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경전 강의

미산스님 지음/ 불광출판사

“우리가 성냥을 그으면 불꽃이 나타나 타오르고, 그 불꽃을 초에 옮기면 촛불이 나타나겠지요. 촛불에게 물어봅니다. ‘불꽃님 당신은 어디서 오셨나요?’ 불꽃은 이렇게 말하겠지요. ‘저는 어디서도 오지 않고 어디로도 가지 않습니다. 나타날 조건이 충분하면 모습을 드러낼 뿐이지요.’ 이것이 오고감이 없는 본성의 진리입니다.”

하버드대 세계종교연구소 선임연구원과 중앙승가대 교수를 역임한 미산스님이 불교의 가르침을 쉽게 풀어냈다. 간화선 수행을 하고, 인도와 영국의 대학에서 초기경전을 연구했던 스님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온전하게 담은” 초기경전의 가르침에 주목한다.

초기경전의 특징을 “일체법, 삼법인, 사성제, 그리고 연기법 네가지 가르침의 반복”이라는 스님은 “초기경전을 구준히 읽다보면 불교의 기본틀이 확립된다. 이후 대승경전을 읽을 때 현실과 유리되지 않는다. 선어록을 읽어도 추상적이지 않고 매우 구체화 돼 그 본질을 꿰뚫을 수 있는 직관력이 생긴다”고 말한다.

이 책도 초기경전을 번역해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고, 가르침을 통찰해 주제별로 엮었다. 첫 주제는 연기법이다. 모든 만물은 조건에 따라 생성됐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존재로, 온 우주가 그물망으로 인연을 맺고 있다는 가르침이다. 이 가르침을 확장하면 ‘나라는 존재는 무엇인가’라는 일체법으로 이어진다. 12처와 오온의 가르침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이어 삼법인이다. 모든 행은 만들어졌기에 멸할 수밖에 없다는 제행무상과 모든 현상에서 실체는 없다는 제법무아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존재의 특징은 무엇이며, 어떻게 괴로움(四苦)을 극복할 수 있는가를 설명한다.

그리고 사성제와 팔정도, 업과 윤회, 12연기의 가르침을 현재 우리가 겪는 여러 현상에 빗대어 설명하고 있다. 스님의 강의는 이어 생활속에서 어떻게 연기법을 실천하며 수행할 것인가로 확장된다.

“연기법 수행의 첫 번째는 공경과 감사의 생활을 하는 것이다. 연기법의 의미를 시간적인 측면서 음미하면 모든 존재가 경이롭고, 모든 존재를 존경할 마음이 우러난다. 공경은 내 마음이 위로 향하는 것이다. 이런 연기의 원리를 모르고 무조건 남을 존중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은 제각각 잘났다고 생각하지만, 연기법을 이해하면 모든 존재가 고맙고 사랑스런 존재임을 알게된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다행히 불교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무수히 많다. 그런데 불교를 잘 모르거나, 경전을 들여다볼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경전이 너무 어려운 것도 한 원인이다. 미산스님이 6년만에 개정해 다시 내놓은 이 책은 “누구라도 읽을 수 있도록” 초기경전 가르침을 소개한 책이다.

미산스님은 1972년 백양사로 출가해 봉암사, 운문선원 등서 수행했으며, 동국대 선학과를 졸업하고 인도 뿌나대학서 석사학위를,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 상도선원 선원장으로 있다.

[불교신문3211호/2016년6월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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