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공생회 네팔에 희망을 심다<下>

신두팔촉으로 향하는 길. 버스 한 대 지나가기 힘든 2차선 도로 옆으로 낭떠러지가 보인다.

지난 25일 오전8시, 지구촌공생회가 탄 차량이 카트만두 시내에서 북동쪽으로 100km 떨어진 신두팔촉을 향했다. 신두팔촉은 지난해 발생한 리히터 규모 7.8의 대지진으로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곳이다. 지구촌공생회 이사장 월주스님과 사무총장 원광스님, 사무처장 덕림스님, 후원자, 활동가, 취재진 등 18명이 나눠 탄 지프차 5대가 시내를 빠져나가자 움푹 패이고 꺼진 도로가 나타났다.

산골로 접어들자 버스 한 대 지나기 힘든 좁은 길이 나왔다. 길에는 지진으로 인해 산이 무너지면서 생긴 낙석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바로 옆으로 낭떠러지가 보였다. 한층 거칠어진 노면 때문에 차가 심하게 요동을 치면서 몸이 위아래로 들썩이기 시작했다. 창문에 어깨가 부딪히고 천장에 머리를 찧는 소리가 요란했다. 울퉁불퉁한 언덕에선 바퀴가 몇 번이고 헛돌았다. 산사태로 끊긴 다리를 돌고 구불거리는 산길을 돌아 너덜지대를 4시간 동안 올랐다.

마을로 향하는 길, 계속된 여진으로 주민들은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임시 거주지에서 생활하고 있다.

지구촌공생회가 도착한 곳은 주민이 750명밖에 되지 않는 작은 마을 타나반장, 신두팔촉에서도 산세가 험한 곳이다. 이곳을 찾은 것은 마을 내 유일한 학교, ‘스리타나반장 홍연공립학교’ 기공식을 위해서다. 2017년 완공 예정인 ‘스리타나반장 홍연공립학교’는 지진 최대 피해지역인 신두팔촉 지역에 지구촌공생회가 4번째 세우는 학교다.

마을 주민과 학생들이 낯선 외지인을 반겼다. 덜컹거리는 차안에서 피로에 시달렸을 월주스님이 언제 그랬냐는 듯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스님은 “홍연공립학교를 비롯해 신두팔촉 지역에서 모두 8개 학교를 건립해 아이들이 다시 배움의 터전을 찾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지진으로 학교는 무너졌지만 아이들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미래 동량으로 성장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카트만두, 룸비니 등과 달리 심각한 지진 피해를 입은 신두팔촉 모습을 본 월주스님은 “지진으로 희생된 사람들은 생각하면 안타깝다”며 마을 사람들과 함께 추모 묵념의 시간도 가졌다.

마을에 하나뿐인 학교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은 순식간이었다. 지진이 일어난 다음날, 8학년 마단 따망(15, 남)군의 눈에 들어온 것은 벽돌과 콘크리트 잔해들이 널브러진 빈 공터였다. 친구들과 웃고 떠들며 공부하던 마을의 유일한 학교는 그날로 사라졌다. 4개월이 지난 뒤에야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지만 학교에 가는 기쁨은 예전만 못했다.

햇빛을 받으면 지글지글 끓는 양철판을 덧대고 나무 기둥으로 얼기설기 쌓아 올린 임시 교실은 절망 속에서도 다시 학업을 이으려는 의지마저 꺾었다. 마단 따망 군은 “학교가 폭삭 무너져 내려 4개월 동안 수업을 듣지 못했다”며 “임시교실이 마련됐지만 덥고 추운 곳에서 수업을 듣고 있으면 학교에 나오고 싶은 마음이 금세 없어져 버린다”고 했다.

임시 교실.

비극이 휩쓸고 간 자리엔 공포가 남았다. 주민 대부분 지진으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에 시달린다. 지진 발생 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언제 다시 집이 무너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떤다. 현지인 노노 라마 씨는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여진이 느껴졌다”며 “규모 4.0의 지진이 1년 동안 500번도 넘게 왔다”고 했다. 노노 라마 씨는 “마을 사람 대부분이 다시 지진이 올 것이라 생각해 집을 짓지 않고 임시천막에서 생활하고 있다”며 “정부의 더딘 지원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다시 일어설 수 없다는 절망감과 무기력함이 날로 늘어가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루아침에 집을 잃고 거리로 나온 주민들은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정부 지원은 진척되지 않고 지진 직후 밀물처럼 들어왔던 NGO단체들도 도움의 손길을 멈춘 지 오래다. 주민 스스로 시멘트를 구해 집 곳곳에 생긴 균열을 메웠지만, 계속된 여진의 공포에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비닐천막으로 만든 임시 거처에서 먹고 잔다. 워낙 피해가 큰 탓에 무너진 학교 건물을 복구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 이날 세르바두르 따망 마을 국회의원은 “지진 직후 80여개 단체에서 수십개의 학교를 지어주겠다고 했지만 이후 연락이 없다”며 “지구촌공생회가 잊지 않고 마을을 찾아줘 기쁘다”고 말했다.

지진으로 생긴 균열은 시멘트로 메웠지만, 여진의 공포로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생활하는 주민.

