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신교인 바라문교

힌두교와 경쟁관계 속에 있던

불교는 신들보다 더 위대하고

존엄한 측면으로서의

붓다가 요청됐고

이것이 반영된 것이

바로 탄생게다

부처님의 탄생이야기에는

타종교와 경쟁하는

구조 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불교적인 상징성들이

내포돼 있다 

인도의 주류는 아리안 족에 따른 유목문화이다. 이들은 오른쪽을 중요하게 보고 왼쪽을 천하게 여긴다. 이와 같은 인도문화의 좌우전통은, 오늘날까지도 밥을 먹는 오른손, 뒷일을 처리하는 왼손으로 철저하게 양분된다.

오른쪽과 왼쪽이 상반된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인도문화에서 오른쪽은 존중의 의미를 내포한다. 이러한 오른쪽 문화의 연장선상에 부처님의 탄생에 관한 내용도 존재한다. 마야부인이 룸비니동산에서, 오른손으로 무우수(無憂樹)가지를 잡자 붓다가 오른쪽 옆구리에서 태어났다는 것이 그것이다.

무우수는 해석하면 ‘근심 없는 나무’라는 뜻이다. 이는 붓다가 탄생 시에 어머니에게 고통을 주지 않고 태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오른쪽 옆구리로 태어났다는 것은, 왕족 계급 출신의 올바른 탄생을 상징한다. 인도신화에서는 종교인인 바라문은 신의 머리에서 태어나고, 왕족인 크샤트리아는 신의 옆구리에서 태어난다는 전승이 있기 때문이다. 즉 붓다의 탄생에서 보이는 오른쪽은, 아무에게도 고통을 주지 않고 길상의 의미로 인류에 오신 것을 상징하고 있는 것이다.

붓다는 탄생 직후에 오른손으로 하늘을 가리키고 왼손으로는 땅을 가리킨 채, 일곱 걸음을 걸은 것으로 돼 있다. 이를 즉행칠보(卽行七步)라고 한다. 하늘과 땅을 가리키는 것은 수직적으로 모든 공간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러한 모습의 불상을 하늘과 땅을 가리키는 불상이라고 하여 ‘천지불(天地佛)’이라고 한다. 이 불상을 표현한 것이, 부처님오신날 관욕의식에 사용되는 아기불의 모습이다.

다음으로 일곱 걸음이란, 수평적으로 두루 모든 곳이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혹자는 일곱 걸음이 육도윤회를 넘어서는 최후의 일곱 걸음을 상징한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에서 일곱 걸음이란, 수직적인 천지에 대응하는 수평적인 ‘두루 완전함’의 가치로 차용된 것이다.

붓다 당시 인도는 4진법과 7진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4와 7에는 두루 완전하다는 의미가 존재한다. 이러한 문화 중 현재까지 남아 있는 것이, 7의 완전성이 7번 중첩되는 49재이다. 7에 두루 완전하다는 의미가 존재한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앞의 천지를 가리키는 것과 더불어 이것이 수직과 수평적인 ‘모든’이라는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천지와 7이라는 수직과 수평적인 두루함을 배경으로, 붓다가 외치는 첫 일성이 바로 탄생게인 “천상천하(天上天下) 유아위존(唯我為尊) 삼계개고(三界皆苦) 오당안지(吾當安之)”이다. 이 게송은 <수행본기경>에 나오는 것인데, 불전에 따라서는 다소간에 차이가 있다.

탄생게의 전반부인 ‘천상천하 유아위존’은 ‘신과 인간들 중 붓다만이 오직 최고로 존귀한 존재’라는 뜻으로 여래십호 중 ‘천인사(天人師)’와 같은 의미이다. 언뜻 보면 오만한 표현 같기도 하지만, 불교는 다신교인 바라문교, 힌두교와 경쟁관계 속에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신들보다 더 위대하고 존엄한 측면으로서의 붓다가 요청됐고, 이것이 반영된 것이 바로 이 탄생게인 것이다.

탄생게의 후반부인 ‘삼계개고 오당안지’는 ‘삼계, 즉 욕계·색계·무색계라는 모든 세계는 고통 속에 매몰돼 있으니 내(붓다)가 평안하게 하리라’는 의미이다. 여기에서 삼계는 앞의 ‘천상천하’가 보다 구체화된 측면으로 대응관계를 형성한다. 또 ‘유아위존’의 오직 존귀한 존재인 붓다는 ‘오당안지’ 즉 일체세계의 구원자로서 모든 중생의 해방자라는 의미가 된다. 이렇게 부처님의 탄생 이야기에는, 타종교와 경쟁하는 구조 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불교적인 상징성들이 내포돼 있다.

[불교신문3203호/2016년5월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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