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단오날 구룡지에서 봉행, 수백년 전통

신도들에게는 소금 선물하고 전각에는 소금단지

보물 제1827호 통도사 대광명전은 조선 영조 원년 1725년 축환대사가 중건했지만 31년 뒤 화재로 불에 탄다. 화재가 난 뒤 곧바로 중건에 착수해 1758년 중건한 이후 지금까지 화마(火魔)를 입지 않았다. 목조로 만든 법당은 화재에 가장 취약하다. 그래서 불로부터 사찰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고, 전설로 전해진다.

설악산 백담사 이름에 얽힌 이야기, 가야산의 소금단지 묻기 풍습 모두 그렇다. 통도사 대광명전에도 같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중수 후 300여년 가까이 화마를 입지 않은 대광명전 내부를 들여다 보니 좌우에 화재진언이 새겨져 있었다.

“오가유일객(吾家有一客) 정시해중인(定時海中人) 구탄천창수(口呑天漲水)능살화정신(能殺火情神, 우리 집에 한 분 손님이 계시니, 바로 바다 속에 사는 사람이다. 입에는 하늘에 넘치는 물을 머금어, 불의 정신을 소멸할 수 있네.”

진언(眞言) 덕분일까. 통도사는 숱한 난리에도 불구하고 화를 입지 않고 불교의 종가집 (佛之宗家)이요, 나라의 절(國之大刹)이라는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통도사는 매년 단오날이면 용왕재를 지내고 대광명전 안에 새겨진 진언과 함께 소금을 담아 신도들에게 나눠준다. 스님들은 각 전각에 묻어둔 묵은 소금단지를 꺼내고 새 단지를 묻는다. 4~500년 전해온다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통도사 단오 용왕재다.

9일 단오날에도 영축총림 방장 원명스님, 주지 영배스님을 비롯한 사중의 소임자 스님들과 신도 1천여명이 용왕재를 지냈다. 용왕재는 금강계단 앞 구룡지(九龍池) 에서 지낸다. 아홉 마리의 용이 살던 연못을 메워 통도사를 세워다는 창건 설화가 서린 곳이다. ‘나무삼주호법위태천신(南無三洲護法韋馱天神)’ 용왕기도가 1시간여 계속됐다.

진언 대다라니 법성게에 이어 축원 까지 스님들은 통도사의 안녕과 신도들의 화평을 기원하며 단오날 용왕기도를 회향했다. 이어 주지스님이 통도사 단오 용왕재 내력과 의미를 신도들에게 들려주었다.

영배스님은 “통도사 용왕재는 오랜 역사와 내력을 간직한 유서 깊은 의식”이라며 “화재와 재난을 예방코자 하는 염원을 담아 바닷물을 상징하는 소금을 각 전각에 올려놓는데 여러분들도 나눠주는 소금을 불을 많이 다루는 부엌 등에 두고 기도하여 재난을 방지하고 늘 화목하고 건강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인사말을 마친 주지스님은 대광명전에 적힌 진언을 적은 소금을 신도들에게 나누어주었다. 주지스님은 1시간여에 걸쳐 1천여 명의 신도들에게 일일이 말을 건네고 인사하며 소금을 선물했다. 통도사 앞 신평에 산다는 대법화 보살은 “해마다 단오날 용왕재에 참여하여 소금을 받아 씽크대 위에 둔다”며 “마음이 편해지는 듯해서 좋고 작년에 받은 소금은 음식 조리에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왕재가 끝난 후 통도사 승가대학 학인 스님들은 대광명전에 있는 게송을 적은 종이로 밀봉한 60여 개에 이르는 소금단지를 각 전각에 올려 놓았다.  이날 용왕재에는 종단 문화재연구소에서 연구자들이 방문해 사진을 찍고 의식과정을 꼼꼼히 기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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