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

명조스님 지음/ 민속원

 

불교 의식 가운데 시련이 있다. 영산재와 수륙재 등 각종 재를 베풀 때 시작을 알리는 의식을 말하며, 마치 임금의 행차를 보는 듯 고조된 분위기를 이끌어 내는 의식이다. 가마(연)를 이용해 특정한 장소, 공간으로 누군가를 모시는 의식이다.

불찬범음의례교육학장 명조스님이 시련의식의 내용과 의식을 엮어 단행본으로 출간했다. ‘시련’을 주제로 연구했던 스님은 “많은 의식에서 시련을 하지만, 왜 하는지 어떤 분이 대상인지 모른채 의식을 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스승에게 배웠다는 인식이 대부분”이라며 “불교의식이 보다 발전하기 위해서는 온전한 모습으로 복원한 후, 시대에 맞게 수정 보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장 눈에 띄는 주장은 “불보살님을 모시는 시련 절차가 지나치게 생략되거나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진행된다”는 점이다. 법당이 아닌 공간에서 행해지는 재를 시작하기에 앞서 불보살님의 강림을 청해 모시는 의식이 시련이기 때문이다.

명조스님은 <신중작법> <신중위목> 등 조선시대에서 현대까지 다양한 문헌의 내용을 분석했다. 그 결과 “과거 잘 정리돼 있던 절차가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생략된 부분이 많다. 예를 들어 시련이 불보살을 모시는 의식이라면, 불보살과 일체의 성현을 맞이하는 장소(영천단)를 마련해야 한다. 누군가를 맞이하려면 당연히 장소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스님은 관욕당 설치가 필요하다는 견해다. 사리이운, 가사이운, 전패이륜 등 다양한 이운의식에 대한 의미와 절차도 설명한다. 또 불보살을 모셔왔다면, 의식의 마무리에 다시 보내드리는 의식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명조스님은 현재 시련의식에 대해 다양한 견해를 제시하지만, 부정하지는 않는다. 문제제기와 더불어 현대적 계승을 바르게 하자는 취지다. 또 금련의 이동절차와 각 절차에 따른 의식을 세세하게 설명한다.

“스님들이 전해온 불교의 모든 의식은 내용과 절차 하나하나가 견고하게 이뤄져 있다. 성현의 가르침을 담기 위한 수많은 시행착오의 결과다. 하지만 불교의 의식은 절대 상식을 벗어나지 않는다. 간절하게 불보살을 청했던 선조들의 마음을 잃지 않고, 제대로 복원해 발전시켜야 한다”는 스님의 마음이 담긴 책이다.

[불교신문3205호/2016년6월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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