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19세 청년노동자의 사망을 접하며

무엇이 문제인지 우리들은 안다

만연한 안전불감증이 해소되는

사회를 만드는데 참여해야 한다

 

가장 빠른 방법은 기성정치나

자본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연대하는 것이다…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 영화 ‘곡성(哭聲)’에서 효진의 대사다. 요즘 유행하는 말 중의 하나라고 한다. 영화에서 아버지를 향한 어린 효진의 섬뜩한 눈빛의 옹골찬 대사는 극중 흡입력을 최고치로 올린다. 하지만 금세 웃음이 번진다. 아비를 향한 아이의 욕 한마디가 그렇다. 해학적으로 받아들이기엔 요즘말로 ‘웃픈’ 현실의 반영이다.

지난 5월28일 서울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로 인한 한 청년노동자의 사망 소식을 접하며 비통한 심정을 감출 수 없다. 이번 사고는 처음이 아니다. 2013년 성수역에서 심 모씨(37), 2014년 독산역에서 노 모씨(26), 2015년 강남역에서 조 모씨(28), 이번 구의역에서 사고를 당한 김 모씨(19)까지 모두 청년노동자들이었다.

1년에 한 번씩 반복되는 사고라는 것이 우리들을 더욱 침울하게 만든다. 사고 직후에 드러나는 구조적 문제들을 개선해야한다는 주장들이 언제나 있지만, 늘 그렇듯이 같은 환경에서 같은 방식으로 청년노동자를 포함한 사회적 약자들이 항상 피해자로 남는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사고 전반에 책임회피와 떠넘기기가 반복되고 있다. 이는 사고를 사건으로 만들고, 더 나아가 규명되지 않는 참사로 세월 속에 묻히거나 개인의 실수와 책임으로 결론나기 일쑤다. 그렇게 사고는 왜곡된 언로를 타고 피해자들에게 또 다른 생채기를 남긴다. 기성업체에서 하청업체와 19살의 청소년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은 2년 전 세월호 참사에서 보던 모습 그대로다. 모든 원인은 기업이윤의 우선과 잘못된 경제구조임에도 불구하고 생명존엄은 사라지고 경제적 논리와 정치적 불이익이 판단기준이 되고 있으니, 부처님 말씀처럼 우리는 불난 집(火宅)에 살아가는 것이 분명하다.

1200만 비정규직이 현존하는 우리 산업구조 속에서 하루에 5명의 노동자들이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는 것이 우리들의 민낯이다. 우리사회의 사회병폐는 위대한 지도자나 뛰어난 정치리더로 개선될 수 있는 임계점을 넘은지 오래다. 모두가 자본의 꿀맛에 빠져있는 사회 전반의 분위기로는 우리들의 내일이 암담하기만 하다.

아무리 작은 사고일지라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이 총체적으로 담겨있다. 그리고 무엇이 문제인지 우리들은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않는 것은 다수의 침묵과 외면 그리고 한때의 아픔과 슬픔으로만 받아들이고 너무 쉽게 잊기 때문이다. 잘못된 사회구조의 구성원으로 책임감을 갖고 끝까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참여하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 사회전반에 만연된 안전불감증이 해소되는 사회 흐름을 만드는데 함께 참여해야 한다. 결국 지금의 총체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기성정치나 기득권 세력 또는 자본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뜨겁게 연대하는 것이다.

그래도 요즘 사고마다 추모의 발길이 함께하는 것이 그나마 위로가 된다. 무관심으로 냉랭하던 예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만큼 이웃의 아픔이 남의 일이 아니라 나의 일이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의 발로일 것이다. 하지만 눈물의 추모만으로 우리들의 얽혀있는 문제를 개선하기엔 역부족이다. 강남역에서의 어이없는 죽음, 구의역에서 그리고 남양주 지하철 사고현장에서 사회적 약자와 비정규직의 죽음은 이제 타인의 일이 아닌 바로 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

29년 전 6월 우리들은 무도한 공권력에 의한 인권유린에 맞서 ‘6·10민주항쟁’으로 민주주의가 정착됐다. 그때 뜨거운 연대가 오늘의 사회 정치적으로 발전된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대한민국은 민중의 연대가 이뤄질 때 올바른 변화와 사회발전을 해왔다. 이제는 독점자본과 잘못된 사회구조를 바로잡기 위해 우리 사회와 삶에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라는 엄중한 질문을 던지며 함께 고민할 때다.

 

[불교신문3208호/2016년6월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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