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장경사 ‘탁발 4인방’

부처님오신날 사찰서 모연

십시일반으로 ‘동행’에 기탁

“솔직히 부처님오신날 절에 가면 엄마만 바쁘지 우리는 딱히 할 일이 없어요. 우리끼리 말로 ‘뻘쭘’하다고 할까요? 부모님이 집에 가자고 할 때까지 스마트폰만 뒤적일 때도 많고…. 하지만 작년부터 부처님오신날 정신이 없어요. 이제 엄마가 저를 기다립니다. 하하하.”

용인 장경사(주지 정휴스님)에서 지난해에 이어 부처님오신날 자발적으로 ‘탁발모연’을 펼쳐 조계종 공익기부단체인 아름다운동행에 기탁하는 강현(23)씨는 “베푸는 마음, 보시하는 마음이 얼마나 행복한지 깨우쳤다”며 이같이 말했다. 군대를 무사히 전역하고 복학해서 국민대 임산생명공학과 3학년에 재학중인 강 씨는 “힘든 군생활을 마치고 나니까 세상에 어려운 일이 별로 없는 듯한 자신감이 생겼다”며 “어릴 때부터 사찰을 다니면서 불교정서에 익숙했는데, 이제야 부처님의 가르침을 미약하나마 실천하며 살게 돼 뿌듯하다”고 했다.

고등학교 시절 장경사에서 방학마다 열린 명상캠프에서 정진한 힘으로 ‘고단하고 험난한 학창시절’을 견뎌낸 그는 “절에 간다고 하면 주변 친구들이 의아한 표정을 짓는데, 아름다운동행 기부운동을 하면서 으스대기도 한다”고 자랑했다. 강 씨가 이 일에 더욱 탄력을 받는 이유는 그를 따르는 ‘착한 동생들’ 때문이다. 우선 친동생 강기현(20)씨는 하나뿐인 형이 하는 일에 자연스럽게 ‘동승'했다.  대학생활 1년만에 휴학하고 여행경비를 벌기 위한 아르바이트에 전념하고 있는 기현 씨는 “처음엔 형 때문에 의무감으로 손을 보탰지만, 지금은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는 명분이 좋아서 열심히 하고 있다”며 “초파일 저녁에 모연금을 셀 때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모른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일을 지속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강 씨 형제에 힘입어 부처님오신날 사찰 경내에서 “우리보다 어려운 이웃을 돕자”고 목청껏 외치는 남매가 또 있다. 장지웅(수원 유신고 2년)군과 장미래(수원 연무중 3년)양이다. 중고생이지만 수원에서 활발한 자원봉사 전력이 있어 자비·보시행이 몸에 배인 친구들이다. 장래 심리상담사가 되고 싶다는 지웅 군은 “돈 많은 사람이 혼자서 많은 돈을 기부하는 것보다, 평범하게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모아 이웃을 돕는 것이 훨씬 의미가 있다”며 “부처님오신날에 부처님이 우리에게 오신 진정한 의미를 실천하는 것 같아 보람차고 재밌었다”고 말했다. 여동생은 오빠보다 더 어른스럽다.

미래 양은 “몸이 불편한 사람들, 병이 나도 가난해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죽어가는 아이들, 요즘처럼 먹을 것이 풍족한 시대에도 굶주려 생명을 잃어가는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네는 것은 당연하다”며 “혼자서 넘치도록 갖는 것보다 함께 나누는 것이 진정 행복한 삶”이라고 말했다. 산업디자인이나 미술계에서 일하고 싶다는 소신도 뚜렷하게 갖고 있는 미래 양은 “오빠들 덕분에 매년 부처님오신날이 기다려진다”고 했다.

이들 ‘장경사 4인방’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부처님오신날에 모연한 기금은 총 72만원. 지난 5월23일 아름다운동행에 직접 기금을 전한 강현씨는 “얼마 안되는 기금인데도 고맙게 받아주셔서 정말 기분이 좋았다”며 “올해 부처님오신날엔 아버지와 함께 ‘소원나무’를 만들어 호응이 좋았고, 스님께서 커피와 아이스크림 기기를 지원해주셔서 어린 아이들 동참율이 높았는데 내년에는 조금더 알차게 준비해서 더 큰 성과를 거두겠다”고 장담했다.

[불교신문3208호/2016년6월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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