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람 되어간다는 건

사랑한다는 것이지요

사람에 대한 사랑만큼

사람이 사람 되는 것이지요

삶이라고 합니다

기도의 다른 말입니다

사랑하는 마음은 기다림에 설렘을 더불어 갖는 일인 듯하다. 일을 마치고 두 시간 차를 달려 와서는 새벽 1시까지 나물을 삶고, 양념을 하고, 식혜를 만들었던 분들이 계시다. 그리고 새벽에 일어나 다시 밥을 하고 50인분의 식탁을 차리고 기다리셨다.

물론 개원한지 일주일 된 포교당에 얼마나 많은 분들이 오시겠는가. 비닐하우스 법당 아랫마을 분들은 오고 싶어도 버스도 없는 시골인데다 대부분 연세 지긋한 분들이신지라 오시지 못했다. 멀리 타 지역에서 이 못난 중을 한 번 쯤 만나려고 오신 분들이 대부분이고, 전부 십여 분밖에 안 왔지만, 법회에 얼마나 많이 참석했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내게는 출가한 후 가장 적은 인원이 참석한 부처님오신날 행사였지만 마음은 전혀 위축되지 않았고, 평안하면서도 뿌듯했다.

수고를 아끼지 않았던 다섯 분의 정성이면 이미 법당은 보살심으로 만원사례였다. 온갖 신중들이 함께 즐거워 참여하였던 대법회였으니까. 오신 분들께 나눠주고 남은 떡은 내가 가까운 이웃들께 찾아가 공양을 올렸다. 사랑은 결과에 연연할 필요가 없는 지극정성 그 자체로 충분하였다.

부처님오신날 등은 부처님을 기꺼이 반기는 마음의 표시다. 또한 내 마음에 지혜의 불을 켜는 일이자 중생을 향한 보살의 열렬한 사랑의 증거다. 그러니 기꺼이 보살심으로 준비한 정성 외에 무얼 더 바랄 게 있었을까.

사람이 사람 되어간다는 건 사랑한다는 것이리라. 사람에 대한 사랑만큼 사람이 사람 되는 것이리라. 삶이라 부르는 것이리라. 그리하여 삶의 다른 이름을 나는 기도라고 부르고 싶다. 부산에서 합천군 삼가면까지 오셔서 온 몸으로 보살도를 행하신 다섯 분께 마음 깊은 존경의 합장을 올린다.

비닐하우스 내부를 철거한 후 급히 자리 잡아 부처님오신날을 넘긴 면소재지의 포교당은 조용하다. 밖으로는 시장과 시외버스정류장이 접하고, 식당들이 있어 다소 번잡한 기운은 있지만 내부는 조용하다. 기실 마음이 평안한 것이리라. 아침 햇살 비껴 들어오는 넓은 창, 군데군데 찻물 든 다포, 찻잔 하나, 창가에 새 지저귀는 소리. 한 모금, 두 모금, 차를 마시면 뭔가 특별한 걸 해야 할 것 같지 않고, 특별히 좋은 일이 생겨야 할 것 같지 않은, 나를 조용히 내버려 두는 시간이 좋은 자그만 포교당이다.

다만, 비닐하우스 법당을 지키는 행복이와 우리가 걱정될 뿐이다. 행복이와 우리는 늘 기다리는 중이다. 매일 갈 때마다 비닐하우스 앞에서 꼬리를 흔들며 내가 차에서 내리면 달려들어 핥아댈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따분하면 둘이서 산에도 곧잘 돌아다니나 보다. 자주 씻겨주는데도 어쩔 때는 주인 없는 개들처럼 풀씨며, 흙이 잔뜩 묻어 있다. 이럴 땐 두 녀석을 잡아다 목욕을 시킨다.

우리는 사내 녀석이라고 느긋하고 의젓하지만 암놈인 행복이는 찬물이 못마땅해서 요리조리 물을 피해 엉덩이를 돌려댄다. 그도 시원찮으면 머리부터 꼬리까지 흔들어 나를 홈빡 적셔놓고야 만다. 마른 수건으로 털의 물기를 닦아주고, 사료를 챙기고 뒤돌아 나오는 길은 늘 미안함으로 얼룩진다. 요사채를 지을 때까지 행복이와 우리를 누군가 해코지만 안 했으면 좋겠다.

[불교신문3205호/2016년6월1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