단 스님이 서울의 모 사찰을 정화하기 위해 해당 사찰에 들어갔을 때 사찰 측에서 불량배가 들어왔다고 경찰서에 신고했다고 한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댓돌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스님의 신발을 보고 불량배나 폭력배가 아니라는 판단을 하여 더 이상 관여하지 않아서 정화불사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는 일화가 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대중처소에서 댓돌 위에 고무신이나 털신이 사라진 곳이 많아지게 되었다. 그 자리에는 스님들의 위의에 맞추어 만든 만행화가 놓여지거나 등산화가 자리를 차지하기도 한다. 특히 산행을 자주 하는 선원의 댓돌 위에는 등산화를 더 많이 보게 된다.

지난 2010년 전국선원수좌회에서 간행한 <대한불교조계종선원청규>에는 원만한 수행을 위하여 산행을 하고 운동을 할 것을 장려하고 있다. 그리고 ‘산행 시 복장을 여법하게 갖추어 위의에 손상을 입게 해서는 안 된다. 신발과 산행용품은 산행에 필요한 것으로 하되 지나치게 값비싼 것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라고 세부사항까지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조계종 승가의 모습을 보면 산행할 때가 아닌 도회지에서 볼 일을 보러가면서도 등산화를 신고 배낭을 메고 다니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여기에 등산 시에 쓰는 모자까지 더하면 공경스럽게 볼 수 있는 스님다운 위의와는 거리가 먼 모습으로 보이게 된다.

율장에 규정된 신발과 관련한 내용을 보면 가죽신이나 나막신을 신은 사람에게 설법을 하지 못하게 했고 탑 안에 들어가거나 탑을 돌지도 못하게 하고 있다. <마하승기율>제31권에는 난타와 우바난타라는 제자가 황금가죽신(신발의 일부를 금으로 장식한 가죽신)을 신고 다니다가 세간의 비난을 받는 일화가 나온다. 그리고 너무 낡고 천해보이는 한 겹의 가죽신을 신은 스님도 세간의 존경을 받는 스님의 모습에 맞지 않다는 의견이 있게 된다. 그리하여 지나치게 화려하거나 지나치게 낡은 신발에 대해서 사용하지 말 것을 규정하게 됐다.

승가청규를 제정하는 모임에서도 수행자의 위의에 관한 많은 토론이 있었고 의제실무위원회에서도 승가의 위의에 대해서 연구하여 권장안을 마련하게 했는데 그 내용을 보면 ‘대중처소에서는 고무신, 털신 등 너무 비싸거나 화려하지 않은 신발을 권장하고 건강이나 여러 가지 사항을 고려해서 만들어진 만행화를 사용하도록 한다’라는 의견이 도출됐다. 이밖에 걸망이나 모자 등의 물건도 승가의 위의에 맞지 않는 물건을 사용하는 일에 대하여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 또한 적지 않았다.

조계종단에서는 이러한 부분에 필요성을 절감해서 현재 가사의 경우 가사원에서 제작해서 색상이나 재질을 통일하여 사용하도록 제도화했다. 이제 겉으로 드러나는 다양한 부분도 여법한 모습으로 권장안을 마련해서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승복·신발·걸망·모자 등의 여러 가지 의제를 비난받지 않고 존경을 받으면서도 각자가 불편하지 않은 새로운 의제에 대한 고민이 절실히 필요한 시대라는 생각이 든다. 불편을 최소화하고 부담스럽지 않은 비용으로 위의에 맞게 권장안을 마련해 전 종도가 이용하게 해야만 그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다.

수행과 교화에 도움을 주며 본인도 불편하거나 부담스럽지 않은 모습을 만들어내는 일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일반에게 전하는 중요한 방편임을 생각하면 그 필요성은 더욱 커지게 된다. 

[불교신문3212호/2016년6월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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