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 아침 8시55분이면 총무원 청사에 아침예불 운집 목탁이 청아하게 들려오면 가사 장삼을 수한 채 1층 로비로 내려간다. 서산마애삼존불을 바라보면서 예불을 드린다. 서울에서 소임을 사는 일명 ‘수도승(首都僧)’에게는 그나마 새로운 발심과 발원의 계기가 돼 준다.

처음에는 조금 귀찮고 꼭 해야만 하는가 하는 생각을 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매일 아침마다 발원문을 암송하면서 생각이 바뀌어 갔다. 많은 이들이 이런 마음가짐과 자세로 소임이나 수행에 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대자대비하신 부처님! 저희 대한불교조계종 종무원들은 사부대중의 수행과 신행이 더욱 바르고 편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맡겨진 소임을 언제나 기쁘게 실천하겠습니다. 사찰, 스님, 신도를 위하여 우리가 지금, 여기에 있음을 잊지 않겠습니다. 우리의 역량이 곧 교단 발전의 근간임을 엄중히 새기고 서로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탁마하겠습니다. 스스로 성찰하고 일심으로 쇄신하겠습니다. 고귀한 우리의 존엄성을 간직할 것이며 우리 사회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항상 함께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인연 있는 존재들과 인연을 맺어야 할 생명들과 모두의 바르고 행복한 삶을 위하여 언제나 늠름하고 변함없이 노력하겠습니다.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시아본사 석가모니불.”

이 발원문 또한 처음에는 어딘가 어색하고 이상하다 싶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하루하루 되뇌이다 보니 가슴에 와 닿는 감동과 전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유마경>에 이르기를 “한 마음이 청정하면 온 우주법계가 청정하느니라”고 했다. 이렇듯 우리 각자의 작은 발원과 실천이 마침내 이 세상을 정토로 장엄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발심과 원력은 새의 두 날개와 같고, 수레의 두 바퀴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매 순간, 매일 매일을 우리도 부처님같이 발심과 원력을 세우고 실천해 나간다면, 세상이 좀 더 아름답고 행복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

다시 아침이 밝았다. 다시 못 올 오늘을 어떤 마음과 실천으로 살아가느냐에 따라서 내일이 달라진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우린 언제, 어디서나 두 갈래 선택의 순간을 매 순간 맞이하게 된다. 그때마다 좀 더 힘들고 어려우며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선택하고 그 길에 최선을 다하리라 다짐해 본다.

[불교신문3203호/2016년5월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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