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이란 모든 인간의 가장 깊은 속내

 

안녕하세요. 잘 몰라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는 잘 몰라야 정말로 알 수 있으니까요. 습관이라는 것은 마치 당연한 정답처럼 주어진 것을 반복하는 거잖아요. 질문자님께서는 그러한 정답과도 같이 알고 계셨던 삶의 형태에 의문을 던지신 것입니다. 정말로 삶이라는 것을 알고 싶으셔서요. 그런데 여기에서 우리는 삶이라는 것을 추상적인 개념으로 다루기보다는, 질문자님에게 실제로 드러나는 구체적인 사실로서 발견해보고자 합니다.

질문자님은 남편과 친구들과의 관계, 아이와의 관계에서 익숙하고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계시는군요. 또한 직업과의 관계에서도 유능함이 드러나는 관계를 맺고 계시고요.

그런데 허무함을 느낀다고 하셨잖아요. 허무하다는 건 채워져야만 할 것 같은 비어있음을 느낀다는 것이죠. 질문자님의 모든 성공적인 관계에도 불구하고 허무함을 느끼신다니, 그 어떤 관계로도 채워지지 못한 것이 있다는 얘기로 들립니다. 채워져야 할 그 무엇을 보람과 의미라는 표현으로 말씀하시는 것 같고요.

이 얘기는 다시 표현하자면, 질문자님은 보람과 의미를 원하셨지만, 그 어떤 관계에서도 보람과 의미를 찾을 수 없었다는 얘기로 들립니다. 즉, 관계 속의 그 어느 누구에게서도 질문자님은 보람과 의미를 얻지 못했다는 것이죠. 우리는 어떤 때 못 얻을까요? 상대가 주지 않았다고 느낄 때 우리는 못 얻습니다. 그리고 상대가 주지 않았다는 경험은 사실 그 상대에게서 받고 싶었다는 의미죠. 그렇다면, 질문자님은 보람과 의미를 관계 속의 여러 대상들에게 많이 받고 싶으셨나 봅니다.

“일도 잘하고 가정도 잘 돌보는 당신처럼 멋진 아내가 있어 참 행복하다.”

“우리 엄마 최고.”

“얘, 가끔 만나 얘기해도 너처럼 마음 잘 맞는 친구가 있어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

“가정일도 있어 힘드실텐데 이렇게 일을 완벽하게 해주시다니 정말 고맙습니다.”

이처럼 질문자님은 그들 모두에게 깊은 보람과 의미가 되어주고 싶으셨나 봅니다. 질문자님이 그들 모두의 보람과 의미라는 말을 참 많이 듣고 싶으셨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많은 관계 속에서도 결국 허무함을 느낄 만큼 그 누구에게도 보람과 의미를 얻지 못하셨으니, 참 외로우셨을 것 같습니다. 이 외로움이 바로 질문자님이 정말로 알고 싶어 하셨던, 현재 본인의 삶으로 드러나는 사실일 것입니다. 습관이라는 정답이 가리고 있던 사실은 외로움이었군요.

질문자님도 외롭고, 또 질문자님이 보람과 의미를 얻지 못하는 허무한 관계라고 느낀 그 모든 관계 속에 있던 이들도 같이 외로웠겠습니다. 우리는 이처럼 똑같이 외로웠습니다. 외로운 줄도 모르고 외로웠습니다. 그러니 외로움을 잘 느끼심으로써 외로움의 편에 서주세요. 외로움에게 있어, 우리가 외로움의 편에 서주는 것보다 더 큰 의미와 보람이 될 수 있는 일은 이 우주에 없을 것입니다. 허송세월이라뇨. 외로움이라는 인간의 가장 깊은 마음에 보람과 의미가 되어주기 위해 준비하고 계셨던 것입니다.

[불교신문3210호/2016년6월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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