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쓰고 마음으로 그리는 지장기도

지원스님 지음 양선희 그림/ 민족사

전 포교원장 지원스님의 글

양선희 불화가 그림이 만나

‘내’가 완성하는 기도 안내서

지장보살님은 범어로 크시티가르바, 대지를 모태로 하다는 뜻이다. 즉, 생명을 낳고 기르는 대지와 같은 능력을 가진 보살을 말한다.

아주 오래전, 한 바라문의 집에 18세 소녀가 있었다. 아버지는 부처님에 대한 믿음이 두터워 세상을 떠나자마자 천상에 태어났는데, 어머니는 삼보를 비방하고 인과를 믿지 않고 음주와 방종하게 살다가 죽었다. 소녀는 어머니를 위한 천도재를 올리기 위해 갖가지 재물을 갖추고 각화정자재왕 부처님이 계신 곳으로 떠났다.

그러나 그날따라 수많은 걸인들이 추위와 굶주림에 떨고 있었다. 소녀는 그들을 차마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천도재에 올릴 재물을 나눠줬다. 추위에 떠는 걸인들에게 자신이 걸친 옷을 하나씩 나눠주다가 속옷까지 모두 주었다. 그리고 땅을 파 구덩이 속에 들어가 겨우 몸을 가린 상태에서 기도를 올렸다.

“부처님, 이제 구덩이에 들어간 벗은 몸으로 더 이상 부처님께 나갈 수 없습니다. 이 한 중생의 작은 선업을 저버리지 마시고 어머니를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해 주십시오.”

그녀는 곧 부처님에 인도돼 보살이 됐으며, 땅 지(地), 감출 장(藏)을 써서 지장보살이라 했다.

“이미 이 책을 받아든 순간부터 어두운 마음에서 밝은 광명의 마음이 일어나며 고민과 장애에서 해탈해 마음의 성취를 이룰 것입니다. 지장보살님 채널에 맞춰 온갖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해지십시오.” 조계종 전 포교원장 지원스님의 말이다. 

용인 은택미술원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양선희 불화가. 왼쪽 사진은 양선희 작가가 표현한 지장보살님. 친근한 모습으로 마음에 위안을 준다.

불교전문출판사인 민족사에서 최근 <손으로 쓰고 마음으로 그리는 지장기도>를 펴냈다. 민족사는 이 책에 이어 염불기도수행을 하는 불자들을 대상으로 관음기도, 아미타기도, 나한기도로 나누어 연내 시리즈로 발간될 예정이다. 글은 전 포교원장 지원스님이 지장기도를, 전 군종교구장 자광스님이 관음기도를, 만일염불회 지도법사 정목스님이 아미타기도를, 그리고 운문사 주지 일진스님이 나한기도 원고를 맡았다.

컬러링북의 성격을 가미한 이 책에서 원고만큼 비중있는 것은 그림이다. 불화를 그리듯, 색을 칠하면서 기도를 하도록 구성한 것. 그림은 무형문화재 제48호 단청장 전수교육조교인 양선희 씨가 맡고 있다. 지난 2일 양 불화가의 작업실이 위치한 경기도 용인 은택미술원을 찾았다.

“지장보살님이 지금 내 옆에 있다면 나는 무슨 말을 할까 생각해 봤어요. 탱화에서 표현되는 지장보살님은 십대왕과 함께 중생을 이끄는 거룩한 모습이지만, 생활 속에서 만나는 부처님은 다른 느낌이 아닐까. 나는 지장보살님께 내 마음을 어떻게 전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담아 전통의 기법을 바탕으로 그림을 단순화해봤어요.”

책 중간 중간 위치한 그림은 색을 칠한 것과 도상만 그린 두 컷이 마주보고 있다. 그림을 참고로 도상 위에 독자들이 색을 칠하도록 한 것이다. 양선희 작가는 “지장보살을 염불하면서 색을 칠하는 것 자체가 수행”이라고 말한다. 그림에 몰두하다보면 잡념이 사라지고, 각자 마음속에 그리던 불보살의 모습을 구체화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장기도에 이어 관세음보살에 대해 “아주 포근한 느낌의 보살님이시다. 제 소원이 뭔지 아시겠지요? 물으면 인자하게 웃어 주실 것 같은 분이다. 그림도 그런 점에 초점을 두고 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미타부처님은 ‘축복’이 주제다. 모든 것을 바로 해결해 줌으로써 중생에게 행복을 주는 분이라는 이미지를 형상화 시키고 있단다.

나한의 그림은 평택 만의사 부처님나라 전각에 모셔진 500나한을 응용했다. 고려불화에서 초를 따고 “말하는 즉시 들어주시는 키다리 아저씨 같은 분”으로 표현할 생각이란다.

“기도를 올리는 사람들을 보면 아주 간절할 때가 많습니다. 나름대로 소원을 이루기 위해 정진하고 기도를 한 사람들이지요. 그 분들이 부처님께 ‘저 이만큼 노력했는데, 가피를 내려주실거죠?’라고 묻는 느낌을 담을 생각이에요. 큰스님들의 좋은 글을 읽고, 그림에 색을 입혀 완성하면서 많은 불자들이 소원을 이루기 바라는 마음입니다.”

양선희 작가는 기도가 주는 안심(安心)에 주목한다. 실제 소원이 이뤄지는 영험보다, 그 과정에서 얻는 마음의 위로가 더 크다는 것이다. 불화는 그런 마음을 일으키는 힘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복잡하게 도식화된 탱화를 일반인이 따라 칠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단순화 작업이 때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법당에 가야만 볼수 있는 탱화도 의미가 있지만, 집에서 자주 불화를 볼 수 있을 때 신심도 더 일어난다”는 양 작가는 “앞으로도 불화의 대중화를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염불기도는 법당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다. 길을 가면서도, 일을 하면서도, 가정에서도 늘 할 수 있는 기도다. 민족사가 발간한 이 책은 지장기도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기도를 이끌어주는 지침서’다.

[불교신문3209호/2016년6월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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