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함께 하시는 자비하신 부처님! 저희가 지극한 정성으로 부처님께 귀의하옵고, 부처님의 정법 배우고 전하기 위하여 온갖 고난 참고 이기며, 맹세코 큰 사업 성취하겠나이다. 저희에게 큰 지혜와 용기 주시옵소서.” 고등학교 시절 불교학생회에 다니면서 외우던 기도문이다.

요즘도 삶이 어수선할 때면 마음속으로 되뇌이곤 한다. 소위 ‘부처님의 일’을 하는 종단의 종무원으로서 무게감이 느껴질 때 나 스스로를 다잡는 구절이기도 하다.

1994년 개혁회의가 출범하면서 종단에 들어왔다. 20여년을 종무행정에 매진해온 셈이다. 그러던 중 업무의 결과에 집착하고, 경계에 ‘끄달리는’ 내 모습을 보면서 어느 순간 공허함이 밀려왔다. 불자가 아니라 그냥 직장인처럼 살았던 것이다. 2011년 조계사 선림원 ‘간화선 기본과정’을 2년 동안 공부해 마쳤다. 큰스님들의 강의를 듣고 참선 실수(實修)를 통해 나에게 맞는 마음공부의 기틀을 세웠다. 이때부터 출근하면 법당에 앉아 10분 정도라도 참선을 생활화해오고 있다. ‘부처도 아니고, 마음도 아니고 한 물건도 아닌 이것이 무엇이냐’ 화두를 잡고 있으면 흔들리는 마음을 바로잡는 힘을 느끼곤 한다.

“병고를 약으로 삼으라”는 부처님 말씀이 있다. “크게 죽어봐야 도리어 산다”는 선사들의 경책을 실감하기도 했다. 2013년 5월 봉은사에서 파견 근무하던 시기에 교통사고를 당한 적이 있었다. 단 1초 사이에 죽을 수도 있었던 절체절명의 상황이었다. 다행히 왼쪽발만 부상당하는 사고로 큰 화는 면했다. 말로만 듣던 ‘부처님의 가피가 이런 것이구나’ 스스로 절감했다. 그 사고 이후 ‘제2인생’을 산다고 자임하고 있다. 어떠한 어려움이 있다 하더라도 흔들림 없이 업무에 임하고 있다. 내게는 종무행정이 또 하나의 수행이다.

봉은사에서 2년6개월의 파견근무를 마치고 총무원에 복귀했다. 스님들의 복지업무를 관장하는 승려복지회 사무국장이다. 종단 소속 스님들이 병고와 노후에 대한 걱정 없이 수행과 포교에 전념하도록 함으로써 승가공동체를 회복하자는 게 승려복지회의 목표다. 스님들의 다양한 민원전화를 받으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아프고 가난한 스님들이 종단(승려복지회)의 도움으로 수행과 포교의 길에 다시 매진할 수 있게 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많은 보람을 느낀다.

현재 저출가, 고령출가는 종단의 난제로 자리했다. 불법승 삼보 가운데 하나인 거룩한 우리 스님들이 노후와 병고에 대한 걱정 없이 수행과 포교에 전념할 수 있었으면 한다. 수행생활환경을 기본적으로 보장하는 ‘승려복지제도’를 종단차원에서 완성하는 것. 이것이 나의 원력이다.

[불교신문3212호/2016년6월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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