강진 직후 현지에 파견돼 1년여 동안 재건 사업을 이끌고 있는 김명주 네팔지부 부지부장은 지난 4월 ‘스리이싱공생 초등학교’ 기공식 때 마을 아이들이 불러줬던 노래를 잊지 못한다. “우르르 쾅쾅, 어느날 지진이 왔어요. 지진이 산을 울렸고 학교를 무너트렸고 집을 사라지게 했어요. 사람이 많이 죽었고 공부할 곳도, 살 곳도 없어져 너무 힘들었어요. 지구촌공생회가 나타나 학교를 지어주겠다고 약속했고 건물을 짓기 시작했어요. 학교가 다시 생기면 열심히 공부해 의사, 공무원, 선생님, 우리들이 가진 꿈을 이뤄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 거에요.”

김명주 부지부장은 “떨리는 목소리로 노래하던 아이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숙연해진다”며 “한 번에 모든 걸 해줄 수는 없지만 네팔이 스스로 재기할 수 있도록 동기를 계속해서 부여해주는 것, 그 기반을 마련하는데 꼭 금전적인 도움이 아니어도 작은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우리의 일”이라고 말했다.

홍연공립학교는 전 재산을 기부한 독지가의 바람대로 가난과 지진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이 꿈을 키워나가는 터전이 될 것이다. 앞으로 1년 내로 공사가 마무리되면 오지 마을 496㎡(150평)의 부지에 최대 300명까지도 수용할 수 있는 4칸짜리 교실 각 2동이 건립된다. 책걸상, 수납장, 칠판 등 기자재 지원과 식수 및 전기 시설도 설치도 이뤄진다. 지진에 견딜 수 있도록 철근콘크리트로 지어지는 학교 건물은 지진 대피소로도 이용돼 피난처 역할도 할 것이다.

지구촌공생회는 이미 공사에 들어간 홍연공립학교, 분황초등학교, 스리이싱 공생초등학교, 스리마니깐데쇼리 공생초등학교를 비롯해 앞으로 4곳의 학교를 추가로 짓는다. 오는 6월부터 9월까지의 우기를 견디고 두어번의 계절이 더 바뀌고 나면 고립된 작은 산골 아이들을 세상과 연결하는 총 8개의 학교가 우뚝 설 것이다.

다리가 끊겨 우회하는 차량들.

 

                    기  념  사

 

안녕하십니까? 먼저 오늘 스리타나반장 홍연공립학교 기공식에 참석해주신 세르바두르 따망 신두팔촉구 국회의원을 비롯한 주 정부와 교육청 관계자, 타나반장 마을 주민과 학생 여러분께 축하의 인사를 드립니다.

또한 지구촌공생회의 재건사업을 통해 네팔이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널리 알리기 위해 함께해주신 언론사 기자님을 비롯한 시찰단 일행과 지구촌공생회 네팔지부 활동가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무엇보다도 학교건립을 위해 후원해주신 대한민국의 무주상보시 후원자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국제개발협력NGO 지구촌공생회는 언어와 민족, 인종과 종교, 성별과 신분의 차별 없이 지구촌의 고통 받는 이웃들과 함께 하고자 지난 2003년 설립하여 전 세계 14개국에서 2,300여 기의 생명의 우물과 식수시설, 58개의 교육시설, 5곳의 자립사업장을 설립하고 운영하였으며, 9차례의 긴급구호와 캄보디아 지뢰제거사업, 몽골의 조림사업 등을 통해 60여만 명의 지구촌 이웃들에게 자비를 실천하여 왔습니다.

지난 2008년 네팔지부를 개설하여 공생청소년센터와 공립학교 3곳, 초등학교 5곳을 건립하고, 운영 지원하여 왔습니다. 2015년 네팔 대지진이 발생하자 6차례에 걸쳐 6만여 명의 이재민에게 식수, 식량, 의약품 등을 지원하는 구호활동을 진행하였고, 지금도 지진복구를 위해 8개 산골학교 건립 중이며, 올해에만 9억여 원을 지원하여 네팔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곳 홍연공립학교는 대한민국의 무주상보시 후원자의 가슴 절절한 사연을 담아 오늘 기공식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후원자께서는 자신은 배움을 통해 세상을 알고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었지만, 후원자님을 가르치기 위해 애쓰다 배움의 한을 간직한 채 오래 전 작고하신 은인을 기리는 마음을 담아 학교 건립기금을 후원하셨습니다. 자신은 거처할 곳도 변변치 않지만, 여생을 보낼 비용만 남긴 채 전 재산을 기부하셨습니다. 그리고 은인을 기리는 마음을 담아 학교의 이름을 지었습니다.

우리 지구촌공생회에서는 네팔 강진 최대 피해지역인 신두팔촉에 분황초등학교를 비롯한 세 곳의 산골학교를 이미 건립하고 있으며, 일광초등학교를 비롯한 네 군데의 산골학교도 곧 희망의 첫 삽을 뜨게 될 것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자비와 사랑의 마음을 담아 네팔 산골학교 건립기금을 후원해주신 대한민국의 후원자와 단체 모두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거룩한 뜻을 담아 건립되는 이 곳의 학생들은 가슴 따듯하고 자비심 넘치는 네팔의 미래 동량이 될 것입니다. 학교 건립을 위해 주민들이 나서 부지를 정리하고, 공사기간에는 노동력을 제공하기로 하였다고 들었습니다. 주민들의 관심과 지원이 함께 할 때 학교는 발전해 나갈 것이며, 지구촌공생회의 관심도 더해질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학교의 무사건립을 기원하며, 함께 해주신 모든 분께 부처님의 자비와 광명이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16년 5월 25일

사단법인 지구촌공생회 이사장 송월주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